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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애불상 노출 모습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가 경주 남산 열암곡(列岩谷)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마애불상(磨崖佛像)을 발견했다. 마애불상은 석벽에 글자나 그림, 불상 따위를 새긴 것인데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13호인 석불좌상(石佛坐像)의 복원정비사업과 관련한 발굴조사 중 발견한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불상은 암석(250×190×610센티미터, 약 70톤)의 면을 돋을새김(고부조:高浮彫)으로 조각한 마애불 입상이다. 불상이 조각된 암석은 원래 위치에서 경사진 앞쪽으로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불상이 조각된 면이 지면에 닿아 있어 불상의 전체적인 면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 마애불상 세부(대좌, 다리 부분)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그동안 마애불은 땅에 묻혀 있어 발견이 되지 않은 것은 물론, 보존상태가 완벽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존에 발견된 마애불들은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많이 훼손된 상태이다. 암석의 남쪽 면 바위틈의 흙을 조금 파내 대좌와 왼쪽 다리, 가슴·어깨 일부를 볼 수 있게 해놓았는데 예술적 우수성 또한 매우 높은 작품으로 근래 보기 드문 수작(秀作)으로 평가하고 있다.

불상의 규모는 대좌에서 목까지가 430센티미터이며, 지면에 묻혀 있을 불상의 머리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크기는 약 5미터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불상의 형태와 주변유적(열암곡 석불좌상)과의 관계로 미루어 보아, 마애불의 조성 시기는 석불좌상과 같은 시기인 8세기 후반경일 것이라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추정하고 있다.

▲ 마애불상 근경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번 발견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지난 4월부터 경주시의 의뢰로, 없어졌다가 지난 2005년 10월 인근 계곡에서 발견된 열암곡 석불좌상의 불상 머리 복원 및 주변 복원정비사업 일환으로 발굴조사 도중 석불좌상에서 약 20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이뤄졌다. 아마도 같은 경역 내에 있어 석불좌상과 더불어 경배대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열암곡 석불좌상은 그 조각 수법이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서 불상 머리와 대좌 등이 복원되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져 남산의 새로운 명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와 연관이 있는 마애불이 같은 경역 내에서 발견됨으로써 앞으로 이 유적은 남산에서 가장 주목받는 우리 문화유산 성지(聖地)의 하나가 될 것이라 발굴자들은 입을 모은다.

▲ 석불좌상에서 바라본 마애불상(동그라미 그려진 부분)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위의 경우처럼 방치된 우리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정비하는 조사·연구 작업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번 발견과 같은 귀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알리는 중요한 성과가 계속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된다.

"우연히 발굴했지만 흥분할 만한 큰 발견"
[전화인터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주헌 학예연구실장

- 어떻게 발견했고, 당시의 느낌은 어땠는가? 또 주변에 석불좌상이 있다고 했는데 그럼 근처에 유물이 더 있을 수 있고, 경내가 무슨 유적지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근처에 있는 석불좌상 머리 복원과 주변 복원정비사업을 하다가 우연히 발굴한 것이다. 발굴은 우연히 한 것이지만, 당시 우리는 몹시 흥분한 상태였고 큰 발견이다.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발굴에 따라 더 많은 유물이 발굴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이 경내가 아마 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 앞쪽으로 넘어졌을 것이라고 했는데 넘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람이 일부러 넘어뜨렸을 가능성은 없고, 거대한 불상이 바위의 균열이나 무슨 자연현상에 의해 넘어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모른다."

- 불상의 규모가 그동안 발견된 마애불상들과 비교해 어떤가?
"그동안 발견된 불상들 중 가장 큰 것은 아니겠지만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규모보다는 완벽하게 보존되었고, 예술적 우수성도 매우 높은 작품으로 보여 우리는 발견 당시 몹시 흥분할 정도였다."

- 향후 이 유적은 남산에서 가장 주목받는 우리 문화유산 성지(聖地)의 하나가 될 것이라 평가했는데 그 가치가 석굴암에 버금갈 정도는 되는가?
"아직 정확한 것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정도로만 보아도 그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다. 다만, 이 거대한 불상을 세워야 확실히 볼 수 있고, 연구 조사도 이루어질 것이데 이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아직 가늠이 안 된다."

- 조각된 면이 땅에 묻혀있었다고 하는데 사진상으로는 완전히 묻힌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묻혀있는가? 또 묻혀있어서 보존된 것은 부여에서 발굴된 '백제금동대향로'와 같은 이치인가?
"물론이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은 가능한 확인을 위해 일부 흙을 파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완전히 묻혀 있었다. '백제금동대향로'가 진흙 속에 묻혀 있었기에 완벽하게 보존되었었는데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 김영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대자보, 문화저널21, 수도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마애불상,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주헌, #경주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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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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