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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리마을과 섬등반도 전경
 항리마을과 섬등반도 전경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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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의 항리선착장에 내린 후 철계단을 오르자 항리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가거도에서 제일의 풍광을 자랑하는 항리마을은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공룡등뼈같은 섬등반도가 바다를 향해 쭈욱 뻗어있고, 그 끝에는 성건여라는 바위섬이 떠있다. 성근여는 낚시포인트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해가 지는 곳이다. 이틀 후 이곳을 다시 찾아 일몰을 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해질녁에 먹구름이 몰려와 좋은 사진은 얻지를 못했다.

님과 함께 살고 싶어지는 항리마을의 드넓은 초원
 님과 함께 살고 싶어지는 항리마을의 드넓은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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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등반도 앞쪽에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그 초원을 보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평생 살고 싶어'하는 유행가 가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가거도는 '가히 살만한 섬'을 넘어 '사랑하는 님과 한평생 살고 싶어'지는 섬이다.

초원 한복판에 덩그러니 자리잡은 학교는 왠지 낯설지 않다. 바로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무대가 되었던 ‘소흑산초등학교 항리분교’이다. 지금은 폐교가 되었는데, 학교 안에는 나무 한그루 없고 넓은 잔디밭만 펼쳐져 있다. 촬영 당시 학교 내부에 설치된 소품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건물 내부에는 아무 것도 없고 앙상한 건물 뼈대만 남아 있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에 나왔던 솟대와 조각상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에 나왔던 솟대와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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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있는 왼쪽의 언덕 끝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영화에 나왔던 조각상과 솟대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계단 중간 쯤에 네 개의 솟대가 세워져 있고, ‘극락정도’라 새겨진 나무 기둥도 보인다. ‘극락도’라고 새겨진 나무기둥은 파도에 휩쓸려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계단 끝까지 내려가면 소담스런 몽돌해변이 ‘빠그락’대며 나그네를 맞이한다. 해변 오른쪽에는 영화에서 형사들이 극락도를 찾아가 배를 대고 내리던 선착장이 있다.

형사들이 내리던 선착장과 '작은 짝지해변'
 형사들이 내리던 선착장과 '작은 짝지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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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짝지해변’이라 불리는 이곳의 선착장은 섬누리리조트 아래쪽에 향리선착장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사용하던 곳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연인이나 신혼부부가 조용히 데이트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가거도는 ‘극락도’라 불러도 좋을 극락같은 섬이다. 그 극락중에서도 최고 포인트로 작은 짝지해변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빠그락 빠그락’대는 몽돌의 울림은 교향곡처럼 웅장하며, 협곡처럼 뻗어내린 해안절벽 풍경과 꼬불꼬불 이어지는 계단길 등 어느 것 하나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는 것이 없다.

항리마을의 초원앞으로 해안절벽과 바다가 펼쳐져 있다
 항리마을의 초원앞으로 해안절벽과 바다가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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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짝지해변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펼쳐진 초원 역시 사진촬영포인트로 더없이 좋다. 푸르른 초원 앞으로 해안절벽과 바다, 수평선이 펼쳐져 있어 시원한 조망을 자랑한다. 그냥 지나갈 수 없는 풍경이라 일행 중에서 한 커플을 만들어 그들을 모델로 해서 촬영에 들어갔다.

벼랑끝의 바위 위에 흑염소들이 올라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발을 잘못 디디면 절벽 아래 바다로 추락할 상황이지만 염소들은 발에 자석이라도 붙어있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바위 위를 이리저리 넘너들며 잘도 돌아다닌다.

항리마을에서 촬영을 끝내고는 민박집에서 준비한 트럭 위에 올라탔다. 트럭 위에 올라타고 덜컹대며 바다를 바라보고 내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달리는 ‘트럭사파리’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저녁을 먹고 대리마을 모텔에서 1박을 했다. 새벽에 회룡산 등반과 일출이 잡혀 있었으나 날씨가 나빠 취소되었다. 풍랑주의보로 배가 안뜨서 발이 묵었는데, 이틀이나 더 머물게 되었다.

항리마을 해안절벽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흑염소
 항리마을 해안절벽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흑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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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로 촬영할 것이 마땅치 않았다. 고민을 하다 동개해수욕장의 파도를 담기로 했다. 가거도항의 장군바위 뒤쪽에 숨어있는 자그마한 몽돌해변이 동개해수욕장이다. 제법 큰 몽돌이 해안을 따라 펼쳐져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콩돌해변이라 부른다. 거친 파도에 ‘빠그락, 빠그락’ 대는 소리가 심장을 울린다. 태풍 전야 때처럼 높은 파도는 사진 소재로 더없이 좋다. 이내 점심시간이 되어서 밥을 먹은 후 삼각대를 챙겨서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장군바위 중간쯤에 올라가 삼각대를 세우고 저속촬영에 들어갔다. 콩돌해변 끝에 바위산인 망추개와 어우러져 멋진 그림이 된다. 바위 위에서 30분을 넘게 쪼그리고 촬영을 하다 보니 다리에 쥐가 났다.

내려와 몽돌 위에서 촬영을 계속했다. 파도가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에 취해서 오후 4시가 넘도록 셔터를 눌러댔다. 이후 가거도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앞의 녹섬과 회룡산 줄기가 뻗어내린 해안절벽에 때리는 파도도 담았다.

가거도항 전경이 시원스럽게 들어온다는 가거초등학교로 올라갔다. 초등학교는 대리마을 제일 위쪽에 자리하고 있어 마을과 항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전깃줄로 인해 멋진 전경이 많이 가려 좋은 사진을 얻기 어렵다. 이리저리 포인트를 찾다가 학교운동장에 있는 미끄럼틀 위에 오르자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장군바위와 빨간등대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하얀등대와 회룡산이 들어온다. 발 아래로 마을 전경이 들어오는 가운데 빨간등대와 하얀등대 사이에 녹섬이 점을 찍으며 풍경화를 완성한다. 30분을 넘게 기다려서야 그 사이로 배가 지나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역시 바다사진은 배가 있어야 역동적이다.

저녁에는 맛있는 자연산회로 배를 채우고 가거도에서의 두 번째 밤을 보내게 되었다.

파도가 몰아치는 동개해수욕장 뒤로 망추개가 보인다.
 파도가 몰아치는 동개해수욕장 뒤로 망추개가 보인다.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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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김정수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태그:#가거도, #항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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