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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턴십 합격 이후 첩첩산중

권동현(가명·서울)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힘들다는 미국 인턴십 프로그램에 합격한 기쁨도 잠시, 400만원에 달하는 비자 발급 비용 앞에 억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권씨는 "국내에서 인턴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해외로 눈을 돌렸더니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권씨가 발급받아야 할 비자는 J-1비자. 해외 인턴십, 직업 연수, 문화교류에 필요한 비자다. 문제는 비자 발급 비용이 적게는 200만원에서 400만원에 이르는 데 있다. 권씨는 미국 인턴십 기관에서 6개월 동안 시간당 8달러를 받으며 하루 8시간 근무한다고 한다. 주 5일제인 점을 감안하면 한달 벌 수 있는 돈은 1280달러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120만 원 정도다. 즉 3개월은 일해야 비자 값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권씨는 "아무리 인턴이지만 남는 게 너무 없다"며 "숙식과 교통에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크다"고 푸념했다. 관광비자 발급에 10-20만원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인턴십을 위한 비자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J-1 문화교류 비자로 최대 18개월까지 인턴십을 할 수 있다. ⓒ비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다음카페
 J-1 문화교류 비자로 최대 18개월까지 인턴십을 할 수 있다. ⓒ비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다음카페

 J-1 비자가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J-1비자 발급엔 왜 이리 돈이 많이 드는 것일까. 핵심은 바로 DS-2019라는 서류에 있다. DS-2019는 미국의 학교나 기업체 또는 정부기관에서 발급해 주는 일종의 '인턴십 허가서'다. 이 서류가 없이는 비자 인터뷰도 못하며 나아가 미국 입국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미국 인턴십을 위해선 없어서는 안 되는 서류다. DS-2019서류를 이미 발급 받았다면 대행비는 2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류작성에 따른 발급은 개인 재량으로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주한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는 “미국 국무성의 승인을 받은 기관이 DS-2019 서류를 발급해 준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 국무성의 승인을 받은 미국 스폰서 재단과 계약이 된 한국대행사에서만 이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DS-2019 서류를 전문적으로 발급하는 서울 종로의 H대행업체. 익명처리를 요구한 관계자는 DS-2019서류 발급비용에 대해 "200만에서 400만원 사이"라며 "인턴십을 하는 기관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같은 서류지만 인턴십 기관의 위상이나 고용주와의 이해관계에 따라 가격책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높은 서류발급비용의 이유에 대해선 “서류검토에 굉장한 비용이 든다”고 다소 애매하게 답변했다.

미국에 있는 비자전문 대행업체에선 어떨까. 유학,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비영리 재단이라고 소개한 캘리포니아의 W대행업체.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DS-2019 발급 비용이 400만원 한다는 설명에 짐짓 놀란 듯 했다. 현지에선 600만에서 700만원 사이라는 이유에서다. 서류발급비용에 대해 묻자 "컴퓨터가 왜 비싼지 묻는 것과 같다"며 "비싸면 안 하시면 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대행업체가 낄 수밖에 없다"며 ”직접 루트를 알려 줄 수 없다.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왜 대행업체만이 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관계자는 "자꾸 이면을 알려고 하면 곤란하다"며 "우리만의 노하우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 국무성에서 허락한 재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DS-2019 FORM 이 서류를 발급받았다고 바로 입국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종적인 비자 발급을 위해 필요하다. ⓒ University of Miami
 DS-2019 FORM 이 서류를 발급받았다고 바로 입국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종적인 비자 발급을 위해 필요하다. ⓒ University of Miami

'인턴십=경력 우선' 앞세워 눈 가리고 아웅?

권씨에게 인턴십을 소개해준 대학과 DS-2019 서류를 발급하는 대행업체측은 비용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한다. 권씨는 “10만원이면 모르겠지만 300-400만원을 다 내달라고 하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 인턴십이 무급임을 고려할 때 권씨는 유급이라 오히려 낫다는 주장도 있다. 대행업체 일각에선 “유급 인턴이면 돈도 벌 수 있지 않냐”며 “영주권을 얻기 위해 만 불 이상 내야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인턴십은 돈벌이가 아니라 경력 쌓기 차원이 강해 DS-2019 서류 발급비용에 불만을 가지는 게 오히려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행업체측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내 인턴십을 고려중인 유규열(24·천안)씨는 “미국 인턴십 경력이 중요하지만 서류 하나를 두고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미 국무성의 승인이 스폰서 재단 및 대행업체 간의 일종의 ‘비용 담합’을 형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장인인 송금옥(26·서울)씨는 “유급인턴도 그렇지만 무급인턴의 고생이 더 클 것 같다”라며 “대행업체측에서 그 돈을 중간에 다른 대행업체로 떼어주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F-1 학생비자를 받고 미국 교환학생을 다녀온 박성덕(24·서울)씨는 “서류발급비용은 대부분 자사 중개료일 것”이라며 “10만원에 F-1학생비자를 발급받고 5년까지 미국에 있을 수 있다. 학내에서 아르바이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장점을 갖춘 F-1비자에 비해 J-1비자의 DS-2019 서류에 너무 돈이 많이 든다는 설명이다.

덧붙이는 글 | <프리존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비자, #J-1, #인턴십, #대행업체,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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