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주곰솔 고사사건의 원인을 놓고 제기됐던 '병충해에 의한 자연사'냐 아니면 '의도적 독살'이었나 여부를 판가름할 결정적인 단서가 사라졌다.

지난 8월 21일, 수사를 맡았던 전주중부경찰서는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곰솔 밑둥치에서 발견된 8개의 구멍에서 채취한 가검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감정한 결과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는 누군가 영양제나 살균제를 투여하기 위해 뚫은 구멍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경찰수사결과 발표 3일 후 문화재청과 함께 현지 실사를 벌인 서울대 이경준(서울대 산림자원학과장) 교수는 '병충해에 의한 고사는 아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정확한 감정을 위해 시료(잎)를 채취해 갔다. 만약 시료에서 독극물 성분이 검출될 경우 경찰의 수사결과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어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11월 1일 오마이뉴스 전북이 확인한 결과, 서울대 이경준 교수와 문화재청이 당시 채취해 갔던 시료 일부를 샘플테스트 해보았으나 이미 사건발생일로부터 많은 시간이 경과돼 시료로서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판명됐으며 따라서 감정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중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로 경찰이 독극물에 의한 고사사고는 아니었던 것으로 결론을 낸 상태에서 마지막 원인규명을 위한 단서마저 시간경과로 사라지게 돼, 곰솔 밑둥치에 8개의 구멍을 낸 용의자 색출뿐만 아니라 정확한 고사원인에 대한 규명마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곰솔테러에서 수사 조기종결까지

천연기념물 355호, 수령 450년 된 전주시 삼천동 백제로변의 곰솔이 시름시름 앓으며 말라죽어가는 것을 발견한 것은 지난 7월 말경. 원인조사에 들어간 전주시는 밑둥치에 전에 없었던 직경 1센치, 깊이 9센치인 8개의 구멍이 뚫려 있음을 발견한다.

이는 예리한 드릴로 뚫은 구멍이었으며 곰솔의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전주시는 누군가 이 구멍에 독극물을 투입해 곰솔을 고사시키려 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게 된다.

경찰은 곰솔 주변이 공원지구로 묶이면서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될 인근 토지소유주들을 일착으로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이기 시작했으며 한편으로는 구멍에 남아 있던 잔존물을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에 성분분석을 의뢰하게 된다.

그러나 경찰은 용의선상에 있던 인근 토지 소유주들로부터 뚜렷한 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던 터에 국과수로부터 구멍에 남아 있던 잔존물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게 되고 이후 별소득없이 수사를 완결하고 말았다.

이런 경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전주시와 관리용역 회사인 나무병원은 '그렇다면 우리의 자작극이었다는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하였고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조차도 선뜻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독살 여부를 판가름할 마지막 단서마저 사라지게 돼 현재 정면에서 볼 때 왼쪽 부분이 거의 고사돼 가고 있는 곰솔의 원인규명은 영구 미제사건으로 빠지게 될 전망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 시민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