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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앞으로 맞이할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없이 탄소배출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올 여름의 폭염이 더 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이 폭염과 폭우가 올해만 해당하는 이상기온이라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지만, 내년에 갑자기 폭염 일자가 줄어들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  한국은 평균기온은 약 1.8도가 올랐다.

<제 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에 따르면, 과거 30년(1912-1941)에 비해서 최근 30년(1988-2017) 동안에 여름은 19일이 늘어났고, 그만큼 겨울은 짧아졌다. 21세기 말 기후변화의 전망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현재 폭염일수는 연간 10.1일이지만, 21세기 후반에는 35.5일로 증가하여 여름철 30% 이상이 폭염에 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강수량은 현재보다 40%가 증가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21세기 말에는 이제 '이상기후'가 아니라 그냥 '날씨'로 불릴 것이다.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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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날씨'의 영향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해는 연령에 따라서, 거주환경에 따라서, 그리고 성별에 따라서 다르다. 최근 영국 데이터기반 기후변화 언론사 '카본 브리프'는 세계 기후위기 관련 논문 130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피해를 받는다는 내용이 들어간 논문이 89건으로 68%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03년 프랑스에서 여성의 사망률이 남성이 비해 훨씬 높았으며, 1991년 방글라데시에서 사이클론과 홍수가 발생했을 때 희생자의 약 90%가 여성이었다. 방글라데시의 사례는 여성이 수영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집에서 영유아/노인을 돌보는 역할을 주로 한다는 점이 문제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여성에게 재난이 더 가혹한 이유는 성별에 따라 재난에 노출되는 상황과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달리 주어지기 때문이다. 

재난안전교육 경험의 성별 차이

한국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고령 여성이 큰 비율을 차지한다. 1인 가구인 고령 여성이 많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서 문제발생시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임산부가 폭염에 노출될 경우 조산, 사산 등의 위험이 증가되어 더욱 치명적이다.

이처럼 영유아/노인의 돌봄수행자, 1인가구 고령여성, 임산부 등 여성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재난에 노출되는 위험이 더욱 크다. 반면, 재난대응 교육의 기회는 여성에게 더욱 적게 주어진다. 2015년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난안전교육을 '평생동안 1번 이상' 교육받은 남성은 81.4%, 여성은 53.5%였고, '최근 3년 내' 교육받은 남성은 46.1%, 여성은 24.4%로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는 연령에 따라서 교육 유무의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여성의 경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교육받은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다. 여성의 연령에 따라 교육의 기회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재난안전교육이 직장과 교육기관에서 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성의 사회진출과 교육의 기회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연령대가 낮을 수록 재난안전교육을 받은 여성은 많아졌지만 그마저도 남성에 비해 낮다. 남성은 군대나 직장처럼 집단적으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여성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법의 사각지대

여성의 사회진출이 높다 하더라도 여전히 가족에서 가사와 돌봄의 제1책임자는 여성인 것이 현실이다. 재난에 취약한 임산부나 영유아/고령자/장애인 동반자의 경우는 더욱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안전취약계층"이란 어린이,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신체적ㆍ사회적ㆍ경제적 요인으로 인하여 재난에 취약한 사람 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임산부나 영유아 동반자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더 큰 문제는 성차별적인사회구조 안에서 성별에 따라서 재난의 피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성별분리통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별에 따른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 마련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돌봄책임자이자, 안전교육을 받을 기회조차도 적은 여성은 기후재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은 평등하지 않다. 앞으로 더 빈번해지고 예측불가능 할 기후재난의 피해자 대다수는 사회적, 경제적 약자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평등한 구조는 기후위기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 기후위기는 사회적 약자를 딛고 올라선 무분별한 경제성장과 난개발이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후위기 해결은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는 젠더정의가 곧 기후정의인 이유이다. 여성이, 그리고 사회적인 약자가 피해자가 아닌 대응 주체로 설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의 우선 과제이다.

태그:#여성환경연대, #기후위기, #젠더정의, #기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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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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