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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여성의 권익을 주장하기 위한 것 아니야?’

‘페미니즘은 자기 이야기 들어달라고나 하는 거지’


아직까지도 페미니즘은 부르주아 중산층 여성들의 외침으로만 들리는가?


페미니즘에 대해 알리려고 하기도 전에 손을 내젓는 사람들, 혹 때로 자기 밥 달라고 귀찮게 짖어대는 개로나 인식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운동 내부에서 페미니즘은 이미 하나의 전제가 되어가고 있다. 바탕에 깔고 가야 할 사유의 기본인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사회운동 내에서 페미니즘이 억압기제인 것은 사실’이라는 베테랑 사회운동가의 말에서 짐작되듯이 가부장제를 살아온 이 시대 남성 또 여성들에게 아직은 페미니즘이 자연스럽게 인식의 근저에서 우러나오지는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이상 배제하고 갈 수는 없게 된 것은 확실하다. 대체 페미니즘이 어떤 것이 길래 사회운동과 여성운동이 끌어안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으로 지난 1일 열린 사회운동포럼의 여성대회에서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여성운동이 나아갈 길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우선, 여성대회 선언문의 취지를 잠깐 살펴보자.

 

 ‘우리는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이 겪는 불편함을 말하는 것이거나, 개인의 삶의 방식만이 아니라, 여성해방을 위한 이념과 개인적 집단적 실천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페미니즘은 ’나‘ 그리고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를 변화시키는 사회변혁운동이며, 사회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은 사회운동의 이념과 전략, 실천들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혁신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대안전략을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하고도 긴급한 과제이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열쇠말 중 하나로 페미니즘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모두에게 행복한 페미니즘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여성대회 내내 참가자들이 목말라하는 부분이 있었다.  ‘페미니즘은 '나, 그리고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를 변화시키는 사회변혁운동이며-’라는 말은  페미니즘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 하기는 해도, 그 목표와 목표로 가기까지의 방법론이 모호하다.

 

이것은 토론을 하는 동안 말을 헛돌게 한 원인이 됐다.


나, 너 우리 모두에게 좋은 페미니즘이라면 우리 모두를 설득시킬수 있도록, 페미니즘을 통해 ‘근본적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에 대해 여성대회의 한 참가자는 ’자본주의로는 환원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관계 간의 착취를 없애는 것으로나마 희미한 목표지점을 설정할 수 있지 않나‘고 의견을 냈다.

 

이것은 여성노동문제로 넘어가면 문제인식이 더 명확해진다. KTX, 이랜드 사태만 보더라도 그동안 노동시장 내에서 여성의 노동권이 어떻게 인식됐는지를 보여준다.

 

여성노동자들을 특수한 집단으로 취급하면서 그 방향이 임신과 출산을 노동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그로 인해 노동권을 박탈시키는 ‘죄’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따져보면, 신자유주의가 강화되면서 자본의 증식을 위해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여성노동권이 절단돼 나가는 현상이 비단 일부 여성들만이 희생되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 지구적으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착취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여성은 물론이요 남성조차 행복할 수 없다. 여성억압을 초래하

는 성별분업/젠더 이데올로기에 근거하는 사회는 언제든지 누구나 타자화될 수 있기 때문

이다. 남성이 가지고 있는 가부장으로서의 위치와 그로인한 부담 역시 하나의 억압이듯이

말이다.

 

인간은 주체적이다. 아니 주체적일 때 인간일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은 쉽게 국가나 지배

이데올로기에 포섭될 위험에 처해있다. 예컨대 여성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존중받지 못

한 상태에서의 일방적인 국가 재생산 장려와 관련한 정책은 국가나 가족에 여성을 착취당

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나, 너, 우리 모두 그 어느 한쪽에 포섭당하거나 착취당하지 않게, 국가나 자본에 포섭당하

지 않게 행복한 페미니즘을 공부해보는 건 어떨까. 

 

한 남성 패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장애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인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이주노동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듯이 남성이 여성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의 인권에 대해 나몰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럼 무슨 이유인가, 바로 현재의 부조리를 깨닫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 너, 우리 모두

함께 가기 위함이다.


지배가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을 상상해 보라. 여자와 남자가 아주 똑같고 기계적으로 평등한 세상이 아니라, 상호 배려의 비전이 우리의 관계를 틀 지우는 기풍이 되는 세상에서 사는 것을 상상해 보라. 우리 모두가 그냥 우리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세상, 평화와 가능성의 세계에서 사는 것을 상상해 보라. 더 가까이 오라. 와서 페미니즘 운동이 진정으로 어떤 것인지 직접 살펴보라. 더 가까이 오라. 그러면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페미니즘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것임을.

 

-벨 훅스 , 행복한 페미니즘

 


태그:#사회운동, #페미니즘, #벨 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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