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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속 인물들 중 비상식적인 인물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러한 캐릭터가 때론 인기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론 짜증을 만들어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공감이 가질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 자신의 딸을 위해서라면 모든지 다 하는 배정자
ⓒ imbc
유형별로 따져보면 약간의 질병이 있거나 철저한 이기주의자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철저한 이기주의자들을 살펴본다면 단연 <내 곁에 있어>(MBC 아침드라마)의 선희의 엄마 배정자(정혜선)다. 모성애라는 이름 아래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그릇된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다.

배정자는 딸이 19살 때 가출해 결혼을 하던 과거를 숨기고 민용기(임채무)와 결혼을 성사시킨다. 그 과정에서 선희의 전 남편인 서준석(김갑수)로부터 떼어놓으려 갖은 짓을 다 한다. 특히 어린 아이였던 은주(이윤지)와 은호(백종민)을 버리고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거기에 최근에는 은주와 은호가 자신의 손녀와 손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녀의 행동은 철저히 자신의 딸의 안위를 위해 가수가 되려는 은호를 방해한다. 대부분 핏줄을 중시했던 다른 엄마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물론 혈연주의로 점철된 이기적인 가족주의도 문제지만 배정자라는 인물처럼 자신의 딸만을 위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부터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점철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극중에서 입버릇처럼 “명품인간도 따로 있다”라는 말을 하면서 돈이면 모든 것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로 일하는 윤섭모를 꼬여내 윤섭이를 재벌집으로 장가를 보낸다. 그리고 자신은 재벌집으로부터 건강검진 특혜를 받아 챙기는 수완까지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기적인 모습의 최절정은 서준석 죽음에 웃으면서 ‘두 다리 쭉 뻗고 자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이처럼 배정자라는 인물은 지독히도 극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캐릭터를 설정하고 상황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드라마 속 엄마들은 보통 자신의 자식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모습이 곧잘 등장해 왔다.

그렇지만 그들은 어느 정도 이해를 얻어냈다. 사실 한국의 엄마들 대부분이 자신의 자식을 먼저 챙기는 헌신적인 면모가 있기에 그것이 설사 조금 이기적인 행동이라도 용서를 받곤 한다. “그게 엄마 마음이야!”라는 말로 말이다.

하지만 <내 곁에 있어>의 배정자는 “그게 엄마 마음이야!”라고 하기엔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그릇된 가치관, 엄청난 잘못을 몸소 실천해 보여 기존 엄마들보다 더욱 지독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어 용서의 허용치를 넘어섰다.

으레 자신의 딸이 좋은 집안으로 시집가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배정자는 그런 마음이 얼마나 추악한 일을 만들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준 사람이다. 그래서 극에 재미를 불어넣고는 있지만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 태현을 향한 사랑의 스토커 소영
ⓒ imbc
그런데 이런 인물들은 드라마에 한 명씩은 꼭 있다는 것. <나쁜 여자 착한 여자>(MBC 일일드라마)에는 ‘미친 여자’ 소영이 있고, <사랑하기 좋은 날>(SBS 아침드라마)에는 효진의 시어머니, <행복한 여자>(KBS 주말드라마)에서는 준호 엄마 변영자가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것밖에 모르는 인물로 절대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한 인물들이다. 그것이 시청률을 떠나서 왜 꼭 저런 인물들을 만들어 갈등을 일으켜야 하는 것일까? 사실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극에서 어느 정도 악역을 담당해야 하는 인물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 곁에 있어>의 배정자 같은 인물은 극단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내면서 시청률을 철저하게 의식한 경우다. 과거 <하늘이시여>(SBS 주말드라마)의 배득(박해미)이 그러했다. 물론 배득이는 인기를 얻었지만 캐릭터로만 볼 때 아무런 이유 없이 딸을 괴롭히는 전형적인 팥쥐엄마였다.

그리고 인기를 얻지 못했다면 사실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을 인물이다. 그런 면에서 <내 곁에 있어>의 배정자도 마찬가지다. 이중적인 성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에 스스로 타당성을 부여하는 모습은 ‘욕해도 보는 드라마’라는 일종의 공식을 들먹여 인기를 누리고자 한 속셈이다.

불행히도 그것은 적중해서 <내 곁에 있어>는 아침드라마의 왕좌로 군림하고 있으니 제작진의 의도가 또 한 번 성공한 셈이다. 결국 드라마에서는 그러한 캐릭터가 줄기차게 등장하는 것은 시청률이 일단 오른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도 계속해서 만들어 시청률에서 덕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분명 그러한 캐릭터들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할지도 모른다. 이미 그런 캐릭터가 있다.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소영은 초반 인기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아동학대 등의 행동이 등장하면서 억지 설정으로 캐릭터가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러한 점을 제작진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캐릭터가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져 더욱더 자극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다보면 그 끝은 분명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시청률에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내 곁에 있어, #배정자, #나쁜여자 착한여자,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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