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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치위원장(가운데)이 같이 해직공무원인 강수동(진주), 강동진(사천) 조합원과 "해직공무원원직복직법 제정 촉구 전국대장정"을 벌였다.
 이병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치위원장(가운데)이 같이 해직공무원인 강수동(진주), 강동진(사천) 조합원과 "해직공무원원직복직법 제정 촉구 전국대장정"을 벌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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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1년 남았다. 하루라도 빨리 해결돼 경남도청 공무원으로 당당한 퇴직을 하고 싶다."

2002년 공무원노동조합 결성과 관련해 투쟁하다 해직돼 아직도 공직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병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치위원장이 한 말이다.

공무원노조 경남도청지부장과 경남본부장을 지낸 이병하 위원장은 '해직공무원원직복직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7월 30일부터 한 달 간 전국대장정을 벌였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원직복직쟁취 전국대장정' 참가자를 모아 제주를 시작으로, 부산, 울산, 경남을 거쳐 전국 곳곳을 돌며 '선전투쟁' 활동을 벌였고, 오는 27일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해직공무원들은 전국을 돌며 "지금까지 복직을 못한 공무원들을 제자리로 돌려달라"고 외쳤다. 이들의 투쟁은 코로나19와 폭우, 폭염 속에서도 계속됐다.

노무현정부부터 공무원노조 결성 투쟁과 관련해 해직된 공무원은 경남 5명을 포함해 전국 136명이다. 이들 가운데 6명은 이미 사망했고, 43명(경남 2명)은 정년 경과했다. 이들의 해직 기간은 18년째다.

특별법안은 제18, 19,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무산됐다. 20대 국회 때는 의원 180명이 동의서명했지만 국회 소관 상임위(행정안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공무원노조는 더불어민주당에 "해직자원직복직법 제정을 위한 당-정-청-노가 참여하는 협의기구 즉각 구성" "올해 안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이병하 정치위원장과 25일 나눈 대화 전문이다.

"문제 해결 미뤄져 무기력... 분위기 쇄신 위해 대장정 나서"

- 어려움이 많았을 것인데 해직자 원직복직을 위한 전국대장정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런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 특별한 배경이 있었는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공무원노조의 역사가 20년 정도 흐르다 보니 노동조합 설립 이후 들어온 공무원들이 설립 과정이나 역할 등 과거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역사도 알리고 싶었다.

또 해직자들은 긴 세월을 인내해 왔다. 그동안 1인시위, 단식, 삼보일배, 집단농성, 연가파업 등 온갖 투쟁을 해왔다. 그런데 지난 제20대 국회 때 해결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왔으나 무산됐다. 그래서 무기력한 상태로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다."

- 경남에도 지난 8월 5일 다녀간 것으로 안다. 한 달 가량 일정은 어땠는지.
"어느 지역이나 비슷한 일정이다.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7일까지 1개월 정도로 제주한라에서 청와대 앞까지 일정을 잡았다. 주로 오전에는 도‧시‧군청 앞에서 출근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 특히 21대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의원이 있는 지역사무실을 찾아갔다. 창원에는 미래통합당 행안위 간사인 박완수 의원 사무실이 있어 우리의 억울함과 정당성을 알려내는 집회와 선전 활동을 했다.

공무원 해직에다 아직까지 원직복직이 되지 않고 있는 1차적인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그래서 민주당 시‧도당을 찾아가는 투쟁을 벌였다. 우리는 민주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21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가장 빨리 처리해 달라는 의견을 내야 한다고 시‧도당에 요구했다."

- 현재 해직공무원들의 현황과 근황은.
"이 문제는 해직자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전체 공무원과 국민들도 상세히 알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법적으로 공무원노조를 할 수 있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3선개헌'을 앞두고 공무원노조를 못 하도록 개악했던 것이다.

노무현정부 때 공무원노조 설립 투쟁이 있었다. 과거 잘못된 역사도 바로 잡고, 국제기구와 정부가 협약도 한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자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그런데 '공무원이 국가명령에 불복종했다'는 정치적인 논리가 섞이면서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했다.

공무원노조 설립 투쟁 과정에서 전체 3144명이 행정징계를 당했고, 공직배제가 521명이었다. 중간에 발생한 사건도 있지만 현재 전국에는 136명의 해고자가 있다. 경남만 해도 도청의 김영길‧이병하, 진주시청의 강수동, 사천시청의 강동진, 함양군청의 김일수 조합원의 5명 해고자가 있다.

전국 해직공무원 가운데 벌써 6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온갖 투병 생활을 하고 있으며, 43명(경남 2명)은 정년경과다. 해직 이후 이혼과 우울증 등으로 대부분 힘든 상태에 놓여있다."

