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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24일 12·12, 5·17, 5·18 사건과 보안사 민간인 사찰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보안사 민간인 사찰사건 담당위원인 토진 스님이 청명계획 등에 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청명계획과 같은 예비검속은 명백한 불법이다."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해동, 이하 국방부 과거사위)는 24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12-5·17-5·18' 사건과 '보안사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 과거사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18년 만에 처음으로 불법적인 예비검속과 사찰기록이 담긴 '청명계획(<오마이뉴스> 4월 24일 단독보도 참조)' 관련 문서 총 4권(1380쪽 분량)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당시 보안사 3처가 계엄대비 일환으로 작성한 청명계획은 그 자체로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기욱 변호사(국방부 과거사위 위원)는 "923명에 대한 민간인 사찰 기록을 담고 있는 청명계획은 그 자체로 불법적인 일"이라며 "그렇지만 공소시효가 지났고 너무 오래된 사건이라 사법적 심판을 청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국군기무사의 '청명계획', 육군본부의 '비둘기계획'

▲ 국방부 과거사위가 공개한 예비검속 '청명계획' 일환으로 작성된 개인카드.
ⓒ 오마이뉴스 장윤선
국방부 과거사위는 '청명계획'과 관련해 "예비검속은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헌법과 형사법상의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며 헌법상 개인의 기본권인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예비검속 성격을 띤 청명계획이 비록 시행은 안 되었지만 대상자를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선정해 반정부인사와 반정부단체들을 획일적·포괄적으로 선정한 점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일"이라고 적시했다.

국방부 과거사위는 "군이 923명을 시작으로 1300여명까지 확대해 민간인에 대해 동향을 기록조사하고 탐문·미행·망원활용 등의 방법으로 내사 보고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방부 과거사위는 "국군기무사가 청명계획을 입안할 당시 육군본부 차원에서도 '비둘기계획'이 입안됐다"며 "89년 2/4분기에 육군본부 민사심리전참모부 민사기획처 계엄과에서 총 21쪽 분량의 문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비둘기계획에 대해서는 "당시 어수선한 정국상황을 국가위기 상황으로 판단하고 계엄령 발동에 대비, 계엄 일반에 관한 준비사항을 마련했던 문서"라고 덧붙였다.

또한 국방부 과거사위는 "88년 우리 헌정사상 최초로 여소야대 국면에서 울산 현대중공업의 장기 노조파업사태, 문익환 목사의 방북 등을 국가위기상황으로 판단한 육군본부가 계엄에 대비해 비둘기계획을 입안하기는 했으나, 당시 국방장관이나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작성됐다는 진술과 자료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원, 과격진압한 까닭

'12·12, 5·17, 5·18사건'과 관련해서는 "12·12는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자신들을 견제하려 했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연행한 하극상 사건"으로 결론짓고 "이 과정에서 군 인사권과 서훈제도를 왜곡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은 자신들의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군을 사조직처럼 이용했다"며 "12·12 당시 상관을 체포하는 작전에 병사들을 동원하면서 충성을 맹세케 했으며 병사들은 작전 내용도 모른 채 동원돼 사상 당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국방부 과거사위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하러 내려온 공수부대원들은 특수훈련을 받은 병력이었다"며 "이들은 출동 전에 자신들의 임무에 대해 불순분자의 소요를 진압하는 것이라고 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과격한 진압방식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신군부와 중앙정보부는 남북 대치상황을 이용해 근거 없는 남침설로 비상계엄 확대조치를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보안사도 '시국수습안'을 작성, 언론을 통제하며 예비검속자 명단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이어 발생한 5·18 비상계엄 전국확대가 실시되자 전남 광주에서 항의시위가 발생했고, 군 지휘부는 시위 현장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대량 학살 참극이 빚어졌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국방부 과거사위는 "광주 시내 시위진압에 투입된 공수부대원들은 과격진압을 전개했다"며 "당시 부대원들의 입을 빌어 끔찍한 참혹상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24일 12·12, 5·17, 5·18 사건과 보안사 민간인 사찰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2·12, 5·17, 5·18 사건 담당위원 박창일 신부가 5·17 계엄확대조치 전 신군부 세력의 대응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편, 국방부 과거사위는 "광범위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도청 앞 발포를 직접 명령한 문서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발포 명령계통을 정확하게 설명해 줄 진술을 확보할 수도 없었으며, 조사 인력의 한계로 여러 곳에 발생한 민간인 살상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을 할 수 없었다"고 조사역량의 한계를 시인했다.

