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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럼에는 아이들도 굉장히 많이 왔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어린이가 저마다 제 권리를 누릴 때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고 적힌 파란색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어요.

막상 아이들 프로그램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행사장 곳곳에서 스치듯 만난 아이들은 늘 싱그러운 기운을 전해 주었지요. 엄마, 아빠를 따라 함께 온 서너살 어린아이부터 일찍 사춘기를 보낸듯한 고등학생까지, 아이들의 초롱한 눈빛은 광장 가득 푸르게 빛났습니다.

▲ 티벳 아이들
ⓒ 유현미
티벳에서 온 아이들인데 교복을 입고 있어요. 중학생 같기도 하고. 뒤쪽에 여자아이는 웃는 모습이 중학교 때 제 동무랑 똑 닮았네요. 이번 포럼에서 티벳 사람들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평화와 참 독립을 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세계에 알리고, 함께 손 맞잡을 동무들을 모두 만나고 싶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남자아이가 머리에 두른 띠에는 "티벳을 평화의 땅으로 만들 때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구절이 적혀 있어요.

▲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제크리야
ⓒ 유현미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제크리야입니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는데 주근깨가 많이 났어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괜히 더 호들갑을 떨며 반가워했습니다. 곁에 있던 인도 여자 아이가 제크리야를 '젠틀맨'이라고 치켜세웠어요. 아이들은 포럼 시작 며칠 전부터 만났는지 서로 오래된 동무처럼 지내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 어린이 활동가들
ⓒ 유현미
어린이 활동가들! 세계사회포럼 행사장 맞은 편에서 열린 뭄바이 레지스탕스 행사장에서 만난 인도 어린이 활동가들입니다. 자기들이 속한 단체 부스를 도맡아 지키고 있었는데 장사를 어찌나 잘하는지요. 저도 "세계화에 맞서 싸우자!", "코카콜라 같은 다국적 기업을 쫓아내자!"라고 쓰인 기념품 배지를 열 개 넘게 사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존 레논의 '이매진' 노랫말이 적힌 티셔츠와 가운데 아이가 입고 있는 종교들 간의 평화를 기원하는 예쁜 셔츠 들을 못 산 것이 후회되네요.

▲ 누나랑 칼싸움 하다가...
ⓒ 유현미
남매 참가자입니다. 뭄바이가 그 수도인 마하라쉬트라주에서 온 아이들이에요. 오랫동안 유기 농업을 해 온 부모님,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왔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렇게 막대기로 칼싸움 하면서 노는 것이 더 좋은가 봐요. 이곳에서는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도 모두 같은 편이라는 것을 아는지 첫눈에 방긋방긋 웃어 줍니다.

▲ 구자라트주에서 온 형과 아우
ⓒ 유현미
구자라트주에서 온 어린 형제 활동가들이에요. 멋쟁이들이지요? 이 아이들 눈에 비친 엿새 동안의 세계사회포럼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집니다. 너무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를 거라고, 별로 기억나는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렸을 때 집에서 콩나물을 길러 먹을 때 콩나물 콩에 물을 주면 물이 거의 다 아래로 새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다 새버리는 것 같은 그 물을 받아 먹고 콩은 며칠 새 콩나물로 쑤욱 자라나곤 했지요.

마찬가지로 이번 포럼에 참여한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래오래 마음과 몸에 영양분이 되는 것으로요.

▲ 이 세상에 혼혈아는 없습니다
ⓒ 유현미
인도인 엄마와 프랑스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씨나'입니다. 다리가 아플 땐 이렇게 아빠 무등을 타고 포럼 이곳 저곳을 구경다닙니다. 씨나는 '혼혈아'가 아니라 그냥 한 아이일 뿐입니다. 이 세상에 혼혈아는 없는 거지요. 이 아이가 혼혈아라면 서로 다른 엄마 피와 아빠 피가 섞여서 태어난 토종 한국인인 저도 혼혈아이겠지요?

▲ 꼼짝도 안 할 거야...
ⓒ 유현미
에구, 무엇 때문에 골이 났는지 아이가 누워서 투정을 부리며 일어나지 않고 있네요. 재미있는 것은 부모가 아이를 다그치지 않고 웃으면서 기다려 주는 겁니다. 살그머니 이 아이 옆에 가서 누워 있고 싶어지네요. 한쪽 팔을 괴고 몸을 옆으로 세워 아이를 마주보며….

▲ 좋은 물을 마시고 싶어요
ⓒ 유현미
유명한 관광지 타지마할 궁전 뒤에서 목마른 아이가 더러운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물 문제를 다룬 사진 전시장에 걸려 있던 사진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에게 좋은 물을 줄 수 있을까요?

▲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의 아이들
ⓒ 유현미
'물은 인권입니다.'
물 문제 관련 워크숍을 알리는 포스터예요. 모든 문제의 맨 처음 피해자는 늘 아이들일 때가 많지요. 세계에서 가장 물이 부족한 곳 중 하나인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물 속에서 좋아라 발가벗고 놀며 환하게 웃고 있네요.

▲ '다 큰' 아이들
ⓒ 유현미
뭄바이 시내 학교에 다니는 고1쯤 되는 애들입니다. '다 큰' 아이들이에요. 똑 소리 나는 녀석들이라 말로는 못 당하겠더라구요.
아동 학대, 어린이 노동착취 문제, 아이들이 기초 교육을 받을 권리 등 사진으로 담지 못한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아이들은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빛나는 존재입니다. 어른들의 어머니 아버지이기도 하고요. 이번 세계사회포럼이 그토록 되풀이해서 함께 만들자고 주창한 '또다른 세계'가 바로 아이들 안에 있지요. 힘을 모아 이 오래된 '또다른 세계'를 잘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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