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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새벽 3시 반 신륵사에서 출발한 우리는 이재오 의원 일행이 머물고 있는 마을회관 숙소로 향했다.

 

새벽 4시 출발이라고 하였는데 정말 그럴까? 어제의 술자리와 그간 강행했던 일정을 생각해보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숙소 앞을 당도하자 모두들 출발 준비를 한 것이 아닌가. "우와, 열정이 대단하구나."

 

그렇게 해서, 이른 새벽 우리는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자전거로 떠났다. 양평쯤 와서야 날이 밝기 시작하였다. 오면서 생각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런 열정을 만들어 낼까? 분명 자신들이 하는 일이 옳다는 신념일 것이다.

 

어제 이재오 의원과의 면담이 생각이 났다. 그는 매우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운하에 대해 "토목적인 것과 환경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이번 자전거 탐사를 통해 꼭 운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확인했다"고 하였다.


그런 그에게 나는 "지금은 서로 다름을 잘 인정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이해하여 함께 하는 정치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운하에 대한 논란은 한나라당에서도 많이 있는데 이런 논란이 있는 운하의 공약을 폐기한다면 나와 같은 환경운동가들의 저항도 없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할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말해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번 수해 때 전국의 하천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하천의 양 옆이 풀이 자라는 등 쓸모없거나 썩어가고 있어서 반드시 운하를 만들면 국운이 융성하게 되리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고.


시각차는 말하지 말자. 생태계가 살아있는 하천과 거기에 살고 있는 나무와 풀을 한갓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그의 시각에 나는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사실을 보자.

 

내가 살고 있는 여주 구간에 운하를 만들어 배가 다니게 하려면 토목공학적으로 9m 깊이로 흙을 파내고 또 약 6m의 시멘트 장벽을 만들어야만 한다. 이런 단순한 사실을 여주 시민들에게 말하면 운하를 찬성하던 사람들도 이내 "그렇다면 운하를 만드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미친 짓이다"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자, 그는 "그런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엇이 진실일까?

하천의 바닥은 바닥은 배를 띄울 수 있게끔 깊어야 한다. 또한 하천 바닥의 높은 곳은 깎고 낮은 곳은 높여 수평 상태로 만들어야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지 않는다. 운하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이 기본적인 원리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2500톤급 배를 강에서 다니게 하려면 9m를 파고, 6m의 시멘트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재오 의원은 "그럴 리 없다"고 한다. 이것이 그의 답이었다.

 

국가의 국운 융성의 기회라며 운하를 만들자고 하면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나 설명이 없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열정과 진실은 다르다. 당신들이 옳다면 당당히 나서서 함께 이야기하자. 우리는 자전거를 타면서 "경부운하 공약, 홍보에 앞서 토론을!"이라는 '몸자보'를 붙이고 다녔다.

 

이재오 의원에게 말한다.

 

국운 융성의 열정을 구체화하려면, 우선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을 통해 무엇이 진실인지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전거 투어를 통해 국운 융성의 기회로 운하가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얻었다면, 그게 끝이 아니라 사실과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찾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나는 믿을 수 있는 공약을 세우고, 실천하는 대통령이 좋다.

 

덧붙이는 글 | 이항진 기자는 이천여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경부운하, #이항진, #환경운동연합, #여주, #남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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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환경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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