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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립고등학교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했고 지금은 멀리 미국 땅에 나와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만큼 교육열이 높은 나라도 없는데 이제 그 높은 교육열 때문에 오히려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픔니다.

그래서 10년 교육경험을 바탕으로 현 교육문제해결의 한 대안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큰 틀은 교사들을 믿고 그들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보다도 교육은 그들에게 소중하며 생명이요 삶이기 때문입니다.

본고사가 있었던 시절 교사들의 실력은 인정받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었으며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학력고사 시대를 거치면서 교사들의 실력은 더 할수 없이 낮아졌고 본고사가 부활되고 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던 해에 교사들의 실력은 어김없이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지요. 학교는 새로 도입된 수학능력시험에 어떻게 대응할 지 몰라 했고 학원의 경쟁력 있는 시스템은 학생들을 학원으로 유도하는 결과를 낳기에 충분했습니다. 수학능력 시험이 도입되던 시기는 구 소련이 붕괴되던 시기와도 맞물려 노동운동가와 전교조교사들이 대거 학원으로 유입되었고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설득하던 그들의 언변은 학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학원으로 유입된 전교조 교사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은 학원과 학교를 비교하기 시작했지요. 강사를 철저히 Supprot하는 학원시스템과 과중한 수업부담과 지시에 길들여진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 눈에는 뚜렷이 대비되었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학교를 믿지 못하게 되었고 (그 당시 학교는 오히려 본고사와 수학능력시험 준비기관으로 학원을 추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져 낮에는 학교에서 자고 밤에는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본고사의 폐지와 더불어 10년(1981-1991)에 걸친 획일적인 주입식교육으로 교사들의 실력은 저하되었으며, 유능한 인적자원이 학원으로의 대거유입되던 시기는 경직된 학교시스템과 맞물려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몬 것 입니다. 수학능력 시험이 자리를 잡은 93년 이후 학생들의 학원등록은 거의 보편화 되었고, 학교에 관한 문제들이 언론을 탄 것도 거의 이 시기가 됩니다. 촌지사건, 체벌문제, 이지메를 비롯한 교내 폭행문제등이 계속 언론의 화살을 맞습니다. 학교사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고 그것이 밖으로 표출 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행정은 변죽만 울리고 있었습니다. 성과급제도 운영이니, 특기적성교육, 수행평가니 말이죠. 학교운영위원회의 도입은 파격적인 것으로 비춰졌지만 알맹이 없는 허울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흐름을 차단하고 바로 돌릴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입니다.

장기적인 계획과 단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학교를 둘러싼 바람직한 교육환경의 조성입니다. 예를들어, 방과후에 학생들이 다른 활동들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한다든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교육환경을 연구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입시교육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깁니다. "이 환경을 어떻게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킬 것인가?" 기본적으로 입시교육과 좋은 교육은 양립될 수 있다고 봅니다. 입시란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것이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마음을 입시제도에 뺏기게 해서는 안됩니다.

촛점을 정확히 "어떻게 하면 현재의 입시환경을 이용하여 양질의 교육을 시킬것인가?"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그들의 능력에 맞는 대학에 보낼 것인가" 에 초점을 맞추면 절대 혼란이 옵니다. 지금 현실이 그렇지요. 그래서 학교가 현재 파탄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대학가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실업계 고등학교가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거기엔 한 마디로 "교육이 없답니다."

우리는 학생들의 능력을 키우고 제대로된 교육을 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여기에 그를 위해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제안 1.
그러려면 무엇보다 교사들에게 신바람나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우선 교사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교사가 살아있지 않으면 살아있는 학생들을 키워낼 수 없지요. 항상 지시만 받아야 하고 건설적인 교사의 의견이 묵살당하는 교직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있는 교사상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교사들은 교감선생님이 평가하고 교감선생님은 또 교장선생님이 평가해 왔읍니다. 교사들은 항상 평가의 대상으로 존재해야 했습니다. 이제 그 구도가 좀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무회의 의결기구화, 운영위원회에서의 교사비율 확대, 교장 직접선출제 등이 필요합니다.


