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보게 밤송이 수염 조선 포수! 아까 그 말 다시 한 번 해보게!"

 

청나라 무관의 입에서 유창한 조선말이 쏟아져 나오자 포수들은 모두 하얗게 질려 그와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그 말을 내 뱉은 김억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뱃전에 서서 다시 한 번 그 말을 내 뱉었다.

 

"청나라 놈들 팔자 조~오타! 완전 뱃놀이를 나왔구나! 라고 했수다!"

 

청나라 무관의 입이 약간 실룩거리더니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김억만의 주위에 있는 포수들은 마치 물이 줄줄 새는 배에 탄 마냥 불안한 표정이었지만 김억만은 여전히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한 표정이었다.

 

"자네 이름이 뭔가?"

"김억만이오!"
"내 이름은 사구조다라고 하네! 전장에서 봅세!"

 

사구조다가 탄 다시 멀어져 갔다.

 

"사구조다? 이름도 꼭 쪼다 같은 게 우리말은 잘하네."

 

김억만의 말에 긴장해 있었던 포수들이 웃음보를 터트렸다.

 

3일 동안 강을 거슬러 올라간 청과 조선의 연합군은 마침내 전선이 준비된 송가라강 어귀에 도착했다.

 

"어이구, 이제 그 나선 놈들과 걸판지게 한판 붙으러 가는 거요?"

 

짐을 내린 후 포수들이 넌지시 군관, 초관들에게 물었지만 그들도 전혀 아는 바가 없어 가끔 통역관을 잡고 청나라 지휘관에게 들은 말이 없냐고 물을 따름이었다. 얼마 뒤 신유가 통역관을 대동하고 청나라 지휘관 사르프다를 만난 후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군관 및 병사들에게 직접 말했다.

 

"모두 듣거라. 바로 나선을 정벌하러 떠나기 위해 여기까지 서둘러 왔건만 청나라 지휘관이 말하기를 심양과 북경에서 오는 지원군을 기다려야 한다는구나. 게다가 한심한 것은 그들이 언제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니라."

 

병사들은 신유의 매우 상기된 얼굴에 덩달아 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이 먼 천리 타향까지 와서 이런 일을 겪게 하니 내 너희들을 어찌 위무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허나 이런 일을 겪었다고 군율에 흐트러짐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너희들의 행동 가짐이 바르다면 청나라 사람들이 너희들을 업수이 여기지 못할 것이니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

 

김억만은 제일 앞 열에서 신유의 말을 듣고 있다가 신유의 뒤에서 낯익은 청나라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바로 강에서 마주친바 있는 사구조다였다.

 

"장군,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또렷한 조선말로 공손히 신유에게 말을 건 사구조다는 앞에 선 조선군병을 죽 둘러보다가 김억만을 보고서는 씨익 웃어보였다. 김억만은 그런 사구조다에게 어색하게 입 꼬리를 치켜들어 보였다. 

 

"별 말씀을 다하시오. 그런데 여기까지 어인 일이시오?"

 

신유는 다소 심기가 불편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정중하지만 딱딱한 태도로 사구조다를 맞이했다.

 

"실은 먼 길까지 온 조선군병을 위무하기 위해 아버지께서 하사하신 것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사구조다가 청국말로 명하자 청나라 병사가 소 한 마리를 끌고 왔다.

 

"이 소를 드릴 터이니 약소하나마 조선군병들을 위무하소서."

 

신유는 여전히 딱딱한 태도로 답했다.

 

"장군께 고맙게 받겠노라 전해주시오."

"참, 조선 포수들의 재주가 중원까지 소문이 났는데 기왕이면 여기서 소를 총 한발에 잡는 재주를 볼 수 있겠습니까? 내가 여기서 임의로 포수 한 명을 지목할 터이니 하락해 주십시오."

 

그 말에 김억만의 표정이 슬쩍 일그러졌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태그:#신유, #조선, #청나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