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의상 스타일리스트로 근무하는 한승길씨.
퇴근 후 드럼 동호회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문경미

대한민국 직장인은 고달프다.

이른 아침 피곤한 출근길, 만원 지하철·버스 안에서 잠깐 눈을 붙일까 싶다보면 어느새 사무실에 도착한다. 사방이 꽉 막힌 공간 속에서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상사들 눈치보다 보면 어느덧 퇴근 시간. 하루에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것도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회의가 밀려든다.

그러나 막상 집에 가도 TV 외에 뾰족한 낙이 없는 직장인이 다수. 일상에 지친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그래서 더 서글프다. 열심히 일한 나! 퇴근 후 어디서 뭘 하면 좋을까?

직장인은 TV 말고는 낙이 없다고? 왜 없어?

의상 스타일리스트 한승길(39)씨는 퇴근 후에는 드러머로 변신한다. 퇴근 후 거의 매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렛츠 드럼'신촌 동호회 연습실을 찾는 한씨는 동호회에서 일명 '한스 형님'으로 통한다.

고교 시절 잠시 밴드 활동을 하며 기타를 연주했던 한씨는 손을 다치면서 꿈을 접었다. 언젠가는 다시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만 있었을 뿐.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일을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소망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04년 8월, 한씨는 기나긴 망설임에 종지부를 찍고 퇴근 후 드럼 동호회를 찾아갔다.

개인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고 있는 한씨는 낮에는 대화할 상대가 거의 없다. 그는 "낮에 혼자 조용히 일하다 보니까 저녁에는 그런 생활을 탈피하고 싶어 드럼 동호회를 더 찾게 된다"고 말한다. 드럼을 배우게 되면서 무엇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의사도 있고, 증권사·잡지사·건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어요. 평소에는 그런 사람들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같은 취미를 가지고 이야기하다보면 금방 가까워져서 참 좋습니다."

샌드 페블스의 '나 어떡해'를 연주하는 한씨의 표정은 사뭇 열정적이다. 이제 웬만한 노래를 들으면 드럼 연주 방법부터 떠오른다고. 낮에도 일하면서 음악을 계속 틀어놓고 그에 맞는 드럼 연주 방법을 떠올리곤 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일단 저지르면 '드럼 컴 트루'

드럼치고 싶은 사람 모여라!
'렛츠드럼' 동호회는

'렛츠 드럼'(cafe.daum.net/letsdrum)은 드럼 연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동호회로, 직장인부터 어린이·대학생·할아버지·할머니들까지 드럼을 치고 싶은 사람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

현재 신촌·노원·성남 등 전국 3곳에 걸쳐 렛츠드럼 동호회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일 20~30명의 직장인, 학생, 어린이 아마추어 드러머들이 이 곳을 찾는다.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오늘도 '퇴근 후엔 뭘 할까''해보고 싶은게 있기는 한데' 하며 망설이고만 있는 소심한 직장인들에게 한씨는 일침을 가했다. "많은 분들이 생각만 하면서 망설이는데, 일단 마음먹으면 도전을 해보세요. 무조건 뛰어들어 직접 부딪치는 겁니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망설이기만 하는 소심한 직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저지르는' 용기다. '렛츠 드럼' 동호회의 직장인들은 이구동성 "일단 와서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드럼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우선 2~3개월 동안 고무로 만들어진 미니 드럼판에서 박자 맞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드럼 스틱으로 고무 드럼판을 두드리며 계속해서 박자를 쪼개고 발로 박자를 맞추는 연습을 계속해야 비로소 실제 드럼에 앉아 연주할 수 있다.

