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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구 대위의 어머님과 가족, 그리고 강 대위의 친구들
ⓒ 황종원

동작동 가는 길 20여년은 늘 햇살 싱그럽고 맑은 날이었습니다. 청춘의 아들, 대위 강종구가 묘비로 선 뒤에 어머니께서는 늘 그 자리에 함께 계십니다. 햇살이 내려도 비처럼 맞이하는 어머니 곁에 꽃은 피었습니다.

지금 아들들이 친구의 묘비에 서는 나이 만큼이셨던 어머니께서는 팔순을 넘기셨습니다. 내년에는 다시 볼까 몰라 하시면서 날짜를 꼽으시더니 정말 이제는 기력이 많이도 약해지셨습니다.

잠시 지나갈 기침을 백일이나 하시니 흘러간 세월은 어쩔 수 없다 하여도 노환이 친구가 된 세월은 서럽습니다. 어머니의 아들들 역시 환갑이 되니 어머니의 친구가 남 같지가 않네요. 현충원 정문에서 높다란 자리에 있는 아들이 누운 묘지까지 쉬엄쉬엄 오시면서 많이 어지럽다 하시는군요.

하루하루 지난날이 삼백일이 넘어도 마치 하루를 보낸 듯이 보내셨다며 좌우에 함께 온 아들 딸 며느리 손자가 든든하시지요. 그래도 떠난 자식이 그리워 젖어있는 어머니 눈시울을 알고 있어요.

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도 산 입들은 떡 먹고 김밥 먹고 맥주 먹고 웃으면서 깔깔깔 대며 어머니의 시름을 녹여드리려 애를 쓰는 어머니의 아들의 친구들의 애교가 귀여우시지요. 만나면 기쁜 날이나 함께 있는 누이에게 슬픈 소식이 날아오네요.

병석에 누워 계셨던 시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니 어머니의 말씀은 "다음엔 내 차례인가 봐" 하시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은 쉽게 안 가신답니다" 한바탕 웃지만 어머니의 건강이 마음에 걸립니다.

가슴에 안아드리면 우리 어머니 같은 살 냄새의 어머니. 묘지를 떠나면서 어머니의 냄새를 가슴에 담고 갑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도 늙은 어머니의 세월이 슬퍼서 눈물을 안고 갑니다.

태그:#현충일, #국립현충원, #강종구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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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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