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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웃소싱 업체의 채용정보 란.
 한 아웃소싱 업체의 채용정보 란.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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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곳은 무너져야 한다. 비정규직도 사람이다. 이랜드는 상식이 안 통하는 곳이다."

이랜드 노동조합 쪽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6월 이랜드로부터 뉴코아 A 점포 계산원에 대한 외주용역화(아웃소싱) 계약을 제의 받았던 B 아웃소싱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 업체는 이랜드의 제의를 거절했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이랜드 등 많은 기업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을 회피하기 위해 외주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외주화는 비정규직법의 허점이다"며 "외주화가 비정규직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랜드 노사 간의 주요 쟁점 역시 '외주화 철회'다.

그렇다면 아웃소싱 업체들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아웃소싱 업체들은 "시장이 커질 수 있는 요건이 생겼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단순히 원가절감을 위한 외주화는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B 업체를 비롯해 아웃소싱 업계 5위권의 업체 두 곳의 관계자를 만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들었다. 이랜드를 향한 비판의 강도는 셌다.

이랜드 계약 제의 거부 이유?... "외주화가 비정상이었기 때문"

지난달 28일 오후에 만난 B 업체의 C 총괄본부장은 이랜드의 계약 제의를 거절한 것과 관련해 "이랜드 외주화는 비정상이다"고 운을 뗐다.

C 본부장은 "이랜드로부터 A점포의 외주 계약 제의를 받은 것은 7월 비정규직법 시행 직전인 6월 중순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랜드는 매우 서둘렀다"며 "회장이 밀어붙여 아래 사람들이 부랴부랴 비정규직법 대응을 하게 된 같다"고 진단했다.

C 본부장은 "(이랜드는) 계약직 사용과 외주화는 비용이 비슷하다"며 "그렇게 시급히 진행한 외주화 정책은 무리였다"고 강조했다. "보통 외주화 시행 기간은 3개월이다"며 "(그 기간 동안) 시간적 여유를 갖고 근무자를 만나 외주화 이후의 급여 조건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C 본부장은 이어 "그런 과정을 외면한 채 '며칠 내에 계약서 새로 안 쓰면 해고다'라고 말하면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이랜드의 경우 외주화 방법이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랜드가 시간을 두고 외주화를 진행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이에 대해 C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C 본부장은 "비핵심 업무에 대해서는 같은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내는 외주화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이랜드를 포함해 원청회사들이 원가 절감만을 위해 시행하는 외주화는 잘못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한테 한 달에 50만원 주는 것보다 200만원 주는 게 관리비용이 덜 든다."

C 본부장은 "원가 절감을 위해 외주업체와 더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는다면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원가 절감이 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금이 낮고 고용여건이 떨어지면 이직률이 올라간다"며 "그렇게 되면 새로운 인력을 뽑아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한 "새롭게 외주화 계약할 때 보통은 전보다 노동자들의 고용여건이 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C 본부장이 이랜드의 경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C 본부장은 "외주화는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사람을 두고 단가 경쟁을 하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주 노동자에게 합리적인 선에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랜드 같은 대기업 분사 형태의 외주화 업체는 문제 많아"

뉴코아-이랜드 조합원 등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1천여명이 홈에버 월드컵점에 모여 매장으로 통하는 모든 입구를 봉쇄한채 이랜드 사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있다.
 뉴코아-이랜드 조합원 등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1천여명이 홈에버 월드컵점에 모여 매장으로 통하는 모든 입구를 봉쇄한채 이랜드 사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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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

이날 오전에 만난 D 업체의 E 경영본부 대리 역시 C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인건비는 노무관리 비용을 줄여준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이 거품 경제 불황을 벗어난 것도 몇 해 전 한국과 같은 내용의 비정규법을 통과시키면서 적절한 인건비를 지급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몇 천개가 되는 아웃소싱, 파견 업체 중 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나 한국인재파견협회에 가입한 100여개의 큰 회사를 빼면 인건비를 제대로 안 주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직무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무급제란 직무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형태다. 이는 직무에 따른 급여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이 없고 정규직과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의 차별을 고착화 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그렇다고 직무급제를 무조건 찬성하는 게 아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급여를 주고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외주화 중에서 대기업 분사 형태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E 대리는 이랜드를 지적했다. 이랜드는 뉴코아의 계산원 와주화와 관련 '뷰티플휴먼'이라는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의 주요 경영진은 이랜드 그룹 출신이다.

E 대리는 "이러한 업체는 대기업에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인건비 절감만을 목적으로 분사한 곳으로 임금수준 등 노동자들의 고용여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웃소싱업체 "외주화 되더라도 고용보장 되어야"

아웃소싱 업체들은 비정규직법 시행과 관련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E 대리는 "4대 보험 안 해주고 인건비 제대로 지급 안 해주는 일부 영세업체는 정부에서 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리인원이 300명 이하인 곳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낮은 인건비를 지급한다"며 "이런 곳을 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C 본부장은 "비정규직법의 포커스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에 맞췄다면 외주화를 하더라도 고용보장 하게끔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랜드의 경우에도 고용승계가 되었다면 (이랜드도) 무리수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동계 역시 동의하고 있다. 이병승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 정책부장은 "고용보장과 고용여건이 지켜진다면 비핵심업무에 대한 외주화를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태그:#이랜드, #아웃소싱, #외주화,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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