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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폭풍의 언덕>은 굉장히 방대한 작품입니다. 기존의 많은 영화들에서 다뤘지만 대부분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사랑 얘기에만 초점을 맞췄죠. 저는 원작이 원래 말하고 있는 '인간과 사랑의 본질, 영혼의 사랑'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잘 알려진 작품일수록 무대에 올리는 연출가에게는 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연극 <폭풍의 언덕>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맹연습 중인 송현옥(46) 세종대 영화예술학부 교수는 작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19세기 중반 30세의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쓴 <폭풍의 언덕>은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소설. 죽음으로도 막을 수 없었던 두 남녀의 폭풍 같은 사랑과 잔인한 복수, 이로 인한 두 집안의 비극을 강렬하게 그렸다.

송 교수는 원작이 가진 심오한 철학을 살려낸 각색과 무용적인 요소를 첨가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원작은 내레이터가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회상체의 형식인데 이번 작품에선 히스클리프가 과거로 돌아가 캐서린의 죽음을 목격하고 영혼의 정화를 느낍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영혼의 사랑이 이 극의 주제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21세기에 굳이 19세기 고전소설을 가져와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송 교수는 "잃어버린 신화적 상상력을 되살려 긍정적인 삶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극 속에서 사랑을 두려워하던 헤어튼이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영혼의 결합을 목격하고 현실의 사랑에도 확신을 가진 것처럼 말이다.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모두가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중요시합니다. 저는 '이 세상엔 인간의 이성으로 알 수 없는 많은 일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고민 끝에 19세기 낭만주의와 신비주의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죠."

이번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연극에 현대무용과 발레 동작을 도입해 사랑과 슬픔, 질투, 증오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이다.

송 교수는 "언어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깊은 사고를 이끌어내지만 정서를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무용 동작을 통해 표현한 몸의 언어가 관객들에게 정서적으로 와닿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작 <핫 하우스>와 2006년 <파우스트>에서도 연극과 무용을 접목한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 바 있다. 여기에는 무용을 전공한 큰딸이 단단한 지원군이 되어줬다.

송 교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인으로도 잘 알려졌다. 시장 당선 후에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물었더니 "남편이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때문에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송 교수는 원래 드라마를 전공한 영문학자 출신이다. 연극평론가로 활동하다가 주위의 권유로 연출을 시작한 것이 2002년. 세종대 대학원생과 졸업생을 중심으로 한 극단 '혼'을 창단하기도 했다. "학교에서의 실습으로 채워지지 않는 현장경험을 학생들에게 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가 극단을 만든 이유다.

송 교수의 다음 계획은 위안부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를 꼭 남겨놓고 싶다"며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통해 시대가 한 여성의 인생을 어떻게 바꿨는지 얘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태그:#송현옥, #폭풍의 언덕, #오세훈,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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