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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시마 평화기념 자료관
ⓒ 이상기
평화 기념공원의 외부에 있는 기념비, 조각상, 위령비 등을 다 보고 나서 우리는 평화기념 자료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대고모께서는 자료관에 가지를 않고 공원 나무 밑에서 쉬겠다고 한다. 그러자 숙부가 함께 대고모와 말벗도 할 겸 함께 남겠다고 한다. 이날 기온이 30도를 넘고 습도도 높아 대고모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일행은 동관 입구로 들어가 서관을 본 다음 자료관 표지석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동관 1층에는 원자폭탄이 떨어지기 전후의 히로시마 모습이 사진과 판넬, 실물, 영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원폭돔의 모습이 축소되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본 것 중에는 8시15분에 멈춘 녹슨 손목시계가 가장 인상적이다.

▲ 8시15분에 멈춘 손목시계
ⓒ 이상기
▲ 히로시마 원폭돔 축소모형
ⓒ 이상기
원자폭탄, 미국은 이러한 끔찍한 무기를 개발한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원자폭탄 개발은 미국이 독일과의 전쟁 또는 무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편이었다. 1939년 루즈벨트 대통령은 아인슈타인의 조언을 받고 원자폭탄 제조 계획을 세운다. 1942년 8월에는 정부와 군의 공동 작업으로 맨해튼 프로젝트가 가동되기에 이른다. 당시 기술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중심이 된 과학자들이 제공하고, 운영과 행정은 공병 장교인 레슬리 그로브스가 맡았다. 1943년 6월 오펜하이머 중심의 1원체제로 운영되면서 연구는 속도를 더하게 되었고 1945년 7월16일 핵실험에 성공하게 된다.

▲ 핵무기 개발 상황을 보여주는 지구의
ⓒ 이상기
그러면 원자폭탄을 일본에 투하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이 핵실험에 성공한 시점까지 일본이 미국에 완강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가미가제(神風)니 옥쇄니 하는 표현을 쓰며 결사적인 전투 의지를 표명했던 것이다. 그리고 독일의 절반을 소련에 점령당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국은 속전속결 전략을 썼던 것 같다. 그 결과 일본은 핵무기의 진짜 실험장이 되었지만 소련의 점령을 당하지는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원폭이 왜 히로시마에 처음 떨어졌지게 되었을까? 처음 원폭 투하지는 인구가 어느 정도 밀집되어 있으며, 군수공장이 있는 지역을 고려하였다. 그러다보니 히로시마, 고쿠라, 니가타, 나가사키가 그 대상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미군 포로수용소가 없는 점을 감안 히로시마가 첫 번째 원폭투하지로 최종 결정되었다.

▲ 히로시마의 재생을 보여주는 설명판
ⓒ 이상기
1층을 다 보면 자연스럽게 2층과 3층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2-3층에는 1945년 이후 현재까지 핵의 상황과 히로시마 시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다. 피폭 직후의 혼란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하기까지 히로시마 시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Hiroshima reborn’이라는 영어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서관에는 피폭 당시의 유품 및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처음 만나는 것이 가상으로 만들어 놓은 원폭 피해자들의 모습이다. 팔의 일부가 녹아 피부가 흘러내린다. 또 학도병으로 참가하는 학생들의 복장, 검게 타 버린 도시락, 녹이 슨 철모와 세 발 자전거 등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이들 유품은 가족들이 피폭 현장에서 찾아낸 것이라고 하니 마음까지 아파온다. 학생복, 도시락, 세 발 자전거, 모두 전쟁과는 관련이 없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유품 아닌가.

▲ 녹슨 세발 자전거와 철모
ⓒ 이상기
자료관을 나오다 보니 통로 벽에 시민들이 그린 원폭 관련 그림이 걸려 있다. 8월7일 오전 5시 오테마치(大手町)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다.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사이에 뼈만 남은 인간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통로의 중간쯤에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곳이 있다. 일부 사람들이 자신의 소망을 담은 글을 남긴다.

자료관을 나오니 더운 공기가 확 끼쳐 온다. 자료관 안은 냉방 시설이 되어 시원했는데, 밖은 뙤약볕으로 인한 열기에 습기까지 더해 후덥지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두 나온 것 같지 않아 대고모가 계시는 나무 밑으로 간다. 그곳에는 벌써 우리 식구들 대부분이 나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고모 할머니로부터 옛날 일제시대 얘기를 좀 듣는다.

▲ 히로시마 평화기념 자료관을 보고 나오는 악사들: 포스트모더니즘을 느낄 수 있다.
ⓒ 이상기

덧붙이는 글 | 16명으로 구성된 가족 여행단의 일본여행기이다. 참여한 사람들은 숙부와 조카 부부가 중심이지만, 고모 3대가 함께 하는 특이한 여행이기도 하다. 이들 가족이 히로시마현과 에히메현에서 보고 느끼면서 부딪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본의 문화를 기술할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흔적인 통신사 유적을 방문,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태그:#평회기념자료관, #히로시마, #원자폭탄, #로버트 오펜하이머, #가미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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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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