"이번에는 꼭 약속 지켜져야"

-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두 번이나 '해직자 복직'이라는 공약과 약속을 했던 것으로 아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인 2011년 4월 29일 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 초청으로 김해시청에서 강연했다. 그 때 문 대통령이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도 공무원노동운동으로 징계를 많이 당하고 형사처벌 됐는데, 그런 상황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거나 '처음 공무원노조 추진 과정에서 앞장선 분들이 징계를 당해 쫓겨나고, 심지어 형사처벌도 받는 희생을 치렀다', '그때 공무원노조가 설립신고를 해서 합법노조로 전환됐더라면 희생을 치른 사람들의 복직 문제도 참여정부와 협상을 해볼 수 있었을 것인데, 그런 부분이 대단히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후보 시절 '노조 활동으로 해고된 공무원들의 복직과 사면복권이 즉각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그 약속을 이행할 때가 한참이나 지났고, 이번에야말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이병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치위원장을 비롯한 '원직복직 쟁취 전국대장정' 참가자들은 8월 5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선전투쟁을 벌였다.
 이병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치위원장을 비롯한 "원직복직 쟁취 전국대장정" 참가자들은 8월 5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선전투쟁을 벌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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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도 특별법안이 몇 차례 상정이 된 것으로 아는데.
"과거 오랫동안 투쟁해온 노동자들의 문제가 많이 해결됐다. '방송 3사'와 '쌍용차', 'KTX 승무원', 'KT' 등 여러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자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가 다 됐다. 그런데 '공무원 해직자 문제'는 왜 이렇게 오래 해결이 되지 않고 미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것이 궁금하면서도 분노를 느낀다. 20대 국회 때 '공무원해직자원직복직특별법'에 180명 의원들의 동의 서명이 있었고, 여‧야 대표를 포함 국회 행안위 상임위원들을 다 만나 보았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너무 고생이 많았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빨리 해결이 돼야 한다. 노력하겠다'면서, 모범답안을 가진 것처럼 한결같은 답변을 했다. 그런데 결국 무산됐다.

이 문제를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의 원칙, 그리고 희생자들의 억울한 입장이 아니라 각 정당의 정치 일정과 이해타산에 맞춰 풀어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최근 국정원에서 과거 정부의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와해 공작을 한 문건이 발견된 것을 보면 더 확실하다고 본다."

- 국토대장정 활동을 하면서 특이한 일이나 소개할 내용이 있는지?
"우선, 휴가 기간임에도 각 지역의 연대단체에서 마중을 나와 함께 고통을 나누어 준 것에 감사의 인사부터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역에서 해직된 퇴직 선배들과 자연스런 만남 자리가 만들어졌다. 그 자리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된 것도 인상이 남는다.

다만 장마와 집중호우로, '수해 복구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거나 '계획대로 대장정을 완수하고 수해복구에 동참하자'는 내적인 토론이 있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마지막 일정으로 대규모 집회를 할 계획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의견서 전달만 하는 것으로 축소가 되어 아쉽다. 공무원노조를 인정받고 '국민의 공무원'이 되는 길이 쉽지 않음을 느꼈다."

"경남 공무원으로 당당히 퇴직하고 싶다"

- 해직공무원의 원직복직을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항이 있거나 앞으로 계획은.
"국회 입법 발의가 18, 19, 20대까지 3번이나 있었지만 다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20대 국회 종료 지점에서 한번 심의만 하고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입법 발의를 위해 당-청-정-노 교섭을 통한 입법안을 늦어도 9월초에는 만들고자 한다. 그 내용에 대해 정부와 이견이 많아 쉽지는 않다. 가장 쟁점이 해고 기간의 경력인정 문제인데, 정부에서는 합법 기간 내의 시기만을, 우리는 공권력의 남용으로 과도한 징계가 이루어진 것으로 전체 기간을 다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식적으로는 현재 복직을 하는 동지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승진을 못한 불이익이 있음에도 10여 년의 호봉이 삭감된 보수를 받게 되는 이중의 불합리가 있다. 또 사회정의 차원에서는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공무원노조를 못하게 한 권위주의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고,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직사회개혁 부정부패' 추방으로 국민의 공무원이 되기를 위한 몸부림이었기에, 당연히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순리라 본다. 최대한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반영되도록 할 것이다."

- 공무원노조 경남도청지부장과 경남본부장을 하다가 해직된 것으로 안다. 어려움도 많았을 것인데 후배 공무원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1999년 말부터 공무원직장협의회와 공무원노조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공직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직이라 느끼고 처음부터 참여했다.

먼저 경남도청공무원직장협의회가 만들어졌고, 2001년 3월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 결성됐다. 전공련이 2001년 6월 9일, 창원 용지공원에서 전국 7000여 명의 공무원이 모여 '전국공무원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른바 '6.9창원대회'다. 그 집회로 인해 김영길 전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징계에다 체포영장 발부, 구속까지 됐다.

저도 공무원노조 경남도청지부장과 경남본부장을 할 당시에, 제대로 된 노조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연가파업'과 '총파업'이라는 노동조합 활동으로 두 번 구속을 당했다. 법적으로는 2004년 10월에 공직 신분을 최종 박탈당하고 말았다.

어려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경남도청공무원노조가 전국공무원노조에서 이탈하면서, 한동안 생계비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저는 '행복한 해고자'라는 생각을 자주 해왔다. 다른 많은 해직자들이 찾는 '등산길'이 아니라, 저는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에서 계속 활동을 해왔다. 특히 저는 공무원노조 정치위원장을 맡아 노동기본권은 물론이고 정치기본권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저는 6급만 27호봉인 상태에서 정년이 1년 남았는데, 하루라도 빨리 해결돼 경남도청 공무원으로 당당한 퇴직을 하고 싶다."

태그:#문재인 대통령, #공무원노동조합, #해직공무원, #해직공무원원직복직특별법, #전국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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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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