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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에 정부가 출산률 저하로 인한 노동역의 불균형과 생산력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출산 장려를 위해 '산모의 출산휴가와 육아수당의 지급'의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의 논의는 단지 물질의 생산과 관련된 현안의 해결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육아 문화를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어느 신임교사가 0교시 보충수업 시간에 자는 녀석을 두들겨 깨웠더니만 그 녀석이 그만 바닥에 '픽' 하고는 쓰러져 버렸다. 뜻밖에 벌어진 상황에 교실은 수런거리고 웅성대기 시작했고 교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나 이 녀석이 뇌진탕이지나 않을까…'하며 말이다. 그런데 2-3분이나 지났을까, 자빠진 그 녀석이 또 다시 코를 곯고 있었다. 그러자 자리 주변에 모여든 학동들이 "그 녀석은 폐인(밤새도록 컴퓨터 게임을 하는 사람)입니다, 선생님!"하고 외쳤다.

요사이는 수업 중에 자는 녀석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녀석들을 깨워가며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은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귀한 자제분을 깨워 좋은 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학생은 교사를 향해 험악한 인상만 그리고 있을 따름인져! 여하튼 가정도 학교도 모두 허약한 체질만을 드러내고 있기만 하다. 이 소황제(小皇帝)를 어찌 하오리까?

1970년대 이후 중국은 등소평의 소위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쥐를 잡는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 않는다)에 입각하여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는 등, 생산을 역사 발전의 중심과제로 삼고 또 이를 실현해 왔다. 그 결과, 흑묘백묘론은 21세기 세계인의 화두(話頭)가 되었다. 하여 중국은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절대 강자인 미국 중심의 세계화가 계속되는 지금, 그 힘의 균형을 잡아줄 주목받는 강대국" "13억 인구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과 개방이란 이름으로 자본주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나라"가 됐다.

중국에서는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인한 인구 대국화는 중국의 근대화 및 사회경제의 발전에 장애가 되며, 산아 제한은 국가 및 개인의 삶의 수준을 높인다"란 취지로 산아조절정책의 강화된 정책 '한 자녀 낳기 운동(一胎化, 一對夫婦只生一個孩子)'이 1979년부터 실현되었다.

그 결과 현재 인구 균형비인 2.1명에도 미치지 않는 출산율을 보이고 있어서 인구의 양적 조절은 성공했지만 낙태로 인한 성비의 비정상화, 헤이하이쯔(黑孩子, 정부 몰래 낳아 호적이 없는 아이)의 문제 그리고 샤오호앙띠(小皇帝, 한 자녀 출신으로 허약한 자)의 문제 등 심각한 부작용들이 나타나 질적 차원에서는 인구 조절의 실패상을 보이고 있다.

1979년 '하나 아이' 정책으로 나타난 소황제들은 4명의 조부모와 2명의 부모가 한 아이에게 매달려 사는 소위 '4-2-1 증후군' 때문에 어른들의 과보호와 맹목적 사랑을 누리는 자식을 말한다. 그렇게 자란 결과, '응석받이, 고집불통, 버릇이 없음, 남을 생각할 줄 모름, 참을성이 부족함, 자립심이 부족함, 환경 적응력이 부족함, 문제 해결력이 부족함' 등의 성격을 가진 아이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옛보다 풍요로운 물질적 상황 속에서 생활하면서 대체로 영양을 과다하게 섭취하고 운동을 적절히 하지 않아 비만한데도 불구하고 감각적이어서 성격이 급하고 신경은 예민하다고 한다. 또한 근대화 이후 등장한 인물들이라 그런지 중국의 현대적 전통이 된 사회주의라는 중국의 사회적 집단문화와는 이질적인 성향을 지니고 서구를 추종하는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소황제 시장을 노려라"란 것이 세계인의 중국공략법 제1순위로 제시되고 있으며, 미오당라오(麥當勞, 맥도널드 햄버거)와 긍더지(肯德基, 켄터키 치킨)과 같은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 음식점들이 성업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과 같이 심각한 사회 문제거리로 떠오른 샤오호앙띠(小皇帝)의 모습들이 "중국 문화의 바람직한 정체성(正體性)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는 사실을 최근 사회 일각에서는 심각하게 인식하고는 그 대책을 마련 중이라 한다.

"외동아들 길들이기" 즉 아동의 사회성 함양을 위한 사회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실행한다든지 강제적인 산아제한 방식을 자발적 방식으로 바꾸어 그 벌칙을 완화한다든지 하는 것은 그 예에 해당한다 하겠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의 실현이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대안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들이 앞으로 10년 내지 20년 후 중국 사회에서 활약하게 되는 때에는 그들이 근대화 초기 내세웠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사회주의란 집단 문화의 이상 실현을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의 의도와는 완연히 다른 사회상을 구현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등장한 샤오호앙띠(小皇帝)들은 근대화의 매카니즘에 의해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로 감염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처럼 변화된 상황을 대체할 수 있는 가치관의 형성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하겠다. 이미 앞서 근대화를 경험한 우리 사회가 허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듯이 그렇게!

덧붙이는 글 | 부산의 지역신문인 <영도신문>의 고정칼럼인 '민초칼럼'에 게고했던 글을 다소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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