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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수 <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는 "삼성의 검은 돈에 검찰을 비롯해 국가기관들이 마비상태에 빠졌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는 "삼성의 검은 돈에 검찰을 비롯해 국가기관들이 마비상태에 빠졌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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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뿐 아니다. 차장부터 중앙수사부장, 공안부장, 중앙지검장, 차장들, 특수부장 등 거의 검찰 주요간부들이 삼성의 관리대상에 포함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삼성) 경영상의 위기보다는 신뢰의 위기라는 점이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 지도부라는 구조본이 바뀌지 않으면, 삼성도 망할 수 있다"

인터뷰 내내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잠시 자신의 기자생활을 회고할 때 입가에 미소를 띠긴 했다. 하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 그를 만났다.

당초 만나려던 이유는 그가 최근에 김상조 교수를 비롯해 유종일 박사와 홍종학 교수 등 개혁성향 경제학자들과 '한국경제 새판짜기'라는 책을 낸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최근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의 삼성 비자금과 정관계 로비 의혹이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그와의 대화는 '삼성'에 집중됐다. 특히 올해 5월 곽 기자가 썼던 기사 한꼭지가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에 발단이 된 점도 감안이 됐다.

지난 2002년 대기업전문기자로 나선 이후, 재벌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기사를 썼기 때문인지 삼성 문제에 대한 그의 비판은 거리낌이 없었다. 삼성의 검은 돈에 검찰을 비롯해 국가기관들이 마비상태에 빠졌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검찰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책임있는 국가기관들이 삼성 관리 대상 의혹을 받고 있고, 전부 팔짱만 끼고 있다"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은 비극"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특히 곽 기자는 사제단의 말을 인용해 삼성의 검찰 관리대상 주요 보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김 변호사가 이미 사제단에 검찰총장을 비롯해 차장, 중수부장, 공안부장, 중수부 1- 2- 3 과장, 서울 중앙지검장, 지검 1-2-3차장, 특수부 1-2-3 부장 등 주요 간부가 삼성 관리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 지도부 바뀌지 않으면 망할 수도 있어"

이미 지난 12일 임채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등 3명이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인사로 공개됐다. 하지만, 공안부장을 비롯해 중수부 과장들, 지검 차장들과 특수부 부장들도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나온 것이다. 사실이라면 파장이 일 법하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검찰은 스스로 자정할 기회를 가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자정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류 언론을 중심으로 김 변호사의 폭로 동기에 대해 문제삼는 것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굉장히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굉장히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고, '넌 깨끗하냐'고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곽 기자는 이어 "이는 곧 우리사회가 심각한 부패와 부정의 중독 현상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참여정부 들어 거의 매년 삼성과 큰 사건들이 있어 왔고, 작년에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삼성이 김 변호사 말대로 우리 사회를 검은 돈으로 관리하고 로비가 성공했다면, 삼성을 위기로 더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최근 삼성의 경영상 위기가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신뢰의 위기"라면서 "이건희 회장과 삼성 지도부라는 구조본이 바뀌지 않으면, 삼성도 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늦게 책을 보니까 쉽지 않다'며 수줍게 웃던 그와의 대화는 지난 8일과 12일 서울대 교정 등에서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그는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다음은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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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의 삼성 비자금 폭로로 사회가 어수선하다. 취재 현장에서도 김 변호사를 많이 봤을텐데, 혹시 언제 처음 봤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오래전 부터 봤었다. 김 변호사가 (삼성에) 97년인가부터 들어왔는데, 2000년 정도인가에 서로 인사하면서 봤던 것 같다."

- 김 변호사가 2005년에 한겨레에 비상임 기획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어떤 일을 했나.
"신문사 입장에선 법원과 검찰이 중요한 곳 아닌가. 이곳을 출입하는 기자들도 있지만, 법조 전문가를 영입하게 되면, 전문성과 기사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했었다. 이때 (신문사) 내부에서 김 변호사를 추천했다. 거의 교통비 정도만 받고 일했던 것 같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간부 회의 때 들어와서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 김 변호사 입장에서도 <한겨레>에 들어가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곧바로) "자기 스스로 신변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지만, 삼성에서 나올 때 갈등관계가 있지 않았나. 이미 삼성의 강력한 힘을 체험한 상태에서 굉장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도 사석에서 '보호막이 필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그때부터 문제의식이 잉태돼 있었던 것 같았다."

