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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센스
11월이면 4살이 되는 내 핸드폰은 메시지를 보낼 때 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아 글자를 보지 않고 빠르게 누르면 글자가 제멋대로 써진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인내가 조금 필요한 것과 내장 카메라의 화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말고는 불편한 게 없다.

그럼에도 내 휴대폰만 보면 이제 제발 좀 바꾸라고 친구들이 입을 모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장 나면 바꾸려고 하는데 고장 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떨곤 했다.

아직 할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핸드폰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더 좋은 기능, 새로운 디자인, 고객들을 끌만한 충분한 매력을 가진 신제품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세상에 눈을 감고 귀를 닫지 않는 이상 잠재적인 구매자들에게 정보는 쉴 새 없이 흘러들어오기 마련이다.

신규로 하면, 번호이동을 하면 공짜로 최신 핸드폰을 준다는 광고는 왜 그다지도 현란한지 제아무리 돌부처라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 사람에게 이 책은 아주 유용하다. 절약의 차원을 넘어서서 왜 핸드폰을 자주 바꾸면 안 되는지 명쾌한 이유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콜탄'이라는 물질을 정련하면 나오는 금속분말 '탄탈'은 고온에 잘 견디는 성질이 있어 핸드폰과 노트북 등에 널리 쓰이게 되었다 한다. 별 가치 없던 자원이 불티나게 팔리게 되자 돈벌이에 솔깃한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콜탄을 채취하게 되었다. 콜탄이 묻힌 곳이라면 그곳이 지구상에 남아 있는 고릴라의 마지막 서식지라 해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신형 핸드폰으로 바꿀 때마다 고릴라의 보금자리는 점점 줄어들어 멸종의 위기에 놓인다는 이야기다. 단지 절약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저편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를 보호하는 거룩하기까지 한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구의 2/3가 물이라도 지구는 목마르다?

지구는 2/3가 물로 덮여 있지만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지구 전체의 물을 100리터라고 했을 때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은 고작 티스푼 반 숟가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풍요로운 물질 속에 살며 에너지나 자원도 무한정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고 있다.

물은 물론 전기도 아껴 써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야말로 펑펑 쓰고 있다. 예전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물을 더 아껴 쓰며 살았다. 추운 겨울 물을 데워 머리를 감고 손발을 씻으니 찜통 하나로 온 가족이 씻으려면 얼마나 아껴 썼을까.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우리는 아낄 줄 모르는 사람으로 진화해가고 있는 듯하다.

양치질할 때는 물을 컵에 받아 입을 헹구고, 머리를 감을 때도 물을 받아 하자. 면도나 샤워할 때, 비누칠하는 동안은 수도꼭지를 잠그자. 양변기 물통에 페트병이나 벽돌을 넣어 물을 절약하자. 설거지는 그릇을 모아 한꺼번에 물을 받아서 하고, 쌀뜨물을 받아두었다 기름기 있는 그릇을 닦자. 양변기에 절수형 레버를 달고, 샤워기에 절수형 샤워헤드와 수도꼭지를 달자. 세탁은 빨랫감을 모아서 하고, 비누는 표준량을 넣자. 세탁기의 마지막 헹군 물로 바닥청소를 하자. 샤워용품보다 천연비누를 사용하자. 세차는 호스를 사용하지 말고 물통에 물을 담에 걸레로 닦자. 복도나 마당을 청소할 때는 한번 쓴 허드렛물을 뿌리자. 화단이나 정원에는 빗물을 모아 뿌리자.

이상은 저자가 들려주는 물 아껴 쓰는 법이다. 굉장하다. 습관이 되지 않은 지금은 불편해 보이지만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냉장고를 믿지 말자

쇼핑한 물건을 장바구니가 터지도록 담고 신용카드를 꺼낸다. 현금이 나가는 게 아니다보니 산더미처럼 쇼핑을 했지만 계산할 때는 무덤덤하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면 마일리지 적립이다 뭐다 해서 혜택이 많으므로 좋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쇼핑한 물건을 낑낑거리며 차 있는 데까지 들고 와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식으로 쇼핑을 하면 집안에 물건이 늘 풍족하기 때문에 살림살이가 알뜰해지지 않는다. 모든 걸 헤프게 쓰게 된다. 할인마트에 가면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웬 궁상? - 178쪽

그렇게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오다 보니 물건이 귀하다는 생각을 하기 힘든 건 당연한 일. 푸짐하게 먹고 남은 음식은 냉장고로 들어가는데, 저자는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냉장고에 보관하는 음식을 최소화하자고 말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오히려 음식이 상해 버리거나 헤프게 먹는 일도 없었다고 한다.

냉장고의 60%만 채우고 음식물 간격도 일정하게 유지하면 냉장효과가 높다고 하며 알루미늄 호일이나 비닐 랩 대신 뚜껑이 있는 그릇에 담아 음식을 보관하고 가족이 여럿인 집은 냉장고 문에다 넣어둔 음식물 목록을 적어두면 전기도 절약하고 냉장효과도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아름 음식을 장만해서 냉장고에 보관하며 두고 먹으면 당연히 맛도 없다. 조금씩 요리해서 그때그때 먹는 게 최고다. 번거롭다는 게 흠이지만 그렇게 해야 버리는 음식이 줄어든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 노력해야 할 일이다.

저자는 책에서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을 재치 있게 정리해두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해온 종이컵, 나무젓가락, 화장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려준다. 산에 가서 '야호'를 외치면 안 되는 이유나 중고품과 친구가 되면 좋은 이유, 내복을 입어 기대되는 효과와 나무젓가락과 황사의 상관관계까지 독자들은 다양한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책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하나둘 실천이 늘어간다면 그 효과는 얼마나 클 것인가. 우리 모두가 잘 사는 방법이 그 속에 다 들어 있으니,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읽어두면 좋겠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개정판

박경화 지음, 북센스(2011)


태그:#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북센스, #지구, #자원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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