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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인 딸아이와 중1인 아들의 시험이 화요일에야 끝나고, 드디어 아이들은 시험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만족스럽게 치르지 못하였는지 식탁 앞에 앉아서도 숟가락을 드는 둥 마는 둥 통 기운이 없고, 장마철이라 운동부족 탓인지 배도 자주 아프다고 하소연입니다. 아내는 그런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요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 재료(당근과 오이채, 밑간을 한 석이버섯, 밀전병 재료인 묽은 밀가루반죽)
ⓒ 한성수

바로 칠절판입니다. 아내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요리라서 정성이 필요하다'며 내게 설거지를 시킵니다. 오늘은 꼼짝없이 요리사 도우미가 되어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아내는 오이와 당근을 5센티미터 크기로 잘라 돌려깍기를 해서 잘게 채를 썰어서는 소금물에 살짝 절여둡니다. 돼지고기는 다진 파와 마늘, 설탕과 참기름, 후추와 생강을 버무려 만든 양념간장에 재워둡니다.

"소고기를 써야 하는데, 비싸고 아이들도 돼지고기를 좋아해서 그냥 집에 있는 돼지고기를 쓰기로 했어요. 그런데 석이버섯이 있어야 해요. '바위에 붙은 귀 같다'고 해서 석이(石耳)버섯이라고 하는데, 위를 보호해 주고 피를 멎게 해주며 특히 속을 시원하게 해서 오이와 함께 여름에 좋은 음식재료에요."

나는 할인점에서 2000원을 주고 석이버섯을 사 왔습니다. 아내는 '북한산이라서인지 석이버섯의 상태가 안 좋다'며 혀를 끌끌 차면서도 소금물에 불려 깨끗이 씻어서 돌돌 말아 채를 썬 후 소금과 참기름으로 밑간을 해서 둡니다. 또 아내는 계란을 깨어서는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했습니다. 또 밀가루와 물을 1:1로 넣고 소금 간을 하여 묽게 반죽을 합니다.

"이제 재료는 거의 다 되었어요. 칠절판은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채소를 고기와 함께 먹일 수 있어 영양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게 할 수 있어요."

▲ 푸른 파프리카와 붉은 파프리카(집에 있는 재료를 적당히 쓰면 될 듯)
ⓒ 한성수

아내는 소금에 절여 둔 오이와 당근은 행주로 물기를 제거하고는 달군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넣고 센 불에서, 간이 밴 석이버섯은 약한 불에 살짝 볶습니다. 또 간장양념을 하여 재워 둔 돼지고기는 노릿하게 볶아냅니다.

"채소를 오래 볶으면 색이 바랠 뿐더러 영양도 손상됩니다. 이제 지단과 밀전병을 부쳐야 하는데, 자칫하면 두꺼워지거나 눌어붙기 때문에 약한 불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 노란지단(얉게 부치는 것이 기술)
ⓒ 한성수

아내는 흰 지단과 황 지단을 부쳐 키친타올로 가볍게 눌러 기름기를 제거합니다. 이제 밀전병을 부칠 차례입니다. 밀가루 반죽을 한 숟가락 떠내어 팬에 붓고는 숟가락으로 살살 문질러 동그란 모양을 만듭니다. 그리고 밀전병의 가운데가 투명하게 변할 때 재빨리 뒤집습니다. 너무 얇아서 쉽게 익는 모양입니다. 다 된 밀전병은 키친타올로 눌러 기름기를 제거한 후 서로 엉겨 붙지 않도록 치킨타올에 따로 따로 올려놓습니다.

샛노란 황 지단, 푸른 오이, 하얀 백 지단, 붉은 당근, 까만 석이버섯, 갈색의 돼지고기를 동그랗게 놓고 가운데는 밀전병을 올려놓았습니다. 드디어 완성입니다.

▲ 밀전병(가운데부터 살살 문질러 형태를 잡는다)
ⓒ 한성수

요리하는데,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칠절판을 보는 순간 눈물을 글썽입니다. 아마 제 어머니의 정성과 노고를 생각한 때문이겠지요. 나는 화려한 색과 아내의 정성을 밀전병에 싸서 겨자소스에 찍어 입에 넣습니다. 도타운 가족 간의 정이 뜨겁게 목덜미를 지나다가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 화려한 칠절판(겨자소스나 초고추장과 함께 드십시오)
ⓒ 한성수

여러분! 입맛 없는 더운 여름철, 식욕이 절로 일어나는 화려한 칠절판 요리, 어떠세요? 요리에 문외한인 제가 지켜보기에는 그리 힘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무우초절임'으로 만들기 힘든 밀전병 대신에 이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태그:#칠절판, #우리집 공식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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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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