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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첫 시도가 무척이나 불안했던 초반의 우려는 진행할수록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변해갔다.
▲ 설날맞이 홀몸어르신과 함께하는 떡국나눔행사 올해의 첫 시도가 무척이나 불안했던 초반의 우려는 진행할수록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변해갔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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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민족 대명절인 설이 지난달 28일에 지나갔다. 모두 즐거운 설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민족 대명절인 설에는 대부분 가족과 함께 하며 음식을 장만해 즐거운 연휴를 보내지만, 외롭게 홀로 명절을 보내는 홀몸 어르신들도 무척 많다. 전국에 홀몸 어르신이 점점 늘어나는 이 때, 내가 속해 있는 단체 '유기견 새삶'은 청소년 봉사자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해보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 홀몸어르신의 수는 125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35년에는 343만명으로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전국자원봉사연맹 2016년). 그 말은 125만 명이 그대로 고독사(孤獨死)의 위험에 처해있다는 의미였다. 홀몸어르신들을 위한 모니터링이나 봉사가 활성화되고있는 시점에서 유기견 새삶은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그동안 산책봉사 이외에 홀몸 어르신들에게 유기견을 입양하는 봉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었다. 홀몸 어르신들에게 유기견이라는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드리고 지속적으로 방문했다. 또 유기견과의 동행을 시작하는 어르신들이 금전이나 다른 문제를 겪지 않으시도록 도와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홀몸 어르신들이 모두 유기견을 분양받고 싶어하시는건 아니었다. 개를 집에 들여서 뭐하겠냐는 어르신들도 많았고, 개와 관련된 나쁜 기억이 있으신 분들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 봉사자들이 관리하는 유기견을 '유기견 새삶'을 통해 입양을 보냈지만, 더 넓은 봉사를 위해 유기견을 통한 봉사가 아닌 직접 홀몸어르신을 찾아뵙기로 했다.

지동방위협의회의 사무국장으로 있는 염수진 유기견 새삶 대표의 도움이 무척이나 컸다. 염수진 대표는 직접 여러 홀몸어르신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방문해도 괜찮을지 여쭤보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에게 도움을 주셨다. 차량을 지원해주실 수 있는 성인 봉사자분들과 나이대가 청소년 봉사자들 중에서 높은 학생들을 추려 지난 5일 첫 봉사를 시작했다.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홀몸 어르신들은 이상하게도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고맙다, 감사하다. 봉사를 진행하면서 욕듣는일이 다반사였던지라 고맙다고 하시는 그 말씀에 가슴이 저릿했다.
▲ 고마워요, 고마워요. 홀몸 어르신들은 이상하게도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고맙다, 감사하다. 봉사를 진행하면서 욕듣는일이 다반사였던지라 고맙다고 하시는 그 말씀에 가슴이 저릿했다.
ⓒ 송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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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들은 홀몸어르신들을 방문하는 순간부터 울컥해야했다. 방문한 집들의 상태가 모두 다르기는 했지만, 열약하다는 점은 같았다. 좁은 쪽방에서 생활하고 계신 분들, 팔순잔치 사진에 주민자치센터에서 준비한 초라한 생일상 앞에서 찍은 사진, 바깥에 있는 화장실... 기사에서 보는 허름한 판잣집에 가스도 전기도 끊긴 집은 아니었지만, 내가 오늘 씻고 나온 그 집에 비하면 너무나도 허름한 모습이었다.

홀몸어르신들은 하나같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누군가가 집에 방문해주는 게 너무나도 기쁘다는 분들도 계셨고, 자신의 아픔을 덤덤하게 이야기 하시는 분도 계셨다. 떡국이라도 한사발 준비하려고 하자, 연신 방문해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우니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저 방문한 것 만으로도 죄송스러워 하시는 모습에 집에서 나오자마자 눈물을 터트린 아이도 있었다.

홀몸어르신들의 상황은 생각보다 무척 열약했다. 올해들어 떡국을 한 번도 못 드셨다는 분들도 많았고, 교회에서 끼니를 해결하시고 오셨다는 분들도 계셨다. 주민센터나 다른 곳에서 반찬을 지원해준다고 하더라도 이가 좋지 않아 그 반찬들을 씹을 수 없어 전부 주인집에 가져다 주셨다는 분도 계셨고, 다리 관절에 문제가 많아 지원을 받으러 움직일 수가 없다며 그런 거라도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많았다. 홀몸어르신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어르신들에겐 무척이나 힘겨운 혜택이라는 생각을 그간 하지 못했기에 무척이나 놀랐다.

 이번 봉사때는 할머님들에게 떡국을 끓여드렸다. 올해들어 떡국을 한번도 먹지 못하셨다는 할머님들도 많아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
▲ 떡국을 맛있게 드시는 할머님 이번 봉사때는 할머님들에게 떡국을 끓여드렸다. 올해들어 떡국을 한번도 먹지 못하셨다는 할머님들도 많아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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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어르신들이 바라는 점은 많지 않았다. 몸이 안 좋아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할 때 같이 가줬으면 하시는 분, 주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약을 타러 갈 때 도와줬으면 한다는 분, 영정사진을 찍고 싶다는 분 등. 우리가 생각했던 가스나 전기, 수도와도 같은 것보다 소박한 것들이었다. 홀몸 어르신들은 이런 사소한 것들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았다.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던 건 일주일에 한 번 전화를 해줬으면 한다는 어르신이셨다. 왜 그러시냐고 여쭈어보니 이렇게 답하셨다.

"내가 한 달에 한 번 잘 있나 누가 확인해주었으면 해요. 내가 만약에 간다거나... 아님 어디가 안 좋다거나 뭐가 필요할 때 말이라도 할 수 있도록..."

어르신의 바람은, '더 살고싶다'가 아니라 '좋은 마무리'로 향해 있었다. 아직 어린 봉사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바란이었다. 이날 어린 봉사자들과 함께했던 성인 봉사자는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제 인생의 반 가까이를 살아 온 거잖아요. 내가 나중에 나이가 더 들면... 이런 봉사자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회가 핵가족화 되어가면서 홀몸어르신들의 수가 늘고있다. 꼭 봉사가 아니더라도 주변의 홀몸어르신에게 더 살가워지고, 홀몸어르신들에 대한 봉사에도 적극 참여하면 좋겠다. 특히 시간이나 점수를 위한 봉사가 아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진정한 자원봉사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태그:#자원봉사, #홀몸어르신, #홀몸어르신방문봉사, #유기견새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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