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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토) 홍대 상상마당 지하 4층에서 제2회 여성노동영화제 첫 번째 상영작을 보고 나와 합정역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땀 흘리며 상영관을 찾아가는 길에는 사람들의 그림자도 보이질 않았고, 밤사이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도 사라졌으며, 사람들로 붐비던 옷가게와 음식점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채였습니다. 그래서 고즈넉한 홍대거리를 홀로 걸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시간여 영화를 보고 나오니,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거리는 다시 사람들과 차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차마 그 속을 헤치고 지하철을 타러 가기 힘들 것 같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택했습니다. 합정역에 가려면 선 자리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대충 감이 왔기에 용기를 내었습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찾아들어 가는 기분은 그리 나쁘거나 두렵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등짐이 어깨를 눌러대긴 했지만, 날이 좋아 걷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낯선 길목에서 맨 먼저 저를 맞이한 것은 성이었습니다. 고딕? 바로크? 로코코? 그런 것들은 잘 모르겠지만 중세 성 모양의 레스토랑이 높다랗게 서있더군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두터운 나무문도 사람들을 향해 활짝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골목 곳곳에는 낯설지만 조잡하지 않은, 아늑하고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가게와 집, 물건들로 가득했습니다. 파란 가을하늘과 잘 어울리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교동, #가을날, #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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