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 어떠한 설명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정부의 느닷없는 이라크 파병 결정을 놓고 적지않은 국민들은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극심한 좌절감에 몸서리 쳤을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입에서 "이런 나라에 태어난 것이 부끄럽다"는 얘기들이 절로 흘러나온다고 한탄한다. 이대로 가다간 영락없이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겠기 때문일터다. 파병으로 인해 당할 치욕이 그토록 혐오스러우면서도 앉아서 당할 일이 너무도 개탄스럽다는 때문일터다.

최근 온갖 멸시와 지탄의 대상을 기꺼이 감수하면서까지도 자식이 미국 국적만 취득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노라며, 남산만한 배를 움켜쥐고 비행기에 오르는 원정출산 산모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민행렬도 그 줄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그들은 아마, 세계 7위의 파병국가, 또한 이번에 전투병을 이라크에 파병하면 세계 3위의 선진 파병국가 대열에 당당히 진입하는 우리 한국에서 자식을 낳아 기르고 다 큰 놈, 군대를 보낸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가를 어쩌면 우리같은 범인보다 먼저 앞서 통절히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식을 낳아 죽자사자 길러서 청년을 만들어 놓으면, 미국 좋은일 시키기 위해 전쟁터로 내몰아 죽게할 지도 모르는 이 미개하고 야만적인 국가와 정부 밑에서 살아가도록 우리 국적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 부모로서는 얼마나 끔찍하게 싫었겠는가 말이다.

파병을 해서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인류보편적 가치인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을 가차없이 짓밟아 버리는 짓이나,

자식이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거부하며, 미국 국적을 취득해서 군대 안보내면 '장땡'이라는 그토록 가증스럽고 파렴치한 작태나 다를 바 무엇인가?

이제 미국의 침략에 신음하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을 향해 미국을 대리해서 총구를 겨눌 이라크 전쟁터에 우리가 전투병을 파병한다면 도저히 한 하늘을 이고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 '원정출산모'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잣대를 들이대며 그들을 저지하고, 비난하고 욕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 원정출산모들이 "우리야 어쩔수 없이 틈만 있다면 한시라도 빠져 나가고 싶은 이 몰상식한 후진국가에서 살고 싶지 않아도 어쩔수 없이 팔자타령하며 살 수 밖에 없었지만, 내 자식은 그런 팔자에서 구제해 주고 싶어서 원정출산 했노라" 삿대질 하며 덤벼든다면 과연 전투병을 이라크에 파병한 우리사회가 그들에게 마땅히 할 말이라도 있겠는가?

이것이 노무현 참여정부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불과 8개월 전 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이렇듯 말로 형언할 수 없이 적개심과 분노를 느끼며 2003년 10월을 자신들이 그토록 노력해 뽑아놓은 노무현 정부 밑에서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는 아마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의료·공병단 700여 명을 이라크에 보낸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 순위는 침략군의 주축인 미국,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호주, 스페인에 이어 루마니아와 함께 7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길가던 행인도, 젖을 빨던 갖난 아이도,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천진난만한 아이조차도 너무나 아픈 뒷통수 때리기에 놀라 멍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며 이게 뭔소린가 했을, 지난 18일의 느닷없는 '파병결정'을 만약 노무현 정부가 철회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5천 명 이상의 병력이 추가로 파병되면서, 우리 자랑스런 대한민국은 미국, 영국 다음으로 세계 3위라는 파병 국가의 위용을 자랑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원정출산에 대한 나라별 통계를 아직 내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이 원정출산 또한 세계 3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은 파병과 원정출산 공히 세계 3위권 안에 드는 선진파병국가, 선진 원정출산 국가라는 명성을 만방에 떨치게 되지 않을까?

감히 여기다 갖다 붙일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이제 이 사회가 더 이상 희화화 될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니 그냥 갖다 붙이자면) 이는 월드컵 세계 4강에 이어 또 하나의 빛나는 기념비적 업적을 세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이 큰 가치와 도덕들은 다 짓밟고 무너뜨리면서 국민개개인들에게는 사회순응적이고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그것을 따를 개인도 있을리 없다.

파병을 반대하고 거부해야 할 이유와 명분과 당위성을 말하자면 한나절이 걸려도 부족할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은 다 차치하더라도, 반사회적 작태인 원정출산 행위를 더 이상 허용치 않기 위해서라도 필자는 파병부터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고 본다. 반인륜과 반사회적 행위가 횡횡하지 않게 하는 마지막 울타리까지 허물어뜨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파병여부는 한국이 추구해 나갈 방향과 가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사대주의와 노예근성에 젖어 오직 눈앞의 작은 이익만 좇아다니는 천박한 문화와 정서가 판치는 세계가 멸시하는 그런 나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자존심있고, 건강한 시민정신이 살아있는 신뢰감 있는 당당한 주권국가로 발전해 갈 것인지가 이 파병여부로 결정될 것이다.

몇가지 모습에 현혹되어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데 사력을 다했던 우리 국민들은 이제 현재의 대통령이 어떤 길을 가든말든 내버려 두고, 앞으로 우리가, 우리 후대가 살아가야 할 다음 역사가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이제 더욱 사력을 다해 파병을 막아내야 한다.

파병거부는 정치개혁을 하는 것보다도, 경제성장을 몇 %더 향상시키는 것보다도, 역사적으로 수십배 수백 더 가치를 지닌 일이다. 파병결정 철회 여부는 이제 국민의 손에 달려있다. 이제 월드컵 4강을 이룬 기적같은 국민의 힘을 다시 모아 파병철회를 관철시켜 내야 한다. 아직도 때는 늦지 않았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