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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문화제 자원 활동중인 신효주 오수경 학생
ⓒ 성하훈
지난 25일 제2회 지리산 문화제가 열린 섬진강변 하동 악양 평사리 공원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지리산권 마을인 남원 구례 함양 산청을 비롯,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 원근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은 섬진강변에서 함께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며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지리산 문화제를 위해 멀리 제주도에서 바다 건너온 두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자원활동하려 바다 건너온 두 대학생

오수경 신효주. 제주대에서 법학과 역사를 전공하는 이들은 각각 4학년과 3학년으로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선후배입니다. 이들이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의기투합해 바다를 건너온 것은 오로지 지리산 문화제를 돕기 위함이었습니다.

23일 배편으로 육지로 나온 이들은 24일 행사 준비 작업을 도왔고 25일 본행사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해 지리산 문화제를 도운 뒤 26일 제주로 들어갔습니다.

▲ 지난 6월 남도기행을 떠나기에 앞서 들른 4.3 추모공원
ⓒ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에 사는 이들이 '지리산 문화제'를 알게 된 것은 지난 6월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주관한 남도평화기행 때 들렀던 지리산 자락에서였습니다.

'제주를 만들어갈 주체인 젊은이들에게 평화와 인권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제주참여환경연대의 남도평화기행은 ▲지리산권 활동가들과의 만남 ▲광주 5·18재단 및 망월동 묘역 참배 ▲섬진강 꽃길 도보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는데, 여기에 오수경 신효주 두 학생이 참여했던 것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시선 속에 인간의 평화와 자연의 평화의 긴밀한 관계를 남도와 제주의 현장에서 체험하고 고민과 토론을 통해 대안을 찾는다'는 목적으로 마련된 기행에서, 그들이 지리산을 통해 만난 사람은 지리산 시인이라 불리는 이원규 시인과 빨치산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인 조성봉 감독 그리고 생명과 평화를 고민하는 다음 카페 '청년생명평화 자람'의 청년들이었습니다.

이 만남을 통해 지리산의 역사성과 상징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개발과 생명이 대립하고 있는 현장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이 계기가 돼 지리산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커지게 된 것입니다.

특히 역사를 전공하는 신효주양은 4·3 유해 발굴단으로 활동하고 있어 좌우의 대립이 극심했던 지리산의 역사에 더욱 관심이 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리산을 종주하고픈 마음이 생겼던 이들에게 7월 중순 제주에서 다시 만난 '자람' 청년들의 지리산 문화제 참여 권유는 하나의 빌미였습니다. 지리산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많았는데, '지리산 문화제'가 발판을 만들어준 셈입니다. 덕분에 그들은 이렇듯 육지로 나오게 됐습니다.

▲ 지리산 문화제가 열린 악양 평사리 공원 입구
ⓒ 성하훈
▲ 지리산 시인 이원규와 함께
ⓒ 성하훈

새끼 꼬기, 목걸이 매듭 다 자신 있어요!

24일. 행사 준비를 돕기 위해 평사리 공원에 나타난 이들에게 행사에 필요한 새끼줄을 만들고 있던 실무자들은 '새끼꼬는 솜씨를 봐서 자원봉사를 시킬지 어떨지 보겠다'는 우스갯소리로 이들에 대한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그 말에 두 학생은 자리에 앉아 열심히 새끼를 꼬며 보란 듯이 솜씨를 뽐내는 모습입니다. 학생들이라 잘 못할 줄 알았는데 조금 어설프기는 해도 이들의 새끼 꼬는 솜씨가 제법입니다.

사진 전시를 위해 나무 사이에 사진들을 걸어 놓고, 펼침막 거는 일을 거들고, 부스 꾸미는 일에 손을 보태는 등 무더위에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길 덕분에 곱게 치장된 천막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냅니다.

▲ 지리산 문화제 체험 부스
ⓒ 성하훈
▲ 자원활동중인 신효주 학생
ⓒ 성하훈
지리산 문화제가 열린 25일. 그들이 담당한 곳은 나무목걸이를 만드는 체험부스였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많은 인원이 몰린 인기 체험장이었는데, 몰려드는 아이들 줄 세우고 어떻게 하는지 설명해 주고 목걸이 매듭을 만들어 주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학생 모두 이런 큰 규모의 행사에 참여해 돕는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신효주 학생은 "날 더운 것만 빼고는 모든 행사가 재미있었다"면서 "갈등이 있는 곳에서 문화제를 열어 다같이 어울린다는 게 의미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성하훈
▲ 나무목걸이 만들기 체험 부스. 이날 두 학생이 지원을 맡은 이 부스에 제일 많은 사람이 몰렸다.
ⓒ 성하훈
이들은 자원활동 틈틈이 이 부스 저 부스를 기웃거리며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원봉사한 대가로 예쁜 나무 목걸이를 만들었고, 지리산 기념 티셔츠를 얻었으며, 천연염색을 통해 얻은 노란 티셔츠와 어렵사리 만든 솟대 공예품 등은 두 사람의 표정을 풍족하게 만든, 지리산 문화제를 통해 얻은 수확물이었습니다.

"졸업 후 진로를 묻는 질문은 삼가해 달라"고 말한 4학년 오수경 학생은 "즐겁게 보낸 지리산 문화제였다"며 자원활동으로 참여한 지리산 행사에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문화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안치환의 노래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가수 안치환의 노래를 직접 듣는 것이 처음이어서인지 안치환의 노래가 시작되자 무대 바로 앞으로 달려나가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 성하훈

한라산이 지리산에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

자원봉사를 모두 마치고 제주로 들어가던 날, 이들은 '지리산에 또 오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지리산의 뒤끝이 간결하게 자리한 듯합니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해야 하고 9월부터 시작될 제주공항 4·3 유해 발굴에 나서게 될 오수경 신효주 학생. 지리산에서 보낸 시간들이 이들에게 좋은 기운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무더위 속에 자원봉사를 위해 지리산 문화제를 찾은 이들의 기특한 마음 때문입니다.

아울러 해군기지 문제로 치열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도의 갈등 또한 생명과 평화의 관점에서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슷한 과거의 역사적 아픔만큼이나 현재에서도 비슷한 운명을 살아가는 것 같은 남한 최고의 영봉 지리산과 한라산. 이 두 산 주변에서 개발과 생명을 화두로 대립하는 모습은 왠지 묘한 동질감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지리산 문화제를 돕기 위해 평사리를 찾은 제주 두 학생이 마치 한라산이 지리산에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태그:#지리산, #지리산문화제, #하동 악양, #평사리공원,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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