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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신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를 이끌어갈 당신에게 저의 이웃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바람이 꼭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저는 강릉에서 조그마한 자전거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9일은 국가가 정한 공휴일이지만 저의 가게 주변 상인들은 모두 문을 열었습니다. 만두와 찐빵을 파는 분식집, 미장원, 열쇠집, 쌀가게, 약국, 핸드폰 대리점, 토스트집, 사진관, 철물점, 문구사, 시장 피자집 모두가 문을 열고 장사를 했습니다. 슈퍼를 하다가 근처에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문을 닫고 분식점에서 배달 일을 하는 상순이 아빠도 출근했습니다.

 

주저앉는 서민경제... 하루 3만원 벌기도 어려워

 

공휴일이지만 사람들의 왕래는 뜸했습니다. 대신에 학교와 유치원을 가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온 동네를 몰려다니며 소란을 떨었습니다. 공휴일이 돼도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쉬지 못합니다. 한 달에 평균 60만원의 가게 세를 내야 하고 각종 공과금을 제하고 생활비를 가져가야 합니다.

 

그러자면 하루에 최소 10만원을 벌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된 지 오래됐습니다. 하루에 3만원도 벌지 못합니다. 부부가 같이 일해도 가게세가 밀린 집이 한둘이 아닙니다.

 

아침에 처음 걸려오는 전화는 신용대출회사입니다.

"사장님, 급한 자금 필요하시면 저희가 싼 이자로 대출해 드리겠습니다."

 

또 가게 문 앞에는 싼 일수라고 적힌 명함이 수북합니다. 악마의 유혹입니다. 200만원을 빌리면 70일 동안 280만원을 갚아야 합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명함에 눈이 갈 때가 있습니다.
 
경제가 왜 죽었는지 압니다. IMF를 불러온 정당이 누구인지도 압니다. 하지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당장의 어려움만 해결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먹고 살아야 하기에 영혼이라도 팔아야 합니다.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서민들에게 은행은 멀리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서 돈을 벌겠다는 사채업자들, 금융기관과 검찰, 법원을 사칭하는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립니다.

 

가게 셔터 내리는 순간이 즐겁지 않습니다

 

우리 서민들의 경제는 저녁에 가게 문 닫는 그 순간의 절망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늦게까지 문을 열어두고 손님을 기다리다 셔터를 내리고 돌아서는 마음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문구사 집은 이번에 기름 보일러를 연탄으로 바꿨습니다. 사진관은 전기 히터로는 겨울을 날 수 없다고 다른 난방 수단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미장원은 주인이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해서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냥 있으라고 합니다.

 

저도 어제 건물 주인에게 가게를 옮겨야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자전거 장사는 봄가을이 한 철입니다. 여름의 무더위와 장마, 그리고 겨울의 추위에는 장사가 안 됩니다. 지난 여름 강릉에는 한 달에 3일을 빼고 계속해서 비가 내렸습니다. 가게 앞의 감나무는 열매를 하나도 익히지 못했습니다. 잦은 비에 꼭지가 모두 빠져버렸거든요.

 

날씨가 나쁜 것도 대통령 탓을 합니다. 우리 가게의 단골 고객, 리어카 하나로 고철을 수집하는 철수씨의 소원은 하루에 만원 버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경쟁자가 많아 그 일도 점점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철수씨가 말합니다. 경제가 살아야 물건도 잘 팔리고 고물도 팍팍 나온다고 합니다.

 

이게 서민들의 삶입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약속이 꼭 지켜졌으면 합니다. 삶에 너무 지친 사람들이기 때문에 '진실'을 버리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을 선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약속마저 깨져 버린다면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릴것입니다.


태그:#이명박, #17대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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