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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가 구성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주고 있고, 따라서 근본적인 교육 개혁이 시급하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저는 서울대 개혁이 교육 개혁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사회 교육문제를 단순히 서울대 문제로 환원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서울대 문제를 건너뛰고서 다른 교육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우선 서울대 문제는 단순히 교육 환경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회적 교육 권력의 문제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서울대 출신들이 단지 그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한 사회에서 평생 특별한 대우를 받거나 폐쇄적인 지식 신분과 계급을 형성한다면, 이는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또 서울대 개혁은 서울 집중화를 막고 균형 발전을 이뤄야한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지방 국립대가 살아야 지방 분권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데, 서울대 개혁이 선결되지 않는 한 지방 국립대를 특성화하고 육성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교육 예산을 거의 독식해온 서울대가 자발적으로 개혁에 나서지 않는 한, 지방 국립대들이 자발적으로 제도 개혁과 구조조정에 나서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터이니까요.

이처럼 다른 교육 기관과의 관계에서 볼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서울대 특별 지원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없습니다.

또 획일적인 수능 시험을 통해 학생들을 입도선매하는 저급한 대입시험 제도의 개혁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가 서울대 개혁입니다. 서울대는 대학의 종합적 서열화를 부추기는 제도적 관행의 정점에 있으니까요. 아울러 교육 예산의 기획과 집행 기능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틀어쥐고 있으면서도 교육 개혁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를 바꾸거나 해체하기 위해서도, 서울대 개혁은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의 교육기관과 경쟁해야 할 유능한 교육기관인 서울대를 무작정 고사시키자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거듭나라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서울대가 축소되거나 없어지면 연고대의 힘이 커지지 않겠는냐는 일각의 우려는 근거없다고 여겨집니다. 입학 학생들의 성적이 제일 우수한 대학이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자랑할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할 일로 여겨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서울대가 자발적으로 학부정원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중장기적 방안을 선언하기를 기다렸지만, 서울대는 자발적으로 그 정도의 구조 조정도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서울대의 자율적 변화를 기대하면서 기다리고만 있는 동안, 교육 제도의 병폐로 인한 고통과 상처는 도저히 치유하기 어려운 상태에 도달해 있습니다.

서울대 개혁을 위해 이제까지는 비 서울대 출신들이 주로 발언을 했습니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서울대를 음해한다는 의심을 받은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실천적 효과도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서울대 출신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이제까지 특별한 사회적 명예를 누린 서울대 출신들이 할 수 있는 자성의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서울대 출신 여러분, 학생들의 최고 입학 점수에 기생하는 구태의연한 대학, 맹목적으로 대학서열화를 부추김으로써 내실있는 교육을 방해하는 대학,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존중을 받기는커녕 개혁의 걸림돌로 인식되는 대학인 서울대를 개혁하는 데 앞장서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서울대 개혁에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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