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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 옥수수 그리고 콩. 바이오에탄올이 세계적 화두다.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시대, 석유고갈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에탄올 생산국가인 브라질과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이미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에탄올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석유품질관리원도 내년 8월 바이오에탄올 도입을 위한 연구를 마감한다. 상용화를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곡물에탄올은 빈곤심화, 노예노동 등 또 다른 차원의 환경·인권문제를 낳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세계적 논쟁이 된 바이오에탄올의 명암을 살펴보기 위해 브라질·미국·멕시코 3개국을 현지 취재했다. '곡물에탄올 전쟁, 바이오연료의 명암' 10부작 시리즈 다섯번째 일환으로 대표적인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 워싱턴지부를 방문했다. 에릭 피카 재생에너지팀 디렉터를 통해 바이오에탄올의 허구에 대해 짚는다. 이번 취재에는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장이 함께 했다. [편집자말]
그는 "부시 대통령의 말대로 350억 갤런의 가솔린을 바이오에탄올로 대체하려면 전체 미국 경작지의 30%를 에탄올 생산용으로만 써야 한다"며 "약 2조1000억 파운드의 토양을 침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에릭 피카 지구의 벗 워싱턴DC 지부 디렉터. 그는 "부시 대통령의 말대로 350억 갤런의 가솔린을 바이오에탄올로 대체하려면 전체 미국 경작지의 30%를 에탄올 생산용으로만 써야 한다"며 "약 2조1000억 파운드의 토양을 침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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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바이오에탄올로 25갤런의 레저전용차량(SUV) 한 탱크를 가득 채우려면 한 사람의 1년치 식량이 필요하다. 그래도 곡물에탄올 옥수수를 선택하겠나."

사람이 먹는 식량으로 수송용 연료를 만든다? 이미 미국에서는 상용화 됐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옥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면서 국제곡물가가 폭등하고 아프리카지역 등 빈곤국가의 원조식량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돈이 된다면 포기할 수 없다는 시장원리가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형국인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12일 오후 워싱턴DC 본부 사무실에서 에릭 피카 지구의 벗 워싱턴지부 재생에너지팀 디렉터를 인터뷰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말대로 350억 갤런의 가솔린을 바이오에탄올로 대체하려면 전체 미국 경작지의 30%를 에탄올 생산용으로만 써야 한다"며 "약 2조1000억 파운드의 토양을 침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1갤런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데는 대략 4갤런의 물이 필요하다"며 "부시 대통령의 주장대로 350억 갤런의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올림픽수영장을 21만2000번을 채울 수 있는 1400만 갤런의 물이 필요한 데 이것이 과연 친환경 대체에너지가 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옥수수 바이오에탄올생산이 확대되고 있는 미국 중서부는 벌써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앞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릭 피카 지구의 벗 워싱턴지부 재생에너지팀 디렉터와 나눈 인터뷰 전반부 전문이다.

"바이오에탄올이 만드는 온실가스, 석유와 동일한 수준"

-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연두교서에서 2017년까지 350억 갤런의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현재 약 70억 갤런정도가 생산되니까 향후 5배 더 늘린다는 주장인데.
"미국 자연자원보존 서비스(NRCS)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전체 땅의 20%인 3억6800만 에이커가 경작 가능 농지다. 부시 대통령 말대로 350억 갤런의 가솔린을 바이오연료로 생산하려면 경작가능 농지의 30%를 에탄올 생산용 토지로 써야한다. 이게 현실성이 있나? 만일 부시 대통령이 목표로 한 에탄올 생산을 실현한다면, 2조1000억 파운드의 토양이 침식되게 된다. 굉장히 심각한 환경파괴를 낳게 되는 셈이다."

- 어떻게 해서 2조1000억 파운드의 토양이 침식된다는 계산이 나오나.
"1갤런의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 농사과정과 생산과정을 합쳐서 대략 4갤런의 물을 필요로 한다. 부시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1400만 갤런의 물이 더 필요한데, 이것은 올림픽수영장을 21만2000번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350억 갤런의 가솔린을 옥수수 에탄올로 생산한다고 가정할 때, 60억 파운드의 질소비료가 수질을 오염시킨다. 물에 질소 함량이 높아지면 수질이 부영양화가 진행돼서 물에 녹조가 많아지고,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심각한 환경파괴가 아니고 무엇인가."

