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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찬, 이민영 폭행 논란'을 둘러싼 언론보도가 과열되고 있습니다. 아래는 이와 관련해 '서울여성의전화' 부설 서울성폭력상담센터 문채수연 센터장이 보내온 비평입니다. <편집자주>
▲ 탤런트 이찬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탤런트 이민영씨.
ⓒ 오마이뉴스
데이트 관계에서도 폭력은 발생한다. 아내 폭력의 가해자가 배우자나 전 배우자라면, 데이트폭력의 가해자는 애인이나 전 애인일 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내 폭력의 경우 가해 배우자가 생활비를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실은 생활비 통제가 폭력의 유형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이다. 상담을 통해 알게 되는 사실은 이 둘이 쌍생아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하나. 데이트 관계 중에서도 폭력이 발생하고 그 폭력이 결혼관계를 통해서 지속된다는 것.

둘, 피해자의 노력으로 가해자의 폭력을 종식시킬 수 없다는 것. 셋, 한국사회의 언론이 성별권력관계에 있어서의 폭력문제, 특히 연예인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문제 만큼은 너무나 자주, 많은 이들을 크레바스(얼음이 갈라진 틈)에 빠뜨린다는 것.

일반 가정폭력엔 무심했던 언론, 그런데

여성에 대한 폭력근절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언론은 때로는 내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남편이 되기도 한다. 여성폭력문제를 다루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느끼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사뭇 예전과 달랐다.

서울여성의전화 사무실에 어제처럼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 게 언제쯤인지 모르겠다. 가정폭력, 성폭력 상담을 통한 여성인권운동을 하면서 여성폭력피해자 지원 및 가해자 처벌을 위한 기자회견과 보도요청을 했을 때 한 줄 답변으로도 응답을 해주지 않던 이들이다.

그런데 오늘은 자청하여 전화를 주고, 거절을 해도 막무가내다. 먼길도 마다 않고 오겠단다.

폭력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면서도, 이번 사건에는 애써 둔감해지고 싶었다. 실은 피해자가 연예인이었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언론이 2차 가해를 해왔는지 그 동안 경험을 통해 많은 부분 목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서 성별권력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일은 차치하고서라도, 아내폭력 문제를 여전히 '사소한' '개인적인 일', 혹은 '연예인이라서 드러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처럼 휘두르는 모습 또한 볼썽사나웠다.

여성에 대한 폭력 앞에선 유독 더딘 '진보의 시계'

▲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여성폭력추방공동행동이 지난 해 4월 11일 오후 청계천 광장에서 '여성폭력 없는 세상' 선포식을 열고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폭력문제는 사소하지도 않을뿐더러 피해자의 직업에 따라 고통의 정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여성에 대한 폭력의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에서만큼은 진보는 더디다.

그러나 예전 그대로였다.

많은 곳에서 비슷비슷한 어조와 통과의례로 그들의 만남에서 결혼,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을 경과보고 하듯이 샅샅이 보여주었다. 실시간으로 가해자의 말과 눈물, 피해자의 상처와 진술을 토대로 언론에 의해 구성된 폭력재현의 드라마(제목 <진실게임>) 한 편을 만들어냈다. 좀 더 선정적이고 좀 더 자극적인 헤드라인 각축전을 통과한 정보가 사건의 본질 또는 실체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초점을 두면서.

피해자나 가족에게 미칠 영향 등은 크게 조명하지 않은 채, 한 술 더 떠 피해자에게 가해자 처벌 의사를 재차 묻고, 가해자의 방송 출연 여부에 더 관심을 보인다. 이는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여성폭력에 대한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국민적 관심을 끌어들인 차에 언론이 폭력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기위해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노력들을 해나가야 하는지 보도해야 한다거나, 더 나아가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정도까지 스스로 진일보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너무 무모한 바람일까?

태그:#이찬, #이민영, #가정폭력, #문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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