"김용철 변호사 <한겨레> 입사할 때 이미 신변에 대한 불안감"

- 이번 김 변호사 폭로의 계기가 됐던 것 중 하나가 올해 5월에 <한겨레>에 나온 에버랜드 관련 기사다. 당시 기사는 에버랜드 2심 선고를 앞두고, 구조본이 에버랜드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삼성 전직 임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것인데. 혹시 지금이라도 누군지 밝힐수 있나.
(잠시 고민하다가) "그 얘기는 민감한데….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내가 언급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내가 말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을 텐데….(웃음)"

- 삼성에선 그 기사가 나간 후로, 김 변호사를 더욱 압박했다고 해서 그렇다.
"그 기사에 대해 삼성에서 나 뿐 아니라 신문사에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에서) '김 변호사가  (기사의) 소스(원천)를 제공한 것 아니냐'고 했었다. 개인적으론, 본의 아니게 (김 변호사에게)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다."

- 그때 삼성에서 신문사에도 거세게 항의했다고 하던데.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다. 기사가 나간 이후 삼성 고위관계자들이 신문사로 찾아와서 그동안 삼성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보도를 정리해 가지고 항의해 왔다. 기업 입장에선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하지만, 우리쪽에선 매우 큰 압박으로 작용했었던 것 같다. 여하튼 그에겐 미안한 마음이 있다."

- 이번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진후 김 변호사를 직접 만난 적이 있나.
"지난주 제기동 성당 2차 기자회견 때 보고,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 요즘 무척 힘들어 하는 것 같더라. 김 변호사를 옆에서 좀 지켜봤는데, 개인적인 문제는 제쳐두고서라도 그가 요즘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검찰총장 이외 차장, 공안, 중수부장, 서울지검장 등 주요 요직 관리대상"

- 김 변호사 주장 가운데, 삼성은 정기적으로 검찰을 비롯해 국세청 등 주요 경제부처를 관리했다고 한다. 사제단에선 오늘 임채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등 전현직 고위간부 3명의 실명을 거론했다. 어떻게 보나.
(고개를 내저으며) "우선 김 변호사 스스로 검찰 최고위급 인사들이 삼성의 관리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사제단에 주요 검찰 인사 40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용을 털어놨다고 들었다. 부장급 간부에는 설이나 추석 등에 500(만원)을 돌렸고, 지검장급엔 1000(만원), 그 이상엔 200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 주요 검찰인사 40명이라면, 어느 정도의 간부들일까.
(잠시 말을 하지않다가) "김 변호사가 사제단에 이야기한 인사들은 검찰총장을 비롯해 차장, 중수부장, 공안부장, 중수부 1- 2- 3 과장, 서울 중앙지검장, 지검 1-2-3차장, 특수부 1-2-3 부장 등 주요 간부가 삼성 관리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고, 검찰이 수사를 넘긴 특수 2부도 관리대상에 포함돼 있는데 문제가 있지 않나.
(목소리를 높이며) "검찰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공개된 사람 가운데 어떤 사람은 처음에 (김 변호사를) 전혀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 드러나자 말을 바꿨다. 그리고, 대부분 (김 변호사의) 얼굴을 본적이 없다고 하는데, 김 변호사와 개인적으로 아느냐, 모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삼성은 아는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검찰은 스스로 자정할 기회를 가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자정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아쉬울 뿐이다."

- 검찰에선 일부 명단이 나왔음에도 다시 떡값을 준 구체적인 정황을 밝히라고 하고 있다.
(어이없다는 듯이) "누가 관리했고, 얼마씩 줬는지 나오지 않았나. 김 변호사에게 어디까지 드러내 놓으라는 것인지…. 깊은 고뇌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또 검찰 내부에선 이미 '이제 검찰 문 닫아야겠네'라는 말이 나돌았다고 한다. 스스로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다. 그런데, 검찰이 반대로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말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처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검찰 윽박지르는 모습은 국민 무서워하지 않는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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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참여연대 등 고발로 수사에 착수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이번 사건이 터진후 보면, 국가기관은 모두 마비 상태라고 생각한다. 자기 책임회피를 넘어선 것이다. 검찰만 보면, 초기에 수사를 보이콧한 것 아니냐. 변양균-신정아 사건 처리하는 것 봐라. 대검 중수부 검사들까지 파견하면서, 내부 사적인 이메일까지 파헤친 검사들 다 어디로 갔느냐 말이다.

물론 이미 삼성 관리 대상인 검찰 보고 수사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될 수 있다. 참 딱한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 일부 정치권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이것은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서 푸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검찰 수사를 믿겠는가."

