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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새색시의 볼... 애잔한 항구의 노을
▲ 노을 수줍은 새색시의 볼... 애잔한 항구의 노을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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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섬과 작은 섬 두 개의 섬 가막섬, 출렁이는 파도, 노을 지는 하늘을 나는 갈매기 떼, 아름다운 항구 마량항이다. 포구에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세 개의 방파제가 바다로 이어진다. 상, 하 두 개의 방파제 끝에는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있다. 오후의 겨울바다 수면 위에 부서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가막섬은 울창한 상록수림으로 뒤덮여 까맣게 보여 사람들은 이 섬을 까막섬(가막섬)이라 부른다. 옛날 가막섬에 수만 마리의 까마귀 떼가 날아들면 숲이 까매 까막섬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이 두 개의 섬은 날물이 되면 걸어서 건널 수가 있다.

하방파제에서 바라 본 가막섬의 일부
▲ 가막섬 하방파제에서 바라 본 가막섬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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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부근에서 떠내려 온 가막섬

희귀식물의 보고인 가막섬은 천연기념물 제172호로 지정되었으며 후박나무, 돈나무, 생달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챙나무 등의 열대성 난대림 120여 종이 자생하고 있다. 섬 한가운데는 상록수림이 우거져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어두워 길을 잃을 정도다.

가막섬은 원래 적도 부근에 있던 것이 마량항으로 떠내려 왔다고 한다. 옛날 장애아를 둔 한 어머니가 걷지 못하는 아들을 업고 부둣가를 거니는데 갑자기 서쪽에서 두 개의 섬이 둥둥 떠밀려 왔다.

이를 보고 놀란 부인이 아들에게, “얘야, 저기 좀 봐라. 저 섬은 발이 없어도 물 위를 걸어오는데 너는 어찌하여 두 발이 있어도 걷지를 못하느냐”며 크게 한탄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두 개의 섬은 그 자리에 멈춰 섰고, 이에 놀란 아들은 걸음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마량은 ‘말을 건너 주는 다리’란 뜻의 지명으로 7세기 무렵에는 제주를 오가던 관문으로 조공을 목적으로 제주에서 실어 온 말들을 방목하던 목마장이 있었던 유서 깊은 곳이다. 제주시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이곳에 제주도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돌하르방’을 2007년 11월에 이곳 마량항 하방파제에 세웠다.

방파제에는 원형 야외무대와 등대에 이르는 산책로, 강진의 특성을 잘 살린 청자 가로등과 야간경관 시설 등이 잘 갖춰졌다. 지난 6월에 개통된 마량과 완도 고금을 잇는 연륙교인 고금대교가 그림처럼 바다위에 떠 있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청동으로 만든 청둥오리를 붙잡은 개구쟁이 관광객?(여행안내를 해준 강진군청의 조달현씨다.)
▲ 오리 청동으로 만든 청둥오리를 붙잡은 개구쟁이 관광객?(여행안내를 해준 강진군청의 조달현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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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에 이르는 산책로
▲ 방파제 등대에 이르는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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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항구다.
▲ 마량항 아름다운 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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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방파제 길을 걷다보면 다산과 영랑의 시비가 발길을 붙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발목이 드러난 가막섬의 주상절리와 우거진 숲의 어우러짐도 절경이다. 갈매기 한가롭게 나는 바다를 등대가 지키고 있다. 청동으로 만든 청둥오리를 붙잡은 개구쟁이 관광객, 조가비와 꼬막 조각상을 보고 허허 웃으시는 할아버지, 곳곳에 볼거리를 마련해놔 심심치가 않다.

“허허~ 꼬막 인마~. 이건 게고, 문어, 오리, 이건 새우고, 아이고 재밌어.”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이 볼거리다. 등대에 이르는 길은 걷는 느낌이 좋다. 등대 꼭대기에는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쪽새라고 한다. 해안로는 나무데크로 이어진다.

마량항의 노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 마량항의 노을 마량항의 노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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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엿뉘엿... 항구에 해가 저무네!

포구에 떠 있는 수많은 어선들, 길 따라 이어지는 즐비한 횟집들의 수족관에 들어 있는 다양한 바다 생물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항구에는 ‘끼룩~끼룩~’ 갈매기가 날고 겨울햇살에 생선이 꼬들꼬들 말라간다.

중방파제 길이다. 신마와 고금대교로 이어지는 길과 마주하고 있다.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울고 항구는 애잔하게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수협 위판장을 지나면 상방파제길이다. 포구의 어느 식당 앞에서 아낙들이 모여 김치를 버무린다.

상방파제 갯바위에서 낚시꾼들 서넛이 낚시를 한다. 방파제 군데군데에는 바다의 갯바위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다. 한곳에는 대여섯 명이 빙 둘러앉아 소주잔을 나누고 있다. 이곳에 서면 고금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방파제 끝에는 하얀 등대가 서 있다.

겨울햇살에 생선이 꼬들꼬들 말라간다.
▲ 생선 겨울햇살에 생선이 꼬들꼬들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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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와 고금대교로 이어지는 길과 마주하고 있다.
▲ 중방파제 길 신마와 고금대교로 이어지는 길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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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방파제 길의 멋진 통로
▲ 상방파제 상방파제 길의 멋진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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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기억된 마량항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머문다.
▲ 마량포구 머릿속에 기억된 마량항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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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진다. 아름다운 항구 마량항에 노을빛이 물들고 있다. 마량항구의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노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수줍은 새색시의 볼보다 더 곱다. 노을빛이 물들어갈수록 바닷바람은 차갑다. 붉은 불덩이가 스르르 완도 너머로 떨어진다. 발그레한 노을빛만 남았다.

그림은 맘대로 그릴 수 있지만 해지는 모습은 맘대로 잡을 수가 없다. 그림은 고칠 수가 있지만 해지는 모습은 찰나의 순간이다. 지나간 순간을 다시 잡을 수가 없다. 머릿속에 기억된 마량항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머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막섬, #노을, #강진 마량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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