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역신문 난립구조의 핵은 관언유착"
"기자실 폐쇄하고 브리핑 룸 개선을…."


지역신문시장의 붕괴와 저널리즘 기능의 황폐화로 대표되는 지역언론의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연속세미나가 광주와 전주에서 잇따라 열렸다.

광주전남민언련이 지난 23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지역언론개혁과제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30일에는 전북민언련 주최로 전북대에서 같은 주제의 연속 세미나가 이어진 것.

지역신문의 저널리즘 기능을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온 '관언유착'의 문제를 진단하기 위한 이번 세미나는 지방자치단체 홍보예산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아울러 지역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공적지원의 필요성과 함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구독료 지원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관행은 참으로 무섭다"

▲ 지난 23일과 30일, 지역언론의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연속세미나가 광주와 전주에서 잇따라 열렸다.
ⓒ 박주현
전주지역 세미나에서 제기된 지역신문의 구독료지원제도에 관해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그동안 관언유착의 고리로 지적돼 온 '홍보예산'을 민간영역이 참여하여 운영하는 일명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이었으나 신문사 난립과 부작용 속출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30일 오후 3시부터 전북대 사회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승희 광주시 북구의회 의원은 '언론홍보비 지출의 발전방향 모색'을 주제로 첫 발제를 했다. 이 의원은 발제에 앞서 "지난해 기초의원에 당선된 이후 구청장 업무추진비의 카드깡 의혹과 보도사례비 잘못 지출을 지적해 왔다"며 "그러나 시정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한 실정"이라고 전제했다.

"관행은 참으로 무섭다"는 이 의원은 "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 가운데 기관운영업무추진비 외에 시책사업업무추진비가 마치 단체장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보도사례비 등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대부분 지자체들이 업무추진비 내역을 언론사들 눈치 때문에 제대로 공개하기를 꺼려하고 있다"면서 "업무추진비 50∼60%가 밥값 또는 격려금과 축조의금 등 현금사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자신의 구에서조차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구청과 동사무소, 의회사무국 등에서 2005년과 2006년 4500여만원의 예산이 10개 이상의 지역신문 구독료로 집행됐다"고 공개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 의원은 언론홍보비 집행기준 마련, 구청과 의회의 구정홍보 기사스크랩 없애기,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 룸으로 개선, 업무추진비 홈페이지 및 관보에 공개, 주민감시활동 강화 등을 내세웠다.

"지자체 기자실, 획일화 폐쇄성 여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자실 문제와 관련, 이 의원은 "기자실은 주요 언론사들이 중심이 돼 일부 지역언론사들의 취재를 통제한다"며 "기자실 중심의 기사작성 문화는 매시기 현안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취재나 보도를 가로막고 언론사의 기사가 다양하고 차별화되지 못한 채 똑같은 내용으로 획일화되는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기자실을 보도실이나 브리핑 룸으로 개선하는 것은 지방행정과 지역언론의 관계를 정립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날 '신문시장 정상화방안'이란 주제로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민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은 새로운 공적지원구조에 대한 이색 제언을 했다.

그는 "광주와 전남에 15개, 전북에 10개 등 호남지역에만 25개 지역 일간지가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역민들은 지역신문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신문 가구구독률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광주 5.2%, 전남 4.3%, 전북 2.9%로 전국평균 5.2%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지역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외면과 경영환경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문의 난립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가장 큰 요인은 정치적 지대 획득을 목적으로 한 지역토호들의 신문시장 진입과 관언유착을 통한 생존기반 유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언유착의 고리를 끊고 지역언론의 내부개혁이 절실한 시점에서 지역사회 내부의 지역신문 공적지원구조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지역사회의 동의와 협력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그의 공적지원구조는 선개혁 후지원, 민관학이 참여하는 지역신문개혁위원회 구축 선행, 지역신문사에 대한 지원이 아닌 독자에 대한 지원의 원칙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신문개혁위원회의 역할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구독료지원제도다"며 "매체의 난립과 규모의 영세성, 낮은 구독률의 특징을 가진 지역신문시장에서 구독료 지원이라는 공적지원구조가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신문 구독료지원제도' 찬반 논쟁

▲ 30일 전북대 사회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승희 광주시 북구의회 의원은 '언론홍보비 지출의 발전방향 모색'을 주제로 첫 발제를 했다.
ⓒ 박주현
박민 사무국장은 "<조중동> 등 중앙의 과점신문들이 지역신문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그들이 결코 지역사회의 공론장 기능을 대신 해주진 않는다"면서 "결국 건강한 지역언론을 지역민들이 형성하는 것이 지역사회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날 토론자들의 의견은 둘로 갈렸다. 오미덕 참여자치21 소장은 "구독료지원제도에 반대한다"며 "지역신문 스스로 자생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사주의 모기업 이윤창출을 위한 지역신문들이 많은 가운데 공적자금 투입은 자칫 언론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시민단체의 감시활동 강화로 전북지역에서 계도지가 모두 사라졌다"며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지역신문 살리기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특정신문을 겨냥하거나, 해당교수 또는 시민단체와 유착관계를 맺을 소지가 차단되는 것을 반드시 전제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채정희 <광주드림> 기자는 "촌지수수 관행을 보도했다가 지역언론계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심지어 배신행위라는 비난은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고백하면서 "특히 선거기간 중에 보도자료와 함께 건네는 대봉투는 반드시 촌지가 들어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받아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밖에 이날 시민단체와 언론계를 대표해 참석한 토론자들은 "지역언론은 지금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지자체에 대한 언론의 감시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태그:#지역신문, #기자실 폐쇄, #전북대, #구독료지원제도, #지역언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