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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자랑이요 행복입니다.

유구한 문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은 물론이거니와 눈부신 경제적 성장은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도 남는 자랑입니다. 작은 땅덩어리에 그나마도 남북으로 갈라진 작은 나라지만 국민의 부지런함과 피땀으로 일구어낸 행복한 결실입니다.

이 자랑스러움의 한가운데에 산업의 역군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의 현대화에 제일 공헌이 높은 사람들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며,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가족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을 염원하며 부지런히 일한 근로자들입니다. 이 땅에서 ‘산업의 역군’이란 호칭은 자부심이었고, 가장 어려운 시기에 사회성장의 기초를 놓은 초석으로서 존경스러운 이름이었습니다.

그래서 근로자 스스로도 이 땅의 산업의 역군이라는 자부심으로,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가정의 행복을 이루기 위해 몸 바쳐 일해 왔습니다. 이는 지난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지금의 모든 근로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 중에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이들의 수고가 산재의 고통 속에 늙어 가고, 오히려 사회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흘린 땀과 피는 과거의 추억 정도로 여겨지고, 그들이 겪고 있는 병고와 가족의 고통은 현대화 과정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작은 부정적 산물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눈부신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산재환자들을 돌보지 못하고 있는 이 사회의 부끄러운 일면입니다.

물론 현대사회 안에서 산업재해로부터 모든 근로자들이 100% 안전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아픔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산재환자들이 잘 치료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와 안전망은 이 사회가 만들어야 할 책임이자 사명입니다.

특히 산업 발전의 원동력인 석탄 에너지를 캐내기 위해 수백 미터 갱도 속에서 일하다가 진폐에 걸려 늙어 가며 숨쉬기조차 힘든 진폐환자들과 그 가족의 고통을 그저 안고 가야할 아픔정도로만 여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합병증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재가진폐환자들의 아픔과 그 가족들의 마음의 상처는 결코 산업화의 부정적 산물로 취급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전국진폐재해자협회, 한국진폐재해자협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근로복지공단, 노동부, 산재의료관리원, 산재의료관리원 직업성폐질환연구소가 함께 독일의 재의료재활센터, 진폐요양 및 의료기관을 방문하였습니다(2007년 4월 29일-5월 8일).

세계에서 가장 잘 되어 있다는 산재노동자와 진폐환자들을 위한 독일의 복지 실태를 알아보고, 주요시설, 운영현황, 직업병환자의 요양 및 복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7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폐, 독일 의료 재활시설 시찰 연수 보고 및 간담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간담회에서 진폐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으며, 앞으로 여러 기관과 부서들의 협의를 거쳐 국회에 건의할 계획입니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산재법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산업의 역군들’과 그 가족들이 병고의 고통 속에서 희망과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보다 나은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가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아무쪼록 이 땅의 근로자들이 산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사회 안정망을 믿고 각자의 노동현장에서 가족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즐거움에 행복하기를 희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허윤진 신부는 천주교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이주노동자와 가족, 자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업재해, #경제발전, #산재노동자, #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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