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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명주에 색색깔의 염색을 하고 그 천으로 한복을 만든 뒤, 거기에 누비까지 해야 비로소 겨울 누비 한복 한 벌이 완성된다 하니 그 공력이 보통이 아니다.
"누비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손끝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생인손(손가락 끝에 종기가 나서 곪는 병)을 한동안 앓았어요. 손가락이 아프기도 하지만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한 땀 한 땀 일정한 크기로 누비작업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윤병옥(67) 침선장은 누비옷 만들기의 어려움을 그렇게 풀어나갔다. 실과 바늘을 언제 만져보았는지 기억도 안 나는 기자에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간격으로 누벼 내려간 누비옷'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지난 11월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인천관동갤러리에서 '누비전'을 여는 윤병옥 침선장(針線匠)은 침선과 누비가 어떻게 다른지를 차근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신생아용 덮개 누비옷과 버선
▲ 누비옷과 버선 신생아용 덮개 누비옷과 버선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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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귀여운 누비 조끼, 한복 저고리
▲ 누비 조끼, 한복 저고리 어린이용 귀여운 누비 조끼, 한복 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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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 목도리
▲ 누비 목도리 누비 목도리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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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를 해서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한복을 만든 뒤 누비를 합니다. 따라서 누비를 하려면 한복 만드는 기술은 당연한 것이지요. 한복을 만든 뒤 누비를 하기에 솔기(옷이나 이부자리 따위를 지을 때 두 폭을 맞대고 꿰맨 줄) 표시가 안 나는 겁니다. 뒤집어 입어도 된다는 말이지요. 옛날에는 한복을 만드는 이가 누비까지 다했습니다. 물론 염색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흰 명주에 색색깔의 염색을 하고 그 천으로 한복을 만든 뒤, 거기에 누비까지 해야 비로소 겨울 누비 한복 한 벌이 완성된다 하니 그 공력이 보통이 아니다. 은은한 노란 빛이 감도는 명주 누비저고리가 하도 고와 보여 "이 옷은 어느 정도 걸렸나요?"라고 물으니 "두 달 걸렸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작품 하나 만드는 일이 녹록지 않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도 그렇게 십여 년간 공들어 만든 옷들로 두루마기, 치마저고리, 배냇저고리, 어린아이용 조끼, 앙증맞은 버선 등 소품까지 골고루 선보이고 있다.

누비치마저고리, 누비 현대 옷
▲ 누비치마저고리 누비치마저고리, 누비 현대 옷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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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 조끼
▲ 누비 조끼 누비 조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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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 배냇저고리와 버선
▲ 누비 배냇저고리와 버선 누비 배냇저고리와 버선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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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옥 침선장은 안동에 살면서 전통누비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구혜자 침선장에게 전통한복을 배웠고 역시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김해자 누비장에게 전통누비를 배웠다. 또한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천연염색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병찬 선생께 염색공예를 배웠다. 한 가지만 하기도 힘든데 한복과, 누비와 염색까지 익히느라 많은 세월을 쏟아 부었다.  

되돌아보니 험난한 길이었지만 그 누구도 걷지 않은 침선, 누비, 염색까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자못 크다. 윤병옥 침선장은 그간 오로지 배우고 익히고 작품에 몰두하느라 전시회는 꿈도 못 꾸다가 2008년 일본 오사카에서 전시회 겸 한국전통 손누비 워크숍을 열었다.

"일본인들은 누비에 관심이 큽니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관심이 덜해요. 그도 그럴 것이 누비만 해서는 밥 먹고 살기가 어렵습니다"라며 윤 침선장은 말끝을 흐린다. 기자가 찾은 12월 17일날에도 일본인 서녀명이 윤 침선장에게 누비를 배우기 위해 찾아와 있었다.

2008년 이후 2015년에도 일본 오사카 미노시에서 일본인 제자들과 한복, 규방공예, 누비 전시회와 워크숍을 가진바 있으나 국내 전시는 이번 관동갤러리가 처음이다. "앞으로는 전시회도 자주 열고 제자 교육에도 더욱 힘쓸 생각입니다. 아울러 전통한복 외에도 현대인의 요구에 맞는 누비옷도 만들어 볼 참입니다"라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윤병옥 침선장의 목소리는 힘찼다.

전시장 모습
▲ 전시장 모습 전시장 모습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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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 바느질을 배우는 수강생
▲ 수강생 누비 바느질을 배우는 수강생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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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병옥
▲ 윤병옥 작가 윤병옥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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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우아한 세련미가 돋보이는 전통 누비 전시회는 인천관동갤러리에서 11월 25일부터 12월31일 (금토일 10:00~18:00 개관)까지 열린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누빈 정성스런 누비야말로 옛 여인들의 가족 사랑을 듬뿍 느끼기에 더 없이 좋은 전통 예술이라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전시안내>
* 2016년11월25일~12월 31일 / 전시기간 중 <금토일 10:00~18:00 개관, 특별한 경우 조정 가능 > 
*인천관동갤러리: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 38 (관동2가4-10)
전화:032-766-8660

덧붙이는 글 |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윤병옥, #침선장, #누비, #인천광동갤러리,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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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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