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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만 있으면 항상 민주정부 3기 성취를 주장하는 신당 후보들은 87체제의 근간은 물론 헌법 제1조 1항을 온 몸으로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오늘(9월20일) 대통합민주신당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신당 정체성을 주제로 토론하는 것을 경청하던  한 참석자는 아무리 깊은 고뇌를 하며 토론을 한들 온 몸으로 증거하는 것 외에 무엇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87체제를 가져온 1987년 제9차 개정헌법은 우리에게 헌법 제1조 1항을 실제로 국민 손에 되돌려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그 한 가지만으로도 오랜 민주화 운동의 결실을 보았다고 서로 위안을 삼았던 한국사회는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의 두 배를 지나서도 헌법 제1조 1항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놓고 제자리 걸음을 계속했다. 87체제 이후 민주정부의 공과를 묻기 전에 87체제 자체가 안겨준 변화의 씨앗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본다.

 

87체제의 교훈1 : 통일한국 초석 다지기

 

우리나라는 '아래서부터 위로'의 정치체제 즉 공화정 국가이다. 그래서 여타 공화정 국가처럼 우리도 헌법을 포함한 모든 나라 운영과 사회적 가치 자체가 '민의'를 해석하고 수용하여 정책 채택에 반영해야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누구 말처럼, 우리가 진정 '아래에서부터 위로'의 정치체제를 실천한 시기가 얼마나 되는가?

 

87체제를 시작으로 민주화가 완성되었다고 확신해도 기껏해야 20년이고 1997년 12월을 실질적인 변화의 시기로 삼는다면 이제야 10년을 갓 넘기는 수준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동안 민주화 운동의 결실을 단 한번 맛 보고 완성된 것인냥 정권을 유지하는 데에만 몰두한 채 민주적 가치를 재해석하는 일을 게을리했을까?

 

2000년 6월 어느 날 우리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끌어오르는 벅찬 순간을 목격했다.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함으로써 분단 한국사의 전환점에 다다른 듯한 멋진 환상을 국민 앞에 선물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환상을 실제 이루어질 일로 믿었다. 그리고 다시 7년이 흘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통일이 아닌 혼란과 분열의 악순환이다. 그것도 '우리' 안에서.

 

87체제를 말할 때 대개 민주화 운동의 성공적 결실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민주화 운동의 결실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확신컨대, 그 궁극적 목표는 바로 통일 한국을 완성하는 것이었으리라. 20세기 한국사회가 21세기를 살아갈 후대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던 것이 바로 통일한국이지 않았던가? 요컨대, 87체제의 교훈은 민주화 운동의 성공이 아니라 통일한국의 초석 다지기였다.

 

87체제의 교훈2: 현실화 돼 가는 다형태 한국사회

 

박정희-전두환-노태우-3당 야합까지 우리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전제정치(Mornachy)의 폐해를 겪어왔다. 20세 후반 50년 세월의 반 이상을 전제 정치 아래서 살아왔다. '공화정' 한국이 비로소 빛을 본 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제정치가 아닌 민주정치 곧 시민정부를 시작한 지 기껏해야 20년 아니 10년인데, 우리는 어느새 21세기 지식사회를 말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20세기 한국역사에 관한 지식을 먼지 털어가며 정리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21세기 한국사회를 이끌 새로운 지식을 모으기에 바쁜 형국이 2007년 한국사회의 단면이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빠른 속도로 그리고 아주 다양한 형태로 노령화 사회, 다문화 사회, 전자정부 사회라는 21세기 한국사회 현안에 직면해 있다.

 

어제(9.19) 서울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전자정부 로드맵 성과보고회 현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전자정부를 뒤로 돌리려는 어떤 정책도 불가능하다"(KTV, 9월19일)고 말했다. 그렇게 한국사회의 패러다임 자체가 빠르게 변하는 한 가운데서 우리는 여전히 민주화의 가치와 성과에 관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87체제가 안겨 준 교훈들을 바탕으로 87체제의 교훈은 물론이거니와 이제 현실이 되어가는 다형태 한국사회(multi-formal society of Korea) 현상을 21세기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힘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민주정부3기 탄생을 꿈꾸기 전에 필요한 것은 바로 한국정치 20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이라 생각하며 지난 20년간 한국(정치)사회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태그:#87체제, #민주화, #한국정치, #민주정부, #21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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