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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의 대좌(臺座)와 양다리, 가슴 및 부처님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 불상
▲ 전체 모습이 드러난 마애불 불상의 대좌(臺座)와 양다리, 가슴 및 부처님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 불상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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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경주 남산 열암곡(列岩谷)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마애불상(磨崖佛像)을 발견했다”는 기사가 일제히 보도된 바 있다. 마애불상은 석벽에 글자나 그림, 불상 따위를 새긴 것인데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13호인 석불좌상(石佛坐像)의 복원정비사업과 관련한 발굴조사를 하던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가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열암곡 마애불상은 화강암(약 250×190×620센티미터, 무게 약 70톤)의 한 면을 이용하여 돋을새김한 것으로 당시 불상이 조각된 암석은 원래 위치에서 경사면을 따라 앞쪽으로 넘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불상의 자세한 모습은 알 수 없었다.

대부분 묻혀있어 일부분만 확인되었다.
▲ 처음 발굴될 당시의 마애불 대부분 묻혀있어 일부분만 확인되었다.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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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후 추가 조사 작업을 통해 불상의 대좌(臺座, 불상 따위를 올려놓는 대)와 양다리, 가슴과 어깨를 확인한 후 마침내 부처님 얼굴까지 밝혀냄으로써 불상의 전체 모습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

스케치한 마애불상의 모습
▲ 마애불상 그림(스케치) 스케치한 마애불상의 모습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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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상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460cm, 발아래 연화대좌가 100cm로 전체 높이가 560cm에 이르는 대형 마애불이다. 부처의 정수리에 불룩 솟아오른 부분인 육계(肉髻)가 높고 민머리[素髮]이며, 타원형의 얼굴에는 오뚝하게 솟은 코와 아래로 내리뜬 길고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도톰하고 부드럽게 처리된 입술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귀는 머리털이 난 끝선(발제선:髮際線)에서 어깨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며, 평면적으로 처리된 것으로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목에는 2줄 굵은 주름의 삼도(三道)가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어깨는 넓고, 가슴은 펴고 있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불상의 손 모양은 왼 손등을 바깥으로 하여 손가락을 가지런히 펴서 가슴 위에 얹었으며, 오른손 역시 손등이 밖을 향한 채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감싼 채 네 손가락을 가지런히 아랫배에 댄 특이한 형식이다. 법의(法衣)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우견편단(右肩偏袒) 형식으로, 아래로 내려올수록 간격이 넓어지는 9개의 옷 주름이 표현되어 있다. 두 발은 발끝이 밖으로 향하게 벌리고 있으며, 연화대좌는 5장의 꽃잎을 낮게 조각하였다.

퇴적층을 걷어내 얼굴 자세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마애불 얼굴 퇴적층을 걷어내 얼굴 자세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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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애불은 약 4등신(等身)으로 몸에 견주어 머리부분이 크게 표현되어 있어 예불하는 사람이 마애불을 우러러볼 때의 비례감을 고려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잘 나타내려고 한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교조각사에서 볼 때, 이 마애불의 부피감 있는 얼굴과 날카로운 눈매에서 느껴지는 엄숙함은 통일신라 불상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상의 특징으로 보아 열암곡 마애불은 8세기 후반쯤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삼화령 삼존불, 배리 삼체불, 석굴암 본존불로 이어지는 신라 불상의 큰 흐름을 이어가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말한다. 땅속에 거의 묻혀있는 형태로 약 1,30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도 손상되지 않고 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지닌 마애불이라는 점도 이 불상의 발견이 지니는 중요한 의의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금까지의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남산 열암곡 마애불과 주변지역에 대한 조사와 정비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남산 전역의 바위들 다시 조사해야
[전화대담]
대담을 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주헌 학예연구실장
 대담을 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주헌 학예연구실장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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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주헌 학예연구실장


- 거대한 불상이 엎드려 있었는데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부처님 얼굴을 확인했나?
  “아랫부분의 퇴적층을 암반까지 걷어냈다. 이 작업과정에서 경사져있는 불상이 아래로 미끄러질 수가 있었고, 또 불상에 흠이 날 수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해야 했다.”

- ‘육계가 높고 민머리이며, ~’라고 설명했는데, 이런 모습은 결국 신라인을 모습과 닮은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런 모습은 통일신라 시대의 보편적인 불상 모습과 닮았다. 또 인도인이나 서양인과는 다른 형태이기에 아마도 불경을 바탕으로 당시 신라인의 모습을 불상에 담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신라인의 모습을 알 수가 없기에 단정할 수는 없다.”

- 지난번 전화대담에서 “발굴에 따라 더 많은 유물이 발굴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이 경내가 아마 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추가로 유물이 발견된 것은 있는지, 절터임을 보여줄 유물이라도 나왔는지?
  “지금까지는 불상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 전부였다. 워낙 큰 불상이어서 작업 자체가 어려워 그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아직 다른 일은 하지 못했다. 다만, 마애불과 골짜기를 두고, 30~50미터 떨어진 반대편 산등성이에서 석축 등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그곳이 절터일 것으로 짐작되며, 이 마애불도 그 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앞으로 이 불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든 70톤이나 되는 불상을 옮긴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사지게 놔둔다면 언젠가는 미끄러져 내려가 다칠 수 있기에 하루빨리 90도 돌려 수평으로 눕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라도 국민에게 불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 뒤 언젠가는 불상을 곧게 세울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다만, 기중기(크레인) 등 중장비는 불상이 있는 곳까지 올라오기 어려워서 문제다.”

- 불상을 발굴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예전에 학자들은 남산에선 더는 나올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불상을 발굴하고는 지금부터 시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온 남산에 흩어진 바위들을 다시 재조사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마애불, #열암곡, #경주 남산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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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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