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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오늘(20일) 아침 신문 가운데 단연 돋보인 것은 <경향신문>이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어제 한나라당의 대선 경선 예비후보 검증 청문회 내용을 '중계'하기에 바쁜 모습을 보인 것과는 달리 <경향신문>은 '검증청문회'를 검증한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이명박 후보는 어제 청문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서초동 땅에 대해 "정주영 회장이 특별 보너스를 준 것을 갖고 회사 쪽에서 알아서 구입해 관리했던 땅"으로 "1989년 현대가 세무사찰을 받으면서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취재가 낳은 '순발력 있는 보도'

<경향신문>은 이 후보의 이런 '해명'에 곧바로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건설 퇴직 사우들의 모임인 현대건우회 우한영 사무총장의 '증언'을 통해 이명박 후보의 해명을 정면 반박했다.

서초동 땅이 이씨 명의로 매입된 1977년 당시 현대건설 인사부 급여담당 차장이었던 우한영 사무총장은 "서초동 땅은 현대건설에서 서초동 대법원 공사를 하기 전에 이후보가 개인적으로 산 것"이라고 말하고 "현대건설은 당시 서초동에 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우한영 사무총장은 이어 "특별상여금을 땅으로 준 적이 없으며, 땅을 회사에서 관리해서 퇴직 시 땅문서로 준 적도 없다"고 당시의 정황을 설명했다. "특별 상여금을 주기는 했지만, 현물은 준 적은 없"으며 "임원들이 땅을 가지고 있으면 거기에 집을 지어주기는 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그러나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서초동 땅을 매입 관리해 준 인물로 지목한 정택규 전 현대건설 이사는 지난 4월 사망해 (이 같은) 양측 주장의 진위 여부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경향신문>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따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언론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만한 '근거'를 갖고 이 기사를 보도했다는 것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향신문>이 한나라당 검증 청문회에 나온 후보들의 해명을 그대로 중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해명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이 오늘 '순발력'있게 이 같은 기사를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어제 하루 동안의 기동성 있는 취재 결과는 아닐 것이다. 전국에 걸친 이명박 후보 처남 김재정씨 부동산 의혹을 집중보도한 것처럼 이명박 후보 부동산 의혹과 관련한 지속적인 취재가 있었기에 가능한 '순발력 있는 보도'였을 것이다. <경향신문>의 오늘 보도가 빛나는 이유다.

의혹 검증은 이쯤에서 접자고?

▲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 국민검증청문회에서 박근혜 경선후보가 검증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어제 한나라당 '검증 청문회'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제기된 갖가지 의혹에 부실한 답변으로 의혹과 궁금증만 더 키운 '부실 청문회'라는 혹평에서부터 미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찌됐든 한국 정당사에 한 획을 긋는 실험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사실 한나라당의 검증 청문회는 그 구성과 형식, 또 현실적인 검증 역량의 문제 등으로 처음부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후보들의 '불성실한 답변'으로 '변명청문회'로 끝날 공산이 처음부터 예견되기도 했다.

사실 이 정도 했으면 한나라당으로서는 할 만큼 한 셈이라는 평가도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정치 문화와 치열한 경선 국면 속에서 후보들이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그 미진한 부분을 채워줘야 하는 것은 바로 언론의 몫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오늘 순발력 있게 한나라당 후보 검증 토론회를 '기사'로 '검증'한 <경향신문>과 역시 그동안 지속적으로 검증 작업을 해 온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언론들이 독자적인 검증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 후보와 박 후보는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이 두 문제가 선거 마지막까지 목에 걸린 가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아야 한다"(조선일보)는, 언론으로서 정체성을 헷갈리게 하는 사설이 나오는가 하면 "결국 진실은 국민의 상식적인 시선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며, 결국 국민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도자를 뽑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중앙일보)이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태평스럽게 늘어놓고 있다.

<동아일보>는 아예 한 발 더 나갔다. "일단 1막은 내렸고, 이제는 국민이 판단하면 되며 이제는 누가 국가를 더 훌륭하게 경영해 국리민복에 기여할 수 있을지 진정한 리더십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예 '의혹 검증'은 이 수준에서 접자는 식이다.

비단 이들 신문뿐만이 아니다. 다른 신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방송은 아예 이들 '신문'들을 사이좋게 균형 잡아서 중계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방송사 기자들은 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오늘 <경향신문>의 한나라당 후보 '검증토론회' 검증 기사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태그:#백병규, #미디어워치, #경향신문, #이명박, #후보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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