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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과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의 카메라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했기 때문일까? 지난 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범국민대회'가 평화적인 시위로 끝났다.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시위대가 떠난 자리에 수북한 쓰레기 때문에 몸살이 난다며 민중집회를 폭력시위와 등치 했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 일단 경찰과 시위대 간 싸움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은 것이 처음 든 생각이지만, 제발 거리에 이 많은 사람이 왜 나왔는지 그 진실에 좀 더 귀를 기울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졌다.

종편, 민중총궐기 집회를 어떻게 보도했나

폭력 시위대 부각하는 TV조선 보도 화면 갈무리
 폭력 시위대 부각하는 TV조선 보도 화면 갈무리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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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2차 민중총궐기 집회 신고에 3번 모두 금지통고를 내렸다. 이유인즉 ▲ 11월 14일 민주노총이 주도한 1차 민중총궐기가 폭력집회였다는 점, ▲ 2차 집회신고를 낸 단체들이 1차 집회 참여 단체와 중복될 뿐더러 ▲ 이번에도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차명 단체들이 집회신고를 낸 것이라는 비합리적 논리를 근거로 댔다.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 대해 '백남기 범국민대책위원회'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2차 집회가 우여곡절 끝에 진행됐다. 주도하는 단체가 민주노총이면 폭력시위가 될 수밖에 없다던 경찰 측의 엄단이 이제 보니 더 무안해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중총궐기' 관련 방송모니터 보고서를 낸 최근 세 차례의 보고서를 보면서 종편의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문제성 보도를 다시 엄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1차 민중총궐기가 있던 11월 14일 TV조선 <뉴스토요특급>은 2시간 넘게 도심 집회를 주제로 방송했는데, 당시 출연진들의 표현 수위가 적나라했다. 한 출연진은 시위 모습을 생중계하는 화면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가) 시위 문화에 굉장히 관용적"이라면서 경찰이 소극적인 대응으로 차단벽을 설치하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경찰 인원이 부족하면 북유럽식으로 잔인하게 "두들겨 패야"한다는 주장이 그대로 방송됐다.

다른 출연진은 경찰이 "제대로 한번 대응을 하는 것이 좋다"며 마치 격투기 경기를 중계하는 것 같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채널A <뉴스 스테이션>의 출연진은 저 정도면 "위수령을 발동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이 정도의 폭력 시위엔 전투경찰이 장갑차에 기관총을 걸고 경비를 선다면서 버스로 차벽을 친다고 될 일이냐며 섬뜩한 발언을 그대로 방송을 내보냈다. 현장을 보면서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거 외엔 특별히 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내보내기도 했다(민언련 방송모니터보고서, 2015. 11. 16).

평화시위라서 좋다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메인 뉴스라고 다르지 않았다. TV조선의 <주말뉴스 토일>과 채널A의 <종합뉴스>는 집회 참가자와 야당을 비판한 뉴스의 비율(21.5%, 41%)이 경찰과 정부에 대한 비판(3.7%, 4.5%)을 훨씬 웃돌았다. 리포트 제목에 '불법', '폭력' 또는 이와 연관한 용어를 써서 민중총궐기 집회와 민주노총을 폭력집회, 폭력주도 집단으로 두드러지게 한 보도가 채널A에서 가장 많이 보였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11월 21일 경찰이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한 이후 사무실에서 발견된 경찰 무전기와 헬멧, 손도끼와 밧줄 등을 일관되게 "계획된 폭력 집회"와 연관해서 부각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는 점이다(민언련 방송모니터보고서, 2015. 12. 2). 

TV조선 시사토크쇼 <뉴스를 쏘다>의 출연진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씨를 두고 "아마 나이가 드신 분이어서 어물어물하다가 잘못 맞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채널A <쾌도난마>의 윤영결씨는 "일부러 노약자나 여자 분이나, 유모차를 끌고 나오고 하면서 이슈를 이렇게 집중시켜요"라며 주최 측이 의도한 전략으로 경찰이 실수로 논란에 휩싸인 것 같다는 설명을 붙였다.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씨를 두고 운동권 출신에 법을 어겨 '복역'했던 점을 강조해 TV조선과 채널A는 백씨를 전문 시위꾼으로 몰아가기도 했다(민언련 방송모니터보고서, 2015. 12. 4).

지난 5일 범국민대회를 성숙한 시위문화의 가능성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워낙 참가한 사람도 많아서 원래 신고한 2개 차로가 아니라 4개 차로로 행진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렇다 할 경찰과의 충돌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칭찬도 많다. 아쉬운 점은 충돌이 없어서 그런지 도대체 집회가 왜 있었는지, 정작 민중총궐기 집회가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관심이 여전히 적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왠지 손해 봤다는 아쉬움이 드는 건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동민(한양대 겸임교수),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서명준(언론학 박사),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용마(MBC 기자), 이진순(민언련 정책위원), 정민영(변호사), 정연우(세명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말



태그:#민언련, #시시비비, #집회, #종편, #시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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