- 특별검사를 도입하려면,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하고,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곧바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하는것이 맞다."

- 아까 국가기관이 마비상태라고 했는데, 검찰 말고도 금융감독원 등 이쪽 대응도 이해하기 어렵다.
(목소리를 높이며) "그러니까, 말이 안되는 것이다. 이번 비자금 차명계좌와 관련 있는 우리은행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해당은행의 자체 조사를 지켜보고 판단한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도둑놈에게 자체조사해서 자신의 죄를 스스로 밝혔나.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문제의 본질은 검찰을 비롯해 이들 감독기구도 삼성의 관리 대상이다."

- 한마디로 금융감독기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다시 목소리 톤이 올라가면서) 아니 그런데, 그렇게 말 잘하는 청와대는 뭐하는 건가.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출장중인가. 정말 묻고 싶다. 왜 침묵을 하느냐고…. 책임있는 국가기관들이 삼성 관리 대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고, 그곳들이 전부 팔짱만 끼고 있고,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고…."

"국가기관이 마비상태.. .대한민국의 비극"

- 청와대에선 삼성 사태를 유심히 보고 있다는 논평이 나오긴 했다.
(시니컬하게) "그것이 말이 되는 소린가. 지금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문국현 후보쪽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나. 세계 유수 학자들도 이야기했지만, 기업권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이렇게 되면 국민들도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된다."

- 삼성에 대한 문제들은 그동안 많이 제기되지 않았나. 불법대선 정치자금도 그랬고, 안기부 X-파일 사건도 있고.
(곧바로 말을 이으면서) "예전에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 이건희 회장이 재판정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후 97년과 2002년 대선 때도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았나. 참여정부 들어와선 삼성과 관련된 대형사건이 거의 매년 벌어졌다. 불법대선자금 사건, 안기부 X-파일, 에버랜드 사건 유죄 판결에 이어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까지…."

- 작년인가 당시 삼성 구조본에선 대국민 사과까지 발표를 했었는데.
(자료를 뒤척이며) "그때 뭐라고 했느냐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 증여문제와 안기부 X-파일 문제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깊이 반성한다', '지난날 잘못된 관행에 반성하고, 8000억원 사회기금 헌납과 사회공헌을 발표한다'고 했다. 그때도 삼성이 진정한 반성이나 변화보다, 돈으로 '면죄부'를 사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 그런데, 이번 김 변호사 비자금 이야기를 보면 최근까지도 불법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는 것이고.
(끄덕이며)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에도 차명계좌를 관리해왔다는 것이…. 지금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는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국민에게 정말로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의 변화 속도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김 변호사 문제제기는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

- 그럼에도, 사람들은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 동기나 배경에 대해 솔직히 의문스럽게 보는 쪽도 있다.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나도 요즘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 '그러면 넌 깨끗하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일정부분 그런 지적이 타당한 부분도 있다. 삼성이 엄청난 돈을 조성해서, 정치인, 관료, 판검사, 언론, 시민단체까지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 우리 모두가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정말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 이번 사건을 이야기하다 보면, 사람들 대부분 자조적인 분위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곧 이어) "지금 우리 사회는 자기 반성이 아니라 분노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넌 깨끗해'라고 묻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검은 돈에 죄의식 없이 중독이 됐고, 어느덧 공범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문제제기가 굉장히 불편하게 느끼고, 자기 양심에 엄청난 상처를 주고, 이것이 분노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굉장히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은 정말 깨끗한 사람이냐, 제정신이냐'고 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반대로 심각한 부패와 부정의 중독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김 변호사를 공격하는 본질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김 변호사 개인에 대해 변호할 생각은 없다. 그 사람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감옥에 가겠다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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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들도 문제 아닌가. 지금은 어느 정도 공론화 되긴 했지만, 초창기엔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 말고는 관심을 안두기도 했고.
(곧바로) "언론도 마찬가지다. 위기다. 침묵의 카르텔이었다. 지난주 2차 기자회견장에 갔었는데, 깜짝 놀랐다. 그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고…. 그 회견장에 발 붙일 틈도 없었고,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현실은 무엇인가. 그렇게 불꽃처럼 취재하면 뭐하는가, 보도도 못하는데….

신정아 사건때는 개인들 주고받은 연애편지로 온 나라가 뒤집어졌는데, 지금 주요 언론들 뭐하나. 본질적인 문제 짚지 않고, 김 변호사 개인 자격 문제만 물고 늘어지지 않나. 대한민국 1등 기업이 엄청난 검은돈을 만들어, 국가 곳곳을 부패시켰다고 하는데, 진지하게 독자적으로 취재하는 곳이 어디 있는가. 나와보라.

