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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8월 27일 저녁 서울 한 음식점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건배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8월 27일 저녁 서울 한 음식점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건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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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 직후인 지난달 28일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소개한 '인생의 지혜'가 문제가 됐다. 젊었을 때 경험담이다.

태국에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고참 직원은 마사지 걸 중에서 가장 얼굴이 예쁘지 않은 여자를 고르더라는 전언이었다. 왜 그런지 알아보았더니 예쁜 여자들이야 많은 손님을 받았겠지만 예쁘지 않은 여자는 자신을 선택해준 것이 고마워 성의를 다해 손님을 모실 것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도 인생의 지혜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당장 여성단체를 비롯해 여성계에서는 대통령 후보로서 이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여성단체들은 이 후보의 발언이 여성비하적인 것은 물론이고, 불법성매매에 대한 인식이나 갖추고 있는 것이 의심된다며 이 후보의 발언의 진위 여부 등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날 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들은 일제히 이 후보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 후보의 대변인은 "성매매 기술을 강의한 것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후보 측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인이 아닌 선배 이야기', '편집국장들이 먼저 꺼낸 이야기'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 이를 첫 보도한 <오마이뉴스>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발마사지 이야기를 한 것인데, 마치 성매매 업소 이야기를 한 것처럼 오해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이나 한나라당이 <오마이뉴스>를 곧바로 제소할 것 같지는 않다. 제소 방침을 밝혔던 박형준 대변인도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상황이 정리 안 되면 언론중재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명박 '부적절한 발언'에는 침묵하는 언론

왜 그런가. 여성 비하나 성매매와 같은 민감한 쟁점인데도 이명박 후보 측이 이처럼 여유가 있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이번 사안이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믿는 다른 구석이라도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박 후보 측으로서는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이 정도 선에서 그친다면 최선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일부 인터넷 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언론도 이를 보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신문과 방송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 문제는 사실 이 후보와 저녁 식사 자리를 같이했던 신문사 기자들로부터 제기됐다. 이 후보의 '인생의 지혜' 발언이 전해지면서 일부 여기자들을 중심으로 성매매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것 아니냐며 이를 보도해야 하지 않느냐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문 제작의 사령탑인 편집국장들이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조건으로 만난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였던 만큼 이런 문제제기는 힘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 기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보도로 이명박 후보와 편집국장들의 '오프더레코드'는 사실상 깨졌다. 또 여성단체들의 반발은 물론 정치권의 공방으로 비화되면서 더 이상 감출 수도 없게 됐다. 그런데도 대다수 신문과 방송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평소 1보를 가장 중시하고 있는 <연합뉴스>조차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방송의 경우 보도를 했다지만 메인뉴스 시간대를 피해 생색내기 정도에 그쳤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사실 여부가 확인이 안 되기 때문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 그 자리에 편집국장이 참석했던 만큼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너무나 간명한 일이다.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 그 자체가 뉴스거리이다.

그렇지 않다면 보도할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 그렇게 판단해서일까. 그럴 수 있다. 기사 가치에 대한 판단이나 보도 여부는 전적으로 언론사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편집권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정치권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도 빼놓지 않고 보도해온 지금까지의 보도 관행에 비춰 본다면 이명박 후보의 발언과 그 이후의 사태 전개에 대해 대다수 언론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예외적이다.

방송·통신사까지 '이명박 후보 봐주기' 가세?

얼마 전 한명숙 전 총리의 '대리모 발언' 때와 비교해도 대조적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대리모란 개념을 잘못 이해한 '실수'라고 즉각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그 실수를 너그럽게 보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의 '마사지 걸 고르는 법'에 대해서는 너그러워도 너무 너그러워 보인다. 형평에 맞지 않다.

후보 자질과 관련은 될지언정 청소년을 비롯해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는 지면과 화면에 주워담기에는 너무 낯 뜨거운 이야기여서 피해가는 것일까. 한국 언론의 품격이 그 정도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신정아-변양균의 낯 뜨거운 이메일을 다루는 방식이나 신정아 누드사진까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과감하게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이명박 후보 봐주기다. 이미 봐주기로 작정한 신문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KBS나 MBC 같은 언론사들은? 명색이 공영방송이고, 국가기간통신사를 자처하고 있는 언론사들이다. 이들도 이명박 후보를 봐주기로 작정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벌써 이명박 후보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일까.

두고 보자. 시간은 좀 걸릴지언정 그 '침묵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조금씩 그 정체를 드러낼 테니까. 때는 바야흐로 카멜레온의 시절인가 보다.


태그:#이명박, #마사지걸, #카멜레온 언론, #편집국장, #부적절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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