- 그래도 세계적으로는 바이오에탄올이 석유에 비해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만약 현재의 바이오에탄올공장을 천연가스로 가동한다면 온실가스를 13%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로 생산하면 온실가스는 거의 감소되지 않는다. 석유와 동일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결국 지구온난화와 바이오에탄올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말이 된다. 미국 옥수수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게 훨씬 솔직한 표현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옥수수 바이오에탄올이 오히려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옥수수 에탄올은 바이오연료에서의 제왕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주도적인 자리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법안에 따라 옥수수 에탄올의 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옥수수 생산의 절반이 에탄올 목표를 맞추기 위해 사용될 것이다. 옥수수 에탄올만 나쁜 선택은 아니다. 팜유, 야자유로 바이오디젤 만드는 것도 벌목 등의 열대우림을 파괴시킨다. 나무를 베는 것은 미래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저감시킨다."

미국 워싱턴DC의 유일한 바이오에탄올 주유 가능 주유소에 걸린 가격표. 일반 가솔린에 비해 싸지 않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에탄올과 비교되는 점이다.
▲ E85 에탄올 가격은 2달러 39센트. 미국 워싱턴DC의 유일한 바이오에탄올 주유 가능 주유소에 걸린 가격표. 일반 가솔린에 비해 싸지 않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에탄올과 비교되는 점이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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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DC에 'E85 주유소'는 오로지 1개였다. 1시간가량 그 곳에 머물렀지만 단 한명도 주유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엔터프라이즈 렌트카는 플렉스(FFV 에탄올·가솔린 겸용 차량)를 빌려준다는 광고도 했지만 인터뷰에 불응하고 FFV 차량도 보여주지 않았다.
"불행히도 그것은 사실이다. GM과 포드에서 E85 전용차량을 생산한다. 그런데 이들이 정말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우리도 환경을 생각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선택한 일이다. 또 미국인 가운데 워싱턴DC에 하나뿐인 E85주유소를 일부러 직접 찾아가서 주유할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것은 자동차회사의 '그린워시'다. 친환경적 녹색사회를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환경을 고려하기 보다는 녹색이미지를 내세우는 것뿐이다. 미국의 기업과 정부는 지속가능한 마케팅 분야로, 시장성이 있는 분야로, 바이오에탄올을 꼽고 있다."

- 미국사회의 바이오에탄올 시장은 어느 정도나 형성돼 있나.
"바이오에탄올 시장은 이미 미국사회에서 커다란 시장으로 형성돼 있다. 공화당의 이해관계와도 맞닿아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과거 무기산업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던 공화당이 앞으로 바이오에탄올로도 정치 후원금을 받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 미국은 옥수수로 바이오에탄올산업을 펼치고 있다. 옥수수는 곡물이다. 국제사회부터 반감도 있는데. 특히 GMO 농산물로 친환경에너지를 내세운다는 점이 어불성설 아닌가.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 곡물에탄올의 95%가 GMO다. 미국에서는 GMO 농산물이 매우 보편적이다. 몬산토와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 같은 회사들이 공동으로 GMO를 통해 더 많은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구의 벗은 오래전부터 GMO 농산물의 이용에 대해 경종을 울린 바 있다. 바이오에탄올에 이용되는 농약, 비료, 물 등의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옥수수의 생산-수확-증류-이동 등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것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풀어가는 대안인지 의문이다. 바이오에탄올이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지구의 벗 워싱턴지부의 생각이다."

- 바이오에탄올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펴고 있나.
"미 의회가 에너지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한다. 바이오에탄올 사용을 늘리는 법안이다. 지구의 벗은 이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 시공 중인 125개의 에탄올 공장 이외에 더 많은 에탄올시설을 짓고, 또 무한정 늘어나기 시작하면 이 산업을 포기하기 어렵게 된다. 중단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바이오에탄올 시설 준공은 중단돼야 한다. 셀룰로오스 같은 방식의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 기사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바이오에탄올, #워싱턴DC, #옥수수 곡물에탄올, #지구의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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