제안 2.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가려내어 상을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홀대 받아왔고 오히려 행정적 일처리 능력이 뛰어난 교사가 승진하고 점수도 잘 받고 해서 교감도 되고 교장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장단 회의가 그렇게 반교육적인 행위를 해오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가 문제인데 개인적인 생각은 학생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가장 정확히 압니다. 학년당 혹은 과목당 잘 가르치는 선생님 한 분만 선출하면 되는 것이지요. 못 가르치는 선생님 뽑자는 것도 아니고 개별 선생님 평가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분에게 감사패도 주시고 상도 주어 이분들에게 힘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사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요? 교육적으로 옳다싶으면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적어도 그런 자유는 주어져야 하지 않나요. 그래야 학교가 삽니다. 교사들을 짓밟으면 밟을 수록 교사들은 어떻게 할까요? 간단합니다. 행정적인 업무가 많은면 많을수록 수업에 소홀해 질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윗분들은 수업시간을 한없이 고무줄 같이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모양입니다. 얼마든지 잘할 수도 있고 교과서만 읽으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자습을 시켜도 됩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요즘 왜 그렇게 교사들이 성과급 문제로 항의를 많이 하는지 아는지요? 잘가르치고 싶어서 그런 것입니다. 사실 항의 안해도 되지요. 성과급 받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수업 대충 때우고, 행정적인 일처리만 분명히 해 놓고 운동하다가 퇴근시간 되면 집에 가면 되지요. 교과연구도 필요없고, 학생상담도 대충 하면 됩니다. 얼마든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교사직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못하기 때문에 항의하는 것입니다. 이런 목소리나게 성급하게 잘못된 제도를 도입한 행정가들에게 우선 잘못이 있고 3년 동안이나 이 잘못된 제도를 유지해오면서 이런 항변을 또 묵살해서 학교가 지금껏 이렇게 된것입니다.

제안 3.
교사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연구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성을 느껴 자발적으로 연수를 받도록 유도하십시오. 작금의 성과급 지급문제에서 보여지듯이 억지로 평가시스템을 도입하고 교사들을 줄세우려 하면 안됩니다. 그렇게 교사들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취급해 버리면 교육이 망합니다. 교사들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서먹서먹 해지겠습니까?

자! 이런 제도를 한 번 시행해 보시면 어떨까요?.
"교사들에게 방과 후에 학생들이나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유료강의를 개설하게 하는 것입니다."
교사들 간의 경쟁체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입니다.

수학, 영어, 컴퓨터등등,...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테니스 교실도 열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적인 처리는 학교와 교육구청이 분담하고 학교는 시설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복사비, 전기료, 청소료등등. 필요한 비용은 강의를 담당한 선생님들이 충당하고, 수강료는 상황에 맞게 정하며 수업은 시간을 정해 9시 까지 진행하게 한다는가 하는 식으로 운영하면 됩니다.( 다음 날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만 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사회교육이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 질수 있을 것입니다. 강사가 부족하면 외부에서 채용하고 교육부에서 육성하면 됩니다. (현재의 무분별하게 난립되어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학원을 정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 이는 학원과 동일한 시스템을 학교에 도입함으로서 유능한 선생님들이 학원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며 역으로 유능한 학원선생님을 학교로 모시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자칫 교사들의 경쟁심을 유발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으나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학원에서는 실력있는 강사를 인정하며, 동일교과목 선생님들끼리 그 문제로 관계가 심각해 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점을 최소화 하도록 제도를 만들면 될 것입니다. 여기서도 중요한 원칙은 교사들이 교육도구가 아닌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결정하게 하고 행정적으로 도와 주면 됩니다. 많은 기구가 있습니다.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돕고 교무회의가 의결기구화 한다면 그곳에서 의결하여 결정하면 될 것입니다.

현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육이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 가르치기 위해 교사들은 열심히 준비할 것이고 이것은 정규수업에도 영향을 미쳐 교육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며 학원에서 학교로 학생들이 다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교사들에게 신뢰를 갖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가르치는 교사는 경제적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이며 남녀 교사의 경제적 불평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제도는 또한 실력으로 평가받는 교사들을 배출 할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잘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은 거의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미운털이 박힌 경우가 더욱 많지요. 이래서는 교육이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교사들의 실력은 수업과 연구를 통해서 배양됩니다.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연수보다는 이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학원 강사들은 밤을 세워 준비하고 본인이 가르치는 교과목에 대해서 만큼은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잘 가르치는 만큼 당연히 노력의 댓가도 돌아갑니다.

제안 4.
교육방법과 내용에 대한 연구를 하는 기관의 설립이 절실합니다. 현재 있는 교과서를 분석하고 교육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있는 지도 모르지만 그 성과물은 전혀 학교사회에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신임교사는 교과서 하나만 달랑들고 들어가 알아서 가르쳐야 합니다. 교사용지도서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않고, 주어진 내용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한 기준도 전혀 마련되어 있질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내용일진대 이것에 대한 연구가 없다면 어떻게 사회발전에 발맞추어 교육내용을 바꾸어 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만의 독특한 수업내용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나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인문계 수학교과서로 수학을 가르치는 현실이 그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국가적 차원의 교재 개발 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1년에 40주, 1주에 3시간 수업을 한다면 학년당 약 360개의 수업모델을 개발하면 됩니다. 가능하지 않을까요?

말씀 드린 이러한 전략이 제대로 정착되어 잘 가르치는 선생님, 학생편에 서서 노력하는 그런 선생님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 길이 하루빨리 오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번에는 교육문제의 또 다른 주범인 내신제도에 대해 쓸까 합니다. 내신제도의 철폐없이는 교육문제 해결이 요원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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