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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의문 안으로 내산서원 건물이 보인다.
 충의문 안으로 내산서원 건물이 보인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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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항선생 동상을 지나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내산서원의 당우들이 보인다. 초입의 홍살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동백나무 울타리가 작은 공원을 끼고 이어진다. 강영란 선생이 동백나무는 주자학의 중요 덕목 중 하나인 효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럼 충의 상징은 뭘까? 물어보니 내산서원 안에 심어진 소나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반송이라고 한다. 나무 하나에도 이렇게 심오한 뜻이 있다니. 전문가를 만나면 이렇게 배우는 게 많다.

길을 따라 내산서원 외삼문 앞에 서니 앞으로 보이는 정경이 정말 포근하고 평화롭다. 좌우로 나지막한 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앞의 들 건너편으로 약간 높은 산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워줄 것 같다. 외삼문인 충의문(忠義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마당이 있고 축대를 쌓아 또 하나의 마당이 만들어졌다. 이곳에 다시 축대를 쌓았고 그 위에 내산서원 중심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서원 툇마루에, 축대에 앉아 해설을 듣는 회원들
 서원 툇마루에, 축대에 앉아 해설을 듣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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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모두 서원의 마루에 걸터앉아 전미경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다. 서원과 강항 선생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서원 건물의 역할과 배치 등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강항 선생에 대해서는 미리 공부한 것이 있어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는 편이다. 건물 추녀 아래 툇마루에 10월의 가을 햇살이 쏟아진다.

옆에 있던 강영란 선생이 서원 앞에 심어져 있는 회화나무에 대해 부연 설명한다. 중국에서는 회화나무가 정승을 상징하는 나무였다고 한다. 그래서 서원에 회화나무를 심어 정승이 나오기를 기원했다는 것이다. 회화나무는 나무의 크기나 이파리 모양이 가시나무와 상당히 유사하다.

서원 마당에 세워진 회화나무
 서원 마당에 세워진 회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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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산서원 중심건물 뒤로는 사당인 용계사가 있고, 그 왼쪽으로는 경장각이 있다. 용계사에는 강항과 윤선거 두 분의 신위가 모셔져 있고, 강항 선생의 초상화가 봉안되어 있다고 하는데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경장각에는 수은선생과 관련이 있는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공사중이어서 역시 볼 수가 없다. 사실 『수은집(睡隱集)』『간양록(看羊錄)』 필사본은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여재문 안으로 의절묘가 보인다.
 여재문 안으로 의절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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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의 오른쪽 언덕에는 강항 선생의 묘가 있는데 이곳 역시 가보지를 못했다. 볼 것은 많고 시간은 없고, 답사를 가면 항상 느끼는 사실이다. 또 경중을 따져 포기 또는 생략해야 할 것이 꼭 있게 마련이다. 내려오는 길에 의절묘(義節廟)를 잠시 들여다 본다. 강항 선생이 왜군에 끌려가서도 의리와 절개를 지켰음을 기리는 사당이다. 들어가는 바깥문에는 여재문(如在門)이라는 편액이 보인다. 여재를 일관된 마음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

내산서원을 보고 점심을 먹기 위해 법성포로 가다가 불갑초등학교를 지나게 되었다. 이곳은 광주민주화 운동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박관현 열사가 다니던 학교라고 한다. 그렇다면 영광 출신의 중요한 또 하나의 인물이 바로 박관현이다.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그는 1980년 5월17일 계엄령과 동시에 내려진 수배령으로 피신했다가 1982년 4월 체포되어 광주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는 민주화 동지들에 대한 심한 고문과 구타에 항의 단식투쟁을 하다 역시 고문과 구타를 당해 1982년 10월12일 전남대 병원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전남대 법대앞에 세워진 '박관현열사 혁명정신 계승비'
 전남대 법대앞에 세워진 '박관현열사 혁명정신 계승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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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불갑초등학교 앞에는 ‘민주열사 박관현상’이 서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를 기리는 또 다른 비, ‘박관현열사 혁명정신 계승비’가 전남대 법대 앞에 세워져 있다. 그가 없는 지금 그의 모습과 그의 정신은 동상과 비석으로만 전해진다. 지금이라도 그가 쓴 글을 모아 책을 낸다거나 그의 삶을 조명하는 전기(Biography)를 낼 수는 없는 걸까? 후세 사람들이 그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이번 영광답사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람이 영광 사람 박관현이다. 이미 알고 있던 강항과 새로이 알게 된 박관현, 이 두 사람은 올곧게 지조를 지킨 의인이었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차는 이제 영광의 바닷가 법성포로 접어든다. 길가에는 굴비 파는 집 천지고 가게 앞에는 지푸라기에, 노란 비닐줄에 엮인 굴비들이 햇볕과 해풍에 말려지고 있다. 정말 굴비의 고장 영광 법성포에 온 것이다.

바닷 바람에 건조되는 굴비
 바닷 바람에 건조되는 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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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번 영광 답사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민주열사 박관현이 이곳 영광 출신이란 것이다. 2007년 10월12일은 그가 이 세상을 떠난지 25년이 되는 날이다.



태그:#내산서원, #충의문, #용계사, #불갑초등학교, #민주열사 박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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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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