생명보험회사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전성휴(45)씨. 드럼을 배운 지 두 달이 채 안됐다는 전씨는 다루고 싶은 악기를 찾던 중 우연히 드럼을 접하고는 '퇴근 후 드러머'의 이중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나이가 많아서 걱정을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여기 오니까 사람들이 반겨주고 서로 친목동호회처럼 어울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전씨는 "드럼을 배우면서 음악도 듣다보면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면서 "배운지 1년쯤 지나 드럼동호회 활동을 주변에 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드럼은 생각한 것보다 배우면 배울수록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 전씨의 설명. 전씨는 아직 미니 드럼에서 박자를 쪼개는 연습을 하는 정도지만 목표로 하는 곡은 윤도현의 '사랑TWO'다.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장재환(34)씨도 드럼을 배우기 시작한지 두 달이 됐다. 지난 22일은 한국 축구대표팀과 시리아간에 아시안컵 예선전이 있었지만 장 씨는 "축구보다 드럼이 더 신난다"며 이 날도 연습실을 찾았다. "두드리는 것만큼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것이 없다"는 장씨는 낮에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발로 몰래 드럼 스텝을 연습한다고 한다.

건설 회사에 다니고 있는 이경택(38)씨도 7개월짜리 초보 드러머. 막연히 '배우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실제로 드럼 스틱을 잡기까지는 5개월이 걸렸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무료했지만 동호회 와서 하루에 한두 시간씩 취미로 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참 좋다"는 이씨는 샌드 페블스의 '나 어떡해'를 목표로 열심히 스틱을 두드리고 있다. '나 어떡해'는 많은 초보 드러머들이 목표로 하는 인기 노래다.

▲ 드럼 동호회에서 드럼 연주를 연습하는 회원들.
실제로 드럼 연주를 하려면 2~3개월 정도 미니 고무드럼판에서 박자를 쪼개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오마이뉴스 문경미
누나는 드럼 좀 치면 안 되겠니?

드럼을 배우는 여자 회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렛츠 드럼' 신촌 동호회 운영자 윤혜민씨는 "여성 회원들이 거의 30%를 차지한다"면서 "연습실을 찾는 여자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직장생활 3년차인 하수현(26)씨는 드럼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됐다. 장윤정의 '어머나'를 연주하기 위해 맹연습하고 있는 중이다.

"회사는 일로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지만 여기는 뭔가를 얻고자 하는 관계가 아니거든요." 하씨가 드럼 동호회를 자주 찾게 만드는 것은 바로 직장 생활의 관계가 아닌 공통된 취미로 모인 관계가 주는 '특별한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만 하고 망설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하씨가 던진 조언. "생각은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가 가장 어렵죠. 그런데 일단 결단을 내리면 할 수 있어요."

지친 퇴근길, 술이 아닌 그 무엇과 친구가 되고 싶은가? 일단 저질러라.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계속되는 한, 젊음과 열정은 당신의 인생에서 계속될 것이다.

드럼은 스틱이 아닌 몸으로 친다
초보 드러머 강좌

▲ 스트록 준비 자세는 피라미드 형태가 되어야 하고, 손등이 반듯하게 위로 향하는 것보다는 약간 측면으로 향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렛츠드럼 성남동호회
드럼 연주가 쉽다고 생각하면 오산! 드럼은 스틱으로 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치는 것이다.

드럼을 치기 위해서는 2~3개월 정도 박자를 잘게 나누고 양 손과 발이 분리되어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는 '사지 분리'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기본자세]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다. 허리와 어깨는 반듯이 피고 다리는 90도에서 120도 정도 자연스럽게 앉은 모양이 돼야 한다.

[왼발 카운트] 드럼은 음악을 등에 짊어지고 가는 악기이기 때문에 박자는 생명과 같다.

왼발로 박자를 세는 방법은 박자감을 몸에 익힘과 동시에 리듬을 타는 동작이 됨으로 초기에 익혀놓으면 잇점이 많다. 한박에 하나씩 밟아도 되고 두 번으로 쪼개서 밟아도 된다. 주의할 점은 앞꿈치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

[스틱 잡는 요령(그립)] 스틱의 3분의 1 지점을 검지와 엄지로 잡아 축이 되도록 한다. 처음엔 스틱이 손바닥과 세 손가락에 떨어지지 않는 게 좋다. (렛츠드럼 성남동호회 제공)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