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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접도라는 섬에 들르게 되었다. 이곳도 역시 섬이지만 연육교가 놓여진 이름만 섬인 곳이다. 여행중 계획에 없던 길로 접어드는 건 색다른 풍경을 기대해서다.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설렌다. 과연 어떤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잔뜩 기대하면서.

그림 같은 수품항...
▲ 수품항 그림 같은 수품항...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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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항 모습...한쪽에 기중기가 세 대나 몰려 있다.
▲ 수품항 수품항 모습...한쪽에 기중기가 세 대나 몰려 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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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하나 넘자 항이 나왔다. 제법 큰 항이었는데 이름은 수품항이란다. 맞은 편으로 방파제가 두 팔을 벌리고 있고, 한 쪽 끝엔 여느 항과 마찬가지로 등대가 서 있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바다 풍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여기 꽤 요란하다. 거대한 기중기를 동원한 요란한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것, 그것도 양쪽에서. 무슨 일인가 눈이 휘둥그래져서 기중기가 몰려 있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주위 사람들 눈치도 살펴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물김을 까만 자루에 담고 있다.
▲ 물김이 실린 어선 많은 사람들이 물김을 까만 자루에 담고 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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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 안에서는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장화에 목이 긴 고무 장갑을 낀 사람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외없이 그것은 시커멓고 커다란 자루에 담겨졌고, 그 자루는 서너개씩 기중기의 튼튼한 바늘에 꿰여 이동했다. 시멘트 바닥이나 트럭 짐칸으로.

'무얼까?'
"이게 뭐예요?"
"물김입니다."

아니 김이라구? 사실 더 물을 수도 없었다. 난 겁이 많은데다 워낙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는 가까이 다가가기도 겁이 났다. 그렇지만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먹었다. 내가 생각하는 김은 그냥 바닷가에서 채취해 말려서 판매하는 정도였으니, 우린 서로 까나리나 새우나 멸치일 거라고 짐작해 버린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 다리를 하늘로 뻗치고 있는 기중기
▲ 기중기 하늘을 찌를 듯 다리를 하늘로 뻗치고 있는 기중기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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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바닥으로 옮겨 놓은 물김 보따리.
▲ 물김 보따리 시멘트 바닥으로 옮겨 놓은 물김 보따리.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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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건 무지무지 거대하다. 그리고 곧 내 머리는 어림잡은 계산으로 복잡해진다. 아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일을 하고 또 큰 기중기를 몇 대씩이나 동원해서 모아 가지고 가는데도 타산이 맞나? 이거 내 머리로는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오네. 더구나 바다에 씨를 놓고 채취를 하는 일까지도 결국은 사람일 텐데. 이렇게 추운 바다에서 여러 사람이 몇 번의 작업을 거쳐 비로소 내 식탁에 김이 놓인다니, 정말 김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멸치 말리기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여기서는 퍽 한가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 멸치 멸치 말리기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여기서는 퍽 한가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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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북새통에도 옆에서는 한가(?)하게 멸치를 말리고 있다.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김을 모아 기중기로 실어 나르는 데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커다란 물김 보따리가 트럭 짐칸으로 이동하고 있다.
▲ 물김의 이동 커다란 물김 보따리가 트럭 짐칸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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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물천지이고 사람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부지런히 일하고, 기중기는 그 큰 몸체를 공중에서 놀려 커다란 검은 보따리를 이동해 자리를 찾아준다. 정말 대단한 현장이다. 난 농촌에서 나고 자란고로 늘 농산물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만 갖고 있었다.

물김을 실은 트럭이 접도 연육교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 질주 물김을 실은 트럭이 접도 연육교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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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젠 김도 그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내 식탁에 놓이기까지 수고한 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우리가 연육교를 건널 즈음 물김을 실은 트럭이 쏟살같이 연육교쪽으로 달려갔다. 내 눈은 아직도 신기함을 감추지 못하고 그 트럭을 따라 붙는다.


태그:#물김, #접도, #수품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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