이해동 위원장은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잘못된 과거사에 연루된 장본인이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알 때 우리 역사가 바로서는 것"이라며 "그들이 스스로 부끄럽게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책무"라고 말했다.

다음은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와의 일문일답.

- 국방부 과거사위는 조사결과 발표에서 아직도 '군사기밀'로 묶여 있는 5·18 관련 자료가 많다고 했다. 어떤 것들인가. 조사에 방해를 받은 적이 있나.
"군사기밀로 돼 있어서 외부 접근에 지장이 있다는 말이다. 이미 27년 전 자료인데 이것을 군사기밀로 묶어둔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문서접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부분 군 작전관련 문서이다. 충정작전, 전투상보 등의 여러 기록들 말이다. 국방부는 여전히 전투 관련 작전내용은 군사기밀로 관리하고 있다."

- 이번 조사에서 미흡한 점은 없었나. 5·18 최초 발포명령자와 관련한 것이 핵심인데, 조사과정에서 군 지휘개선에 대한 조사가 있었는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조사계획이 있었나.
"검찰이 12·12-5·18 군사내란 사건과 관련해 군 상층부 조사는 충실히 진행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조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뻔히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조사에 응하라고 하는 것은 양심상 걸렸다. 사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한 것은 메모 한 장뿐이었다. 최초 발포명령자와 연관있다고 보기는 미흡하다."

민간인 동향 사찰카드 폐기 안하고 계속 활용하다 덜미

▲ 국방부 과거사위가 24일 공개한 '청명계획' 관련 문서. 담당 부서장의 서명날인이 돼 있다.
ⓒ 오마이뉴스 장윤선
- '청명계획' 같은 예비검속 계획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청명계획은 예비검속 계획이다. 입안 당시가 4월 5일이라서 가명칭 청명이 된 것 같다. 공안조직인 3처가 계엄령이 내려지면 합수본부의 수사단장을 맡게 된다. 자신이 3처장을 맡게 되면 예비검속자를 선정하고, 혼돈정국이 될 것 같으니까 미리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923명에 대한 예비검속 계획인 청명계획이 계속 민간인들에 대한 동향체크를 따로 하면서 확장해나간 것이다. 923명이 1311명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공안정국이 90년 1월 3당 합당으로 정치적 해법이 모색되면서 사실상 해빙무드로 갔다. 그런데 군 당국은 기왕에 만들어놨던 사찰카드를 폐기하지 않고 계속 유지해오다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 사찰 폭로를 낳게 된 것이다. 그뒤로 전면 폐기됐다."

- 청명계획상의 예비검속 대상과 윤석양 당시 이병이 폭로한 자료는 동일한가.
"파일은 같다."

- VIP가 빠진 이유는 뭔가.
"3김은 별도 관리한다. 그러니까 보안사 3처 차원에서 접근할 자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3처 차원에서는 3김을 동향 관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 청명계획과 비슷한 시기에 육본에서 계획한 비둘기계획의 실체는 뭔가.
"청명계획과 마찬가지로 계엄상황을 설정해 작성된 문건이다. 89년 공안상황을 설정하고 기록됐다. 그러나 이 계획은 상층부로 보고된 흔적은 없다. 또한 국군보안사 3처 차원에서 만들었던 청명계획과 연결돼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국군보안사와 육군본부가 공동TF를 구성해 국방부, 기무사, 청와대 고위급들이 따로 별도의 지시를 내려 준비한 문서라고 판단하기 힘들었다."

- 청명계획은 3처 차원에서 작성된 계엄령 예비계획으로 이해된다. 현재도 청명계획 같은 비상계엄령이 예상되기 때문에 법적 제약이나 금지사항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시는 것 같은데.
"현재로는 불법이다. 예비검속 자체가 형사소송법상 불법이다. 이런 제안을 한 건 명문에 금지조항을 넣음으로써 아예 예비검속이나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얘기한 것이다."

- 청명계획에 대한 불법적 요소가 밝혀진 건대, 법적인 절차가 진행될 수 있는 건가.
"노태우정부 하에서 일어난 일이고 시기상으로 너무 늦어서 법적으로 이율해서 사법적으로 재단할 근거는 없다."

- 청명계획 자체가 불법 아니냐.
"맞다."

태그:#청명계획, #예비검속, #국방부, #5·18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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