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간만에 가는 남도답사였다. 고향이 남도이면서 정작 남도의 여러 곳을 다니지 못하여 아쉬운 바가 많았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진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진도(珍島)…. 말 그대로 보배로운 섬이란 뜻이다. 얼마나 보배롭고 아름답기에 그러한 이름이 붙었을까? 호서에서 호남으로 가는 길은 역시 멀기도 멀었는데,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여름이었다. 그래도 정오에 이르기 전에 진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진도에 도착하여 우선 점심부터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답사란 우선 배부터 채우고 무엇을 보던가 해야 제대로 된 답사가 아닐까? 제육볶음에 꽁치구이를 맛보면서 오랜만에 남도음식을 듬뿍 먹었다.

▲ 마을 뒷편에 있는 자그마한 바위산. 이 금골산 아래에 금골산 오층석탑이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해언사가 있다. 그리고 이 금골산에 있는 동굴 속에 금골산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 송영대
식당에서 나와 저 멀리를 바라보니 기이하게 생긴 산이 있었다. 커다란 바위산으로서 곳곳에 푸른 초목들이 드문드문 고개를 내밀고 있다. 기암괴석이 멋진 장관을 연출하고 있어서인지 그 아래쪽에 해언사라는 절도 있었다. 본래 고려시대에는 현재의 금성초등학교에 해월사(海月寺), 혹은 해언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 진도 금골산 오층석탑. 현재 금성초등학교 교정 내에 위치하고 있는 고려 후기의 탑이다. 전체적으로 세장하고 옥개부가 넓은 게 백제계 석탑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보물 제 529호)
ⓒ 송영대
보물 제 529호인 금골산 오층석탑(金骨山五層石塔)은 금성초등학교 교정 내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돌아서 금골산(金骨山)으로 가는 쪽으로 갔다. 그곳에서 해언사로 올라가는 길 바로 옆에 금골산 오층석탑이 있기 때문이다.

오층석탑은 홀로 우두커니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세장하고 옥개부가 넓다. 단층기단으로 되어 있으며 상대갑석은 2개의 판석으로 이뤄져 있다. 기단석은 4장의 판석으로 되어 있으며 기단마다 우주와 탱주가 새겨져 있다.

▲ 금골산 오층석탑 초층 옥개부에 있는 풍탁의 흔적. 2층 옥개부에서도 이러한 흔적은 보이나, 다른 부분에서는 마모되거나 잘려나가서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아쉽다.
ⓒ 송영대
옥개석을 바라보면, 옥개받침은 1층~4층까지 5단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5층은 3단으로 되어 있다. 전각은 평평하며 끝부분이 살짝 들어올려진 것이 특징이다. 초층옥개석의 전각을 자세히 보니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이는 풍탁의 흔적이 아닐까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초층옥개석의 다른 면을 살펴보았으나 다 떼어져 나가서 그 확실한 모습을 알기는 힘들다. 다만 2층 옥개석의 전각에서도 그러한 흔적이 보인다. 즉 고려시대엔 이 탑에 풍탁이 달려있어 바람이 불면 흔들거리며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상륜부에는 작은 보주가 오뚝이 모양으로 있다.

탑신부는 초층탑신은 다른 탑신부에 비해서 매우 긴 게 특징이다. 그리고 2층 이상부터는 탑신과 옥개석이 1개의 돌로 각각 구성되었다. 초층탑신부는 세월로 인해서인지 틈새가 매우 넓은데, 그 틈새 속에 무엇인가가 있는 듯 하였다.

▲ 금골산 오층석탑 초층탑신 안에 있는 벌집. 초층탑신을 이루는 판석간의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 그 속에 벌집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 보호가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 송영대
카메라를 들이대어 줌인을 하고 촬영을 하니 이상하게 생긴 무엇인가가 안에 들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벌집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문화재 내에 이런 벌집이 있는 게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자연과 하나 된다는 점에서는 좋으나 기본적인 관리가 되는 게 좀 더 좋지 않을까?

이 금골산 오층석탑은 고려 후기의 석탑이다. 개중에서도 백제계 석탑인데, 백제계 석탑은 주로 한반도 남서부에서 확인된다. 신라계 석탑에 비해서 균형감은 약간 떨어지나 전체적으로 세장한 느낌이 주는 게 특징이다.

이는 넓은 옥개부와 기단부가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그러한 느낌을 준다. 백제계 석탑은 충청권과 전라권에서 많이 보이는데, 이중에서도 금골산 오층석탑은 백제계 석탑 중 가장 남부에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금골산오층석탑을 보고 난 이후에 천천히 해언사(海偃寺)로 올라갔다. 해언사는 근래에 지어진 작은 절로서 입구에는 바위 위에 석탑 부재들을 약간 조립하여 올려놓은 게 눈에 띄었다.

▲ 금골산 해원사의 대웅전 옆에 있는 석불좌상. 투박하고 서민적이며 선정인을 취하고 있다. 등 뒤에 나무짐을 메고 있는 모습이 재밌다.
ⓒ 송영대
해언사의 건물들은 몇 되지 않았다. 가장 높은 곳에 대웅전이 있는데 지붕의 곡선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준다. 대웅전 옆에는 작은 돌부처가 있다. 자세히 보면 투박하게 생긴 돌 2개를 석불 머리에 모자처럼 올려놓고, 손을 가지런히 잡아 선정인을 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왼손이 오른손의 위로 올라가 손을 포개 배에 댄 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석불 뒤에 있는 나무짐이다. 밧줄로 소나무 가지들을 꽁꽁 묶어놓아 나무꾼이 등에 짐을 메고 있는 모습을 띄고 있다. 그리고 옷깃을 여민 고름이 마치 호루라기 같다. 부처의 근엄함과는 달리 투박하고 서민적인 이 석불에게 나무꾼석불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고 대웅전에서 내려왔다.

아래에 스님이 계셔 저 석불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스님은 웃으시면서 전북 정읍 고부에 있는 유선사에서 가져온 원효대사라고 하셨다. 그곳에 계시면서 땅을 파서 나온 걸 이곳으로 가져오셨다고 하셨다.

스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내려갔다. 스님께선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배웅해 주셨고 날씨 좋은날, 남도의 정을 느끼며 천천히 금골산을 내려왔다. 시간 관계상 금골산 마애여래좌상을 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덧붙이는 글 | 5월 11일 ~ 12일까지 진도 답사를 다녀와서.


태그:#금골산, #오층석탑, #금성초등학교, #해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