권력으로부터만 자유로우면 뭐하나. 국민 알권리 내세우면서, 취재선진화방안에 대해서 정부청사 바닥에서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언론들 아닌가.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선 국민 알권리는 어디로 갔는가."

- 삼성이라는 기업과 이건희 회장과 일부 가신그룹들의 불법 행동은 분리해야 하지 않나.
"물론 그렇다. 그럼에도 아까 이야기했지만, 엔론과 월드컴 사례를 보면 경영자들 처벌 받았으면 그 기업들은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들 기업들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최고경영자가 중요한 것이다. 왜 우리사회는 기업권력에 관대한 것일까. 이렇게 되면 국민 모두가 공범이 된다. 정말 국민들이 제 정신 차려야 한다."

- 그러면, 삼성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선 우리 모두가 자성을 해야한다. 부정 부패를 없애야 하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내부고발에 대해서 성숙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좀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삼성이 그동안 여러 불법적인 행동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가. 만약 이런 것들이 김 변호사 말대로 우리 사회를 검은 돈으로 관리한 효과라고 한다면, 성공한 로비가 삼성의 위기를 더욱 축척한 셈이다. 단기적으로 삼성 로비가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보다 삼성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본다. 솔직히 보면,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은 몇년이 채 되지 않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엄청난 부실을 털어내고, 사람들 구조조정하고 하면서 실적을 내기 시작한 것이 2000년 들어서다.

그런데 벌써 작년부터 실적둔화 나오면서 위기론이 나왔다. 문제는 경영상의 위기보다는 신뢰의 위기가 훨씬 더 심각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 지도부라는 구조본이 바뀌지 않으면, 삼성도 망할수 있다.

- 삼성 구조본(현 전략기획실)을 완전히 해체라도 해야하나.
(곧장)"법대로 하면 된다. 우리가 해결책을 줄 수도 없다. 김 변호사의 양심 고백을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이건희 회장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면 되는 것이고, 구조본이 (책임) 질 일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 또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할 수도 있다. 그에 맞춰서 삼성도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본다."

"삼성 문제 법대로 처리...이 회장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져야"

- 이번에 개혁성향 교수들과 함께 한국경제 새판짜기라는 책을 내놨는데, 어떤 내용인가.
(책을 펴 보이며) "세가지 정도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뤄야할 내용이라고 보는 것이다. 첫째는 정부가 공정한 시장경제의 룰, 제도,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 규칙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경기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공정한 규칙을 제대로 지켜서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글로벌 무대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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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기업들의 투명성도 높아지고, 체질도 개선됐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 않은가.
(끄덕이며) "물론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대기업들 경쟁력 강해졌다. 몇몇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이 되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것들이 이번에 나온것 처럼 후진적인 경영형태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준법과 사회적 책임 경영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따로 놀고 있다. 경영성과와 불법적인 경영행태가 따로 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선 삼성도 미래를 안심할 수 없다."

- 기업들의 불법적인 경영 행태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것이 문제 아닌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불렸던, 엔론과 월드컴은 분식회계 등으로 하루아침에 문닫았다. 경영 책임자들은 종신형에 가까운 형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반칙왕의 시대 아닌가. 문제는 반칙왕들이 이익을 얻는다. 반칙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 기업 뿐 아니다. 대선정치판에도 적용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당원이었던 사람이 탈당하고 나오는 것은 경선결과를 불복하는 것 아닌가. 이인제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둘다 반칙왕 아닌가. 이명박 후보도 마찬가지다.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도곡동 땅 투기 의혹 등…. 현재 대선 유력 후보들 모두 반칙왕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은 반칙왕의 시대다."

- 그런데, 이들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은 아이러니하게도 높게 나오지 않나.
(한숨을 쉬며) "국민들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왜 우리 국민들은 이런 반칙왕에게 관대한지 모르겠다. 이회창씨가 어떻게 20% 넘는 지지율이 나오는가. 각종 부정과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데도 어떻게 이명박씨한테 50% 가까운 지지율이 나올까. 대한민국 1등기업이라는 삼성에서 불법 경영에 대해 폭로가 나왔는데도 삼성 불매운동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국민들이 제대로 보셔야 한다."


태그:#삼성 비자금, #김용철 변호사, #곽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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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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