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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적인 영국 맥줏집(펍)의 바 모습. 7월 1일부터는 모든 좌석에서 흡연을 할 수 없다.
ⓒ 김성수

영국 술집의 낭만(?)이라면 한 손엔 술 한 잔, 입에는 담배 한 대를 물고 신나게 세상사에 대해 떠드는 것. 하지만 이런 영국식 술집 문화의 자유로움도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7월 1일부로 영국 전역의 실내 공공장소에서 더 이상 흡연을 할 수 없게 된다.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 이어 마지막으로 잉글랜드에서도 실내 공공장소 전면 금연령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전면 금연령이란?

영국의 실내 공공장소 전면 금연령은 한국의 경우와는 좀 다르다.

한국의 경우 면적이나 사람 수에 따른 제한적인 금연규칙이라면, 영국의 전면 금연령은 술집, 나이트클럽, 음식점, 영화관, 사무실, 공장, 대중교통시설 등에서 실내 흡연을 완전히 금지하는 시행령이다. 개인 집과 같은 장소로 간주될 수 있는 양로원이나 군 부대 등에서만 흡연이 용인된다.

많은 영국인은 이 전면 금연령이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적극 보호하며, 흡연 때문에 생기는 각종 비위생 문제 등 여러 사회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접흡연 결과로 본의 아니게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 영국 금연운동본부 웹 사이트.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
ⓒ 영국 금연운동본부

"금연령은 시민 자유 위협"

하지만 이 금연령을 달가워하지 않는 영국인도 꽤 많다.

맥줏집에서 술 한 잔과 함께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험한 세상의 시름을 잊는 방법이라 생각해 왔던 애연가들에게는 사실 청천벽력 같은 법령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 금연령을 정부와 금연운동가들이 시민의 행복추구권과 자유권을 위협해서 만들어낸 작품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학교 근처 맥줏집에서 만난 한 학생은 "일률적으로 술집 같은 데서도 담배를 완전히 못 피우게 하는 건 정부가 심하게 오버하는 것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권위주의적인 완전 통제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라고 항변했다.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자체적으로 금연으로 운영할 것인지, 흡연으로 운영할 것인지 결정하고 손님은 그에 따라 찾아가면 된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상당수 업주들도 이 금지령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술만 사 가지고 공원으로 가려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고, 술집 근처가 담배 피우는 사람들로 붐빌 게 불을 보듯 환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조치가 실질적으로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데 실효성이 많을 것인가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 <더 타임스> 6월 16일자 인터넷판 기사. 전면 금연령은 비문명적이고 말도 안 된다는 일각의 비판을 실었다.
ⓒ <더 타임스>

정부, 비판 일축... "비흡연자 권익보호 넘어 흡연자 건강에도 도움"

영국 정부는 이런 반대 의견들을 일축하고 있다. 지난 3월 이미 금연령 시행 1년차를 맞은 스코틀랜드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3월말 B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에서 전면 금연령을 시행한 결과 많은 사람이 담배를 아예 끊고 있다.

스코틀랜드 보건국은 4만6천명이 이 전면 금연령 때문에 담배를 끊었다고 밝혔으며, 국가의료보건서비스(NHS) 측은 금연 프로그램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전년에 비해 4.3%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정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매년 10만명 이상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며 스코틀랜드에서만 매일 30명 정도 사망한다.

보건부의 앤디 커는 "이 금연령은 단순히 공공장소에서 담배 연기를 맡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권익만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장기적으론 사람들이 담배를 끊는 효과를 불러온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금연령은 미봉책, 진정 국민 위한다면 대기오염 걱정해야"

패트리샤 휴잇 전 보건부 장관은 "이번 잉글랜드의 실내 공공장소 전면 금연령 시행으로, 영국 내 흡연 관련 질병 수치가 현저하게 낮아질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차후 60만여명 정도가 금연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이를 낙관적인 장밋빛 환상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다. 전면 금연령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학원생 윌 미킨스(26)는 "정부가 국민의 호흡기 문제를 염려한다면 금연령을 넘어 대기오염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 런던 같은 대도시의 자동차 매연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내 환경운동가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전면 금연령은 하나의 미봉책에 불과하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부가 공해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가들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영국에서 대기오염 문제와 호흡기 질환 문제가 더 공론화되길 내심 바라는 눈치다.

▲ 전면 금연령이 마법지팡이는 아니라고 일침을 놓은 <가디언> 6월 27일자 기사.
ⓒ <가디언>

일부 나이트클럽, 크게 반발... "토니 블레어 부인이 소송 대리"

여러 의견이 교차하는 가운데, 전면 금연령 시행을 앞둔 잉글랜드의 실내 공공장소에서는 재떨이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술집에서 마지막 흡연을 즐기겠다고 벼르는 애연가도 많다는 소문이다.

영국의 술집이나 음식점 업주들은 7월 1일부로 금연 표시를 실내의 잘 보이는 곳에 반드시 내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00파운드(약 18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흡연을 용인했다가 적발되는 업주에게는 2500파운드(약 450만원)가 부과되며, 개인에게도 30~50파운드(약 5만4천원~9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편 일부 나이트클럽은 이 전면 금연령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부인이자 인권변호사인 셰리 블레어가 한 나이트클럽의 소송을 대리할 것이라는 뉴스도 등장했다.

담배 회사들도 이런 일련의 상황을 접하며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이 모종의 계획(?)을 진행시킬 것이라는 후문도 들린다.

수많은 논란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전면 금연령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낼 게 분명하다.

▲ 영국 레스토랑의 비흡연석. 재떨이가 없다. 앞으론 레스토랑의 모든 좌석이 이렇게 된다.
ⓒ 김성수

세계 실내 공공장소 금연령 실태

영국 잉글랜드의 이번 전면 금연령 조치는 사실 늦은 감이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진작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또 곧 시행할 국가도 많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아르헨티나 : 2006년 10월 시행
▲ 호주 : 1999년 남호주 일부, 2006년 12월 전면 시행
▲ 부탄 : 2005년 2월(부탄에서는 2004년 세계 최초로 담배 판매 중지)
▲ 캐나다 : 2006년 1월부터 단계별로 전국 확대 시행 중
▲ 덴마크 : 2007년 8월 시행 예정
▲ 핀란드 : 2007년 6월 시행
▲ 홍콩 : 2007년 1월 시행
▲ 헝가리 : 2007년 6월 시행
▲ 아일랜드 : 2004년 3월 시행
▲ 이탈리아 : 2005년 1월 시행
▲ 리투아니아 : 2007년 1월 시행
▲ 네덜란드 : 2008년 1월 시행 예정
▲ 노르웨이 : 2004년 6월 시행
▲ 스위스 : 2007년 4월 시행
▲ 미국 : 1990년대 후반부터 주정부 차원에서 시행, 현재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실내 공공장소 흡연이 제한되는 상황
▲ 한국 : 1995년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후 3차례 개정)에 따라 금연이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나 전면 금연은 미실시

(출처 : 위키피디아)

태그:#영국, #금연령, #실내 공공장소 전면 금연, #완전통제사회, #흡연 관련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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