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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선강루’에서 열린 “솔뫼 천갑녕 <자연과의 대화> 출간기념 작은차회”
 15일 저녁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선강루’에서 열린 “솔뫼 천갑녕 <자연과의 대화> 출간기념 작은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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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을 가르칠 때 서점에 데리고 가서 마음에 드는 시집 한 권씩을 골라 보라고 했다. 한 아이가 주저하면서 손을 벌벌 뜨는 모습을 봤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태어나서 시집을 처음 만져본다고 했다. 지금 그때 아이와 제 모습이 같은 것 같다. '서예'를 잘 몰라 책을 받고 나니 움츠려 든다. 너무 곱고 따뜻하고 때 묻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책장을 넘겨 가면서 많이 배우겠다."

15일 저녁 경남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선강루에서 열린 '솔뫼 천갑녕 <자연과의 대화> 출간기념 작은차회'에 함께했던 신관수 전 교사가 한 말이다.

천갑녕(70) 서예가가 작시하고 쓴 글씨를 한데 모아 한글서예 교재로 <자연과의 대화>를 펴냈다. 10여 명이 모여 출판기념회처럼 차를 마시며 서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선강루'는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가 꾸며 놓은 차실이다. 

천갑녕 서예가는 평생 한글로 서예를 써왔다. 그는 줄곧 진주에서 작품 활동하다 1996년부터 17년간 서울에서 지냈으며, 지난해 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책은 '봄이 오는 길목을 비롯해 천갑녕 서예가가 직접 쓴 시(시조, 4행시) 작품 55편을 쓴 글씨가 실려 있다. 대개 서예가는 다른 사람이 쓴 시나 글을 서예로 쓰는데, 이 책은 직접 창작한 시에다 쓴 글씨를 담아놨다.

김준식 교장(지수중)은 "책 제목이 <자연과의 대화>다. 연세가 드시면서 주변에 있는 자연이 모두 아릅답게 보이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호신 화가는 "늘 솔뫼 선생에게 감명을 받는다. 몇 년 전 옛 경남과학기술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개인전 때 함께 하지 못해 마음의 빚이 있었는 오늘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서예와 그림은 나타내는 표현만 다를 뿐이다. 직접 짓고 쓴 작품이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또 그는 "한글이 자기 글자체를 갖는 게 쉽지 않다. 저도 그림을 하기 전에 서예를 먼저 했다. 선생의 작품을 보면 독특한 '솔뫼체'라 할 수 있다"며 "글씨는 그 사람의 성품을 표현한다고 하는데, 후학들이 많이 배워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헌식 대표(백로원)는 "차와 한글에는 일상 서민의 생활이 젖어 있다. 전국 곳곳에 서예가와 차문화도 많지만 전통과 깊이에서는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이 으뜸일 것"이라며 "남명 조식 선생을 비롯해 진주는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핵이다. 미래세대에도 잘 남겨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천갑녕 서예가와 학창시절을 같이 보내기도 한 정호경 화가는 "솔뫼 형님은 학교 선배다. 어릴 때부터 서예로 대회에 나가 상을 독차지했다"며 "한글 서예를 써서 한글학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것으로 안다. 앞으로 더 완숙한 작품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솔뫼 천갑녕 서예가가 펴낸 <자연과의 대화>에 실린 "우면산의 사계".
 솔뫼 천갑녕 서예가가 펴낸 <자연과의 대화>에 실린 "우면산의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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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경남과기대 교수를 지낸 김동귀 작가(소목장)은 "예술가의 작업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작품을 모아 기록으로 남겨 후학을 위한 교재로 쓸 수 있도록 한 걸 높이 산다"며 "자연 풍광을 재해석한 측면도 좋다"고 말했다.

천갑녕 서예가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임미루 팔보식품 대표는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글씨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 진다"고, 박은정 교사(간디고)는 "서예를 잘 모르지만 작품을 보니 단아하고 곱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이미경 작가(이수디크라트)는 "한글과 서예의 깊이를 한 번 더 실감한다"고 했다.

이날 모임을 마련한 여태훈 대표는 "올해로 서점을 한 지 37년째다. 그동안 많은 어른들을 만나고 도움을 받았다. 23년 전에 솔뫼 선생에게서 받은 서예작품 한 점을 새긴 '다포'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 준 적이 있다. 오늘 그 작품을 다시 꺼내서 봤는데, 감회가 새롭다. 그 때 작품과 지금 솔뫼 선생의 서예를 보면서 사람은 고여 있지 않고 계속 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이 나오고 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작은차회'를 열어 서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며 "소박한 자리라도 앞으로도 이런 모임들이 이어지기를 바라고, 귀한 인연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천갑녕 서예가는 "책을 보고 전문적으로 시를 창작하는 분들이 보면 웃을지 모르겠다"며 "20대 때 병을 앓아 많이 아팠다. 그러다 보니 자연을 늘 갈망했다. 한때 서울에 살면서도 우면산, 관악산 등 여러 산을 찾기도 했다. 그동안 해놓았던 서예작업을 정리하자는 생각에 책을 냈다"고 말했다.

서로 서예와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마지막에는 천갑녕 서예가의 창작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책을 출판한 이홍연 이화문화출판사 대표는 발간사에서 "독자들은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과 함께 선생의 힘찬 필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솔뫼 선생의 서예 작품 세계와 좋은 창작시를 서예 동호인들과 같이 하고자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천갑녕 서예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전, 대한민국한글서예 초대작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문인화 수상작가전 등에 출품해 왔고, 진주교대와 단국대 등에 출강했으며, 저서 <전통새한글>, <낱말명언집>, <한국시조 500선>, <낱말궁체> 등을 펴냈고, 현재 진주에서 '솔뫼서실'을 운영하고 있다.
 
15일 저녁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선강루’에서 열린 “솔뫼 천갑녕 <자연과의 대화> 출간기념 작은차회”
 15일 저녁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선강루’에서 열린 “솔뫼 천갑녕 <자연과의 대화> 출간기념 작은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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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 천갑녕 서예가가 펴낸 <자연과의 대화>.
 솔뫼 천갑녕 서예가가 펴낸 <자연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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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솔뫼 천갑녕, #진주문고, #서예,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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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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