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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현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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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이사장이 공석이었기 때문에 권태선 복귀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단식으로 인해) 방통위 감사 시작이 늦어졌고, 권 이사장 해임과 후임자 선정이 미뤄지면서, 방문진 이사장이 공석 상태로 남았던 거다. 만약 차기 방문진 이사장이 임명됐다면, 재판부 판단도 달라졌을 수 있다고 본다."

지난 8월 23일을 끝으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떠난 김현 전 방통위원. 지난 12일 만난 김 전 위원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무엇보다 바로 전날 나온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복직 소식에 감회가 큰 듯했다. 김 전 위원의 말을 종합하면, 자신의 단식으로 방문진 감사가 늦어지면서 권 이사장 해임 후 새 이사장 선정 자체가 지연됐고, 덕분에 법원이 공석으로 남아있던 이사장 자리에 복귀해도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TV수신료 분리징수와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강행할 당시, 김 위원은 방통위 내에서 야당과 언론현업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김 위원은 "김효재 직무대행 당시 공무원들이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 자괴감을 느꼈다"면서 "방문진 이사 해임을 막을 방법이 조금은 있다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권태선 이사장 복직에 미력하게나마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태선 이사장이 복직하면서 (정부의 언론장악 계획은) 난관에 봉착한 것"이라면서 "방통위가 현재 추진하겠다고 하는 언론사 퇴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도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대책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래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한 김 전 위원과의 일문일답. 

"단식으로 방문진 감사 중단, 권태선 복귀에 역할"  

- 방통위를 나온 소감은 어떤가.

"사람들이 얼굴이 좋아졌다고 많이 말하더라. 말도 안되는 억지와 논리를 부리던 사람들과 이별하고 나니 조금은 해방감을 느낀다. 한상혁 위원장이 나가고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됐던 기간이 85일이다. 무엇보다 당시 사무처 직원들, 공무원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TV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만 해도, 통합징수 유지가 방통위 입장이었다.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덜 유발한다는 점에서였다. 그런데 김효재 직무대행이 들어서자 공무원들이 분리 징수가 맞다고 돌아선 거 아닌가. 그렇게 말을 바꾸는 걸 보면서 암담함을 느꼈다. "

- 김효재 직무대행 당시 여당 우위 구조에서 막무가내로 안건을 밀어붙이고 있어서, 김 위원이 차라리 방통위원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방통위에 남아 있지 말고 2명이 의결하도록 해서 법적 싸움을 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자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 임기 채우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도 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해임 추진을 막을 방법이 조금은 있다고 판단해 남아있었다."

-  7월엔 단식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문진 감사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감사원 감사와 동시에 하는 게 부당하다고 봤다. 그래서 TV수신료 분리징수와 방문진 감사 등 김효재 직무대행의 직권 남용을 주장하면서 단식을 시작했다. 막 (감사) 자료 조사에 들어갈 때였다. 방문진 직원이 12명인데 감사원 감사는 14명이 나왔다. 방통위까지 더해지면 방문진 직원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감사를 하는 격이었다. 그래서 직권남용이라며 단식을 했다."

- 김현 위원 단식으로 방문진 감사가 중단됐다. 

"7월 7일, 단식 5일째 되던 날 김효재 직무대행이 제 사무실로 와서 중단하라고 했다. 못한다고 했고, 오후에 이상인 위원도 중단 요청을 했다. 나는 방문진 검사 감독 중단하면 단식을 풀겠다고 했다. 그래서 '현장 감사 중단'을 조건으로 단식을 끝냈다. 8월에 김효재 직무대행이 '방통위 6기가 시작됐으니 감사를 추진한다'는 궤변으로 방문진 감독이 시작됐지만, 7월 한달간은 감독이 연기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미력하게나마 권태선 방문진 이사의 해임 효력정지가 인용되는데 역할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사무실에서 김윤섭 방문진 사무처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권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 권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처분은 1심 본안 사건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 권태선 이사장 방문진 복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사무실에서 김윤섭 방문진 사무처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권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 권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처분은 1심 본안 사건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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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위원 단식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의 복귀의 상관관계를 좀더 설명해달라.

