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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Avignon). 과거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서양중세사를 배울 적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왕권이 교권을 억누르던 시절의 그 아비뇽, 유수의 아비뇽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그러한 이름보다는 페스티벌 다비뇽(Festival d'Avignon)이라는 명칭으로 세계인들에게 더 친숙하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프린지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최고의 공연예술 축제로 많은 공연가들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 축제의 현장을 찾았다

▲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답게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고풍스러운 성벽이 중세로의 탐방을 맞이하는 듯하다
ⓒ 박종훈
이른 아침, 파리 리용역에서(Gare de Lyon) TGV를 타고 3시간 30분을 달려 10시 남짓 된 시간에 도착하였건만 벌써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인하여 후끈한 열기가 사방에서 넘실댄다. 잠시 그늘에 서서 시내로 이르는 길과 그 주위의 성벽을 바라보니 어딘지 모르게 이 아비뇽이란 이름과 낡은 성벽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 아비뇽 인포메이션 센터
자신들의 연극 홍보공연이 센터 입구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옆 포스터 가게의 포스터들이 인상적이다
ⓒ 박종훈
바로 앞의 성문을(실질적인 문은 없지만) 지나니 가로수길이 있어 잠시나마 햇빛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도시이니만큼 초입부터 관광객을 맞이해주는 인포메이션 센터의 존재는 더더욱 반갑다.

기본적인 정보는 이미 인터넷으로 숙지해두었지만 도시지도를 위해 들어가 물어보니 둘러볼만한 곳들을 알려주며 조그마한 수첩을 주는데 여러 군데의 관광지를 둘러볼 경우 할인을 해주는 유용한 것이다. 처음으로 방문하는 곳만 정가로 보고 두 번째부터는 수첩에 적힌 대로 할인된 금액으로 입장할 수 있다.

다시 중앙대로를 따라 걸으며 오래된 건물들과 셀 수 없이 많이 걸린 공연홍보물 그리고 넘쳐흐르는 관광객들을 둘러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기에 원래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겠지만 아비뇽 축제가 벌어지는 7월 한 달간에는 그 숫자가 57만여명에 이른다니 이해가 간다.

▲ 시계광장에서의 한 공연, 뒤편으로 아비뇽축제 기념품점이 보인다
ⓒ 박종훈
▲ 아비뇽 오프 페스티발 사무실
ⓒ 박종훈
시내를 세로로 종단하는 대로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선 시계광장(place de l'horloge)이 나타난다. 시청과 오페라하우스가 왼편에 있고 오른쪽으론 노천카페들이 늘어서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벌어지는 거리의 공연들이 정신없이 즐겁다.

광장을 뒤로하고 다시 약간 올라가면 드디어 교황청이 나온다. 교황이 유폐되었던 시절의 교황청이라지만 그 위용이 사뭇 대단하다. 드넓은 광장의 한쪽을 가득 메운 궁전을 보노라면 정말 유폐인가 싶을 정도이다. 그 맞은편으로 아비뇽 오프축제의 사무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고 노천카페에서는 더위를 피해 잠시 시원하게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여기저기에서 행해지는 공연들인데 그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오프공연의 홍보를 위한 하이라이트 공연이라든지 거리의 예술가들이 하는 공연이나 거리의 조각처럼 분장을 하고 하루 종일 서있는 사람들 등 볼 것들이 여기저기 넘쳐난다.

▲ 교황청앞 계단에서의 마리오네뜨 공연
ⓒ 박종훈
▲ 아비뇽 시내에 걸리 선녀와 나무꾼 포스터
ⓒ 박종훈
교황청을 뒤로하고 시내의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걸어보기로 한다. 크나큰 전쟁이 없었던 곳이라 많은 건물들이 옛색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듯하다. 물론 현대에 와서도 개발이 제한돼 있어 보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도빌(Deauville)이나 안시(Annecy) 혹은 브뤼헤(Brugge) 같은 유럽의 아기자기한 예쁜 마을을 생각하고 온 관광객이라면 좀 실망할 것 같다. 이 도시는 그보다 더 이전인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부분이 많기에 무채색의 고풍스러운 맛은 있을지언정 예쁘다고 느끼긴 힘들다.

오래된 저택이나 교회, 박물관들을 구경하는 한편 길에 걸린 공연 포스터들을 살펴보며 걷는 중에 낯익은 글자들이 보인다. '선녀와 나무꾼 - l'ange et le bucheron'. 아비뇽에 오기 전부터 혹시나 한국공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었는데 기쁘게도 올해에는 한국공연팀이 와있었다. 시간을 보니 저녁 8시 공연이다. 아직 여유가 있어 설렘을 안고 조금 더 시내를 배회하기로 해본다.

▲ 론강의 다리 위에서 바라본 아비뇽 교황청
ⓒ 박종훈


아비뇽은?

파리에서 677km 남쪽에 위치해있으며 니스로 향하는 TGV 지중해라인의 중간에 있다.

역사적으로는 1309∼1377년 로마에서 피신해온 교황(끌레망 5세를 비롯하여 7명)이 체재하였는데, 그 기간 중에 시칠리아의 여왕 잔 1세가 이곳을 교황에게 팔았기 때문에 1791년 프랑스에 통합되기 전까지는 교황령(領)이었다.

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구시(舊市)는 11세기부터 교황이 건설한 4.5km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중세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교황궁전의 옛 부분(1334∼1342;브누아 7세)과 새 궁전(1342∼1352;끌레망 6세), 로마네스크 후기의 대성당 등을 비롯한 14∼16세기의 교회, 17∼18세기의 성(城) 등 사적 건축물이 많다.

론강에는 민요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Sur le pont d'Avignon)'로 유명한 생베네제교(橋;saint-benezet, 1185)가 있는데, 12세기에 만들어진 후로 붕괴와 수리를 거듭하다가 1680년부터는 붕괴된 채 방치되어 지금은 좌안에 3개의 아치(arch)가 남아 있을 뿐이다. / 아비뇽 공식 사이트 참조

태그:#페스티발 다비뇽, #아비뇽, #프랑스, #교황청, #선녀와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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