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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가가 직접 손으로 만든 얼굴부조 작품을 상패로 만들었다.
ⓒ kasoonchan photo
우리 주변에는 일반적인 상패와 감사패, 기념패를 비롯하여 공로패, 재직기념패, 전역패, 송공패, 임명패, 축하패 등 특정인에 대한 기념물로써 이러한 상패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상패나 기념패의 특수한 활용가치에 따라 우리나라 상패 제조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상패제조업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상패, 트로피 등을 포함한 휘장 제조업에 종사하는 업체는 국내에 모두 3만 개를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중 일부 업체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세한 규모에서 소량 다품종 제작 시스템으로 가동되거나 고객의 주문을 받아서 실제 제작은 외주 가공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중국산 상패 재질이나 완제품의 품질이 높아져 소비자와 유통업자들 간에 인기를 더해주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세계 시장 속에서 경쟁력 없는 제품으로는 승부할 수 없는데다가 점점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눈썰미 때문에 신소재 개발이나 독특한 디자인을 늘 궁리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현실이다.

▲ 아트패를 제작하는 김상노씨. 세계무대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kasoonchan photo
새로운 발상으로 상패의 기본 틀을 바꾼다

이런 환경 속에서 기존의 천편일률적이고 식상한 스타일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독특하고 유용한 방식으로 상패를 제작하고 있는 이가 있어서 눈길을 끈다.

김상노(아트패·35)씨는 최근 국내 상패 시장에 '아트패'라는 이름을 걸고 특이한 발상을 적용한 색다른 상패를 선보였다. 김씨가 적용한 발상은 바로 전문 작가가 그린 인물화 작품을 상패에 그대로 접목시킨 것. 지금까지 인물화는 인물화대로 상패는 상패대로 각각의 용도에 따라 제각기 쓰여 왔는데, 이번에 선보인 인물화 아트패를 통해 전문 작가가 얼굴을 직접 그려서 완성한 격조 높은 아트패를 구현해낸 것이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눈 씻고 샅샅이 찾아봐도 이와 똑같은 형태의 상패는 없다는 것이다. 진작에 나왔을 법도 한 상패인데 지금까지 상패는 그저 크리스털이나 나무판에 단조로운 디자인과 문구를 새겨주는 정도로 그친 게 사실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이 있다면 단순히 사진(이미지)을 새겨주는 정도인데, 김씨는 아예 인물화 작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얼굴 그림을 실제와 닮게 그릴 것을 주문했고, 그 과정에서 유화와 파스텔, 점묘화, 목탄화 같은 특이한 기법을 통해 인물화 상패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국내에서 활약하는 수준급 화가가 사진을 인물화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그 얼굴 작품을 상패에 새겨주는 방식이다.

▲ 인물화 작가가 그린 작품을 상패로 결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아트패가 선보여지고 있다.
ⓒ kasoonchan photo
인물화 전문작가의 얼굴 작품에 다양한 신소재까지

그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한 언론기관이 선정한 대한민국 정치발전문화상 수상자 37명의 인물화를 아트패로 제작해 달라는 주문과 '기자가 뽑은 이달의 기자상' 수상자 상패를 제작해달라는 주문을 동시에 받았다.

이들 중에는 이명박 의원, 한명숙 전 총리, 김근태 의원, 강기갑 의원, 류근찬 의원 등을 비롯하여 전국 지역의 기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유명 화가들의 손으로 인물화 작품을 먼저 그려야 하므로 비교적 가격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상패 자체만으로 제작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므로 자신의 얼굴이 격조 높게 그려진 인물화 상패를 받는다면 누구든지 그 만족도는 몇 곱절 더 높아집니다."

김씨는 이미 여러 차례 주한 외국기업 임원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견본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마쳤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상패를 받아본 많은 사람들이 자신 외에도 더 많은 이들에게 특별 선물용으로 전해주고 싶다면서 추가 주문을 의뢰했고, 작품 가치를 인정해주니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해외 시장이나 국내 프리미엄 고객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제작기법

▲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유리공예 기술로 트로피를 개발한 김경환씨.
ⓒ kasoonchan photo
이런 획기적이고 유용한 특수 상패를 제작하는 이는 많지 않다. 수요층이 얇기 때문에 마케팅을 전개하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3시간 이내 제작 배송시스템'을 선보여 상패 주문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김경환(헤브론·44)씨는 최근 유리공예 기법을 응용한 환상적인 모양의 상패를 새로운 상품으로 시장에 선보였다.

김씨 역시 기존의 고만고만한 상패 모양에서 더 강렬하고 인상적인 것, 더 새롭고 작품성이 있는 상패는 없을까 궁리하다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서 빠떼 드 베레(Pate de Verre)라는 새로운 기법의 상패를 만들었다.

기원전 2500년경 최초로 유리를 사용하던 고대 이집트인들이 보석으로 생각했던 고귀한 소재라는 점에서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미리 만들어진 여러 색깔의 유리를 곱게 빻아 거푸집 안에 배치하여 높은 온도에서 구워 장신구를 만든 것. 이 기법은 화려하고 독특한 시각적 효과로 색다른 트로피를 원하는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라서 반응이 그다지 뜨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유리공예를 연구하는 전문 작가가 직접 수공예품으로 만든 작품이어서 진가를 알아주는 분들에게 어필한다면 아주 좋은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김씨는 틈틈이 박람회 이벤트 등에 참가하여 자신이 개발한 상패와 트로피 등을 적극 알리는데도 땀을 뿌리고 있다. 해외 업체에서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면 그것보다 더 멋지고 믿을만한 상패를 만들어내기 위해 밤잠을 줄이면서 연구에 골몰하고 있다. 손으로 만드는 상패 작업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전 세계 누구한테도 뒤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소박하지만 야무진 욕심이기도 하다.

코리아의 이름을 걸고 더 큰 시장으로

▲ 빠떼 드 베레(Pate de Verre) 기법을 응용하여 만든 트로피
ⓒ kasoonchan photo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들 상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문화비평가 박인과(49)씨도 "비교적 수요가 적긴 하지만 다양해지는 고객의 취향에 맞춘 틈새 아이템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며, 판매 경로를 잘 뚫기만 한다면 상패 시장에 새로운 터를 닦을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선진국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기법으로 상패와 작품을 결합시킨 아이디어 상품이므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경우 한국인의 자긍심마저 불러 일으키게 하는 좋은 아이템"이란 호평을 더했다.

불황때문에 살아가기가 힘겹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실제로 높은 소비자물가와 아직 열악한 근로환경 등을 체감하면서 한숨을 쉬는 일도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부딪치고 새로운 도전과 맞닥뜨려야 하는 숙명적인 것과도 같다.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것, 남들보다 더 쓰임새 있고 더 나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한결 윤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간접 광고나 홍보성 기사가 아니므로 연락처 전화번호나 웹사이트 등을 밝히지 않습니다.


태그:#아트패, #인물화, #김경환, #상패, #감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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