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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경태 전 <한겨레21> 편집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피고인(고경태 전 <한겨레21> 편집장)은 무죄."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7단독(판사 신진화)은 지난 30일 "고 전 편집장의 칼럼은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고 전 편집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 전 편집장이 이번 사건을 소재로 칼럼을 쓰면서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한 언론인으로서 필자 자신의 편집권에 관한 견해를 반영, '뒷구멍 기사 삭제 사건' 등으로 표현했다고 해서 허위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고 전 편집장이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주요하게 보도된 <시사저널> 사태를 칼럼을 통해 적시한 행위에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고 전 편집장에게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금 사장을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 명예훼손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허위 사실을 포함하거나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입증돼야 한다.

"<시사저널> 사태 관련 첫 번째 사법부 판단"

고 전 편집장은 3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시사저널> 사태 이후 금 사장이 일방적으로 기사를 뺀 것에 대한 사법부의 최초 판단"이라며 "금 사장이 '정당하게 편집인으로서 권한을 수행했다'는 주장에 대한 사법부의 결정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 전 편집장은 지난해 7월 4일자 <한겨레21>의 편집장 칼럼을 통해 금 사장의 일방적 지시로 삼성 관련 기사가 삭제되면서 발생한 <시사저널> 사태를 "뒷구멍 기사 삭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고 전 편집장은 또한 "편집책임자(이윤삼 당시 편집국장)를 '왕따'시키고 기사를 삭제한 금 사장의 행위는 몰상식의 표본"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제대로 된 '언론탄압'의 전형을 오랜만에 보여준 금 사장께 감사드려야 할 것만 같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금 사장은 고 전 편집장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형사 소송에 대한 것이며, 민사 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금 사장은 이외에도 성명을 통해 자신을 비난한 <기자협회보>와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등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

"금 사장보다 편집국장 진술에 신빙성 더 둘 수밖에 없었다"

▲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재판부는 금 사장과 이윤삼 전 편집국장의 법정진술과 진술조서를 토대로 "두 사람의 주장 중 이 전 편집국장의 주장 내용에 더 신빙성을 둘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로 자진 사퇴한 이 전 편집국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삼성 관련 기사를)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어 더 검증한 후 출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며 삼성 그룹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기사를 삭제한 것이 아니라고 한 금 사장의 주장을 재판부에서 신뢰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금 사장은 처음 고소할 당시, 지난해 6월 15일 오후 3시께 '삼성 그룹 홍보실의 전화를 받고 기사를 검토했다'고 주장한 반면 두 번째 열린 공판의 대질신문에서는 '기사의 교정쇄를 다음날(16일) 처음 봤다'고 (진술을) 일부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금 사장은 조사 당시 "편집국장에게 기사를 일단 빼고 더 검증해서 출고를 결정하자고 했다, 인간적으로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전 편집국장과 기사를 작성한 이철현 기자는 "금 사장이 '나와 삼성과의 관계를 잘 알지 않느냐'며 출고 보류를 권했다"고 입을 모았다.

피고소인들, 무고 혐의로 금창태 사장 고소 방침

한편 금 사장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이들은 무고 혐의로 금 사장을 맞고소할 방침이다. 소송 제기자는 고 전 편집장, 최민희 전 민언련 대표, 정일용 기자협회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서명숙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강지웅 MBC < PD수첩 > 프로듀서 등 7명이다.

<시사저널> 노조에 속한 고재열 기자는 "금 사장이 타 매체와 언론단체를 소송 '폭탄'으로 재갈을 물리려 한 것을 제재하고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며 "(금 사장의 행동엔) 악의적으로 비판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또한 금 사장을 겨냥해 "언론인 출신이라면 언론중재위원회를 찾는 등 설득력 있는 절차를 밟아야지, 무조건 소송을 하는 것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소송은 취재제한만큼 언론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 사장은 기존 <시사저널> 기자들이 아닌 대체인력을 투입해 제작한 <시사저널>을 '짝퉁'이라고 표현한 고 기자와 <오마이뉴스>, 서명숙 전 국장을 상대로 지난 1월 소송(명예훼손 혐의)을 제기했다.

▲ 정일용 기자협회장(가운데) 등 금창태 사장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이들은 금 사장을 상대로 무고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태그:#시사저널, #고경태, #금창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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