"같은 날 법원 판결에서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의 효력정지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BS는 이사장 선출까지 했지만,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후임자를 선출하지 못했다. 이사장이 공석이었기 때문에 권태선 복귀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단식으로 인해) 방통위 감사 시작이 늦어졌고, 권 이사장 해임과 후임자 선정이 미뤄지면서, 방문진 이사장이 공석 상태로 남았던 거다. 또 김효재 직무대행도 8월 23일 퇴임을 했다. 만약 차기 방문진 이사장이 임명됐다면, 재판부 판단도 달라졌을 수 있다고 본다. 집행정지 신청 인용을 받아들일 경우 이사장이 2명이 되는 혼돈 상황이 생기니, 재판부도 달리 생각했을 수 있다는 거다. "

- 정부는 방문진 이사장 교체 후 MBC 사장 교체까지 일사천리에 하려 했는데,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 MBC 사장을 바꾸기 어렵게 된 것인데.

"성급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취임하기 전 이 일을 처리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결국 탈이 났다. 그러니까 법원조차 권태선 이사장 해임 집행정지를 인용을 한 거다. 이동관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해임 등을 할 때, 본인이 탄핵 대상이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람이다. 그러니까 김효재 직무대행 때, 이런 일을 다 처리하고, 본인은 무혈입성하면서 꽃길을 걸으려 했던 거다. 그런데 권태선 이사장이 복직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방통위 2인 체제로? 최민희 임명 후에 고민해야" 

- 현재 방통위는 2인 체제,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체회의를 열고 주요 안건들을 처리하고 있다.

"합의제 기구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정부가 불법을 방조하고 있다. 우선, 국회가 추천한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를 대통령이 5개월째 임명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가 법제처에 최 내정자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는데, 법제처는 5개월째 아무런 답변이 없다. 사실상 대통령이 야당 추천 위원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데, 이는 방통위법 위반이다. 이동관 위원장은 뭐하나.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답변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상 방치다. 방통위는 5인 상임위원의 합의에 따라 주요 결정을 내리는 합의제 기구다. 지금 현재 방통위 2인 체제는 사실상 독임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

- 언론노조는 차라리 방송통신위원회를 2인 체제로 유지하고 탄핵 명분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확실하게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대통령이 최민희 내정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민주당도 최민희 위원을 임명하지 않으면, 다른 2인 위원도 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나. 최민희를 임명하라는 게 아니라, 최민희 내정자를 임명하지 않는 건 불법이라는 게 방점이다. 방통위 2인 체제 유지 등은 최 내정자 임명이 이뤄지고 난 뒤에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

- 다음 단계에선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어떻게 맞서는 것이 효과적일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이동관 위원장이 하고 있는 불법적 행위를 매일매일 지적하고, 자료를 쌓아나가는 건 누가 할 수 있을까. 국회에서 자료 요구를 하더라도, 방통위 사무처에서 버티면 방법이 없다. 얼마 전 방통위가 주최한 방송대상시상식에는 MBC와 KBS 사장을 부르지도 않았다. 만약 내가 방통위원으로 있었다면, 직원들 불러서 왜 안 불렀냐고 알아봤을 거다. 방통위원에게 사무처가 보고를 안한다? 공무원법 위반이다."
 
김현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현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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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 보도를 두고 방통위가 언론사 퇴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추진하고, 방송사 게이트키핑 시스템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에 충성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도로 본다. 총선을 의식한 것도 있다. 방송사에 이렇게 날을 세우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으니까. 언론사를 어떻게 폐지 시키나, 방통위는 방송사 승인과 허가를 내주는 곳이다. 폐지 권한이 없다. 언론사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건데, 올해 재허가 심사를 받는 곳은 뉴스 보도를 하지 않는 KBS 2TV뿐이다. 총선 전 이런 구상이 실현될 일은 없는 거다. 가짜뉴스 TF를 설립하겠다고 하는데,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준비 과정만 1년 이상 걸릴 거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도 법제화 기구를 만들겠다고 하던 게 벌써 1년이 넘었다."

- 정부가 허위정보를 판단하겠다는 것도 사실 어떤 기준을 들이댈지 의문인 상황인데.

"가짜뉴스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입증하나. 대통령 비속어 논란도 아직 1심에서 판단이 나지 않았다. 허위 정보라고 결론 내도 나중에 다른 사실들이 새롭게 나오면서 뒤집히는 경우도 많다. 만약 이 부분을 정부가 TF를 만들어서 실행하고 간섭한다면, 그것도 이동관 위원장 탄핵 명분이 되는 거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대통령 장모 일가 특혜 의혹, 일본 오염수 방류, 박정훈 대령 사건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덮고 총선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정권의 구상이라고 본다."

[관련기사]
권태선은 되지만 남영진은 안된다... 법원 판결 왜 달랐나 https://omn.kr/25lay
"방통위는 용산 대통령실 출장소 아냐, 김효재는 직권남용" https://omn.kr/24lxj

 

태그:#김현, #방송통신위원회, #이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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