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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책의 결말에 해당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오베라는 남자> 표지
 <오베라는 남자> 표지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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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더불어 사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을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기도 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길들이기도 하고 따돌리기도 한다.

<오베라는 남자>(다산책방)는 작년 베스트셀러였던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나라 스웨덴을 국적으로 하고 있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형식과 내용이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넘치는 유머와 위트 이면에 뼛속 깊은 고독과 슬픔을 품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오베는 59세의 홀아비다. 아내의 죽음을 비관한 나머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내가 죽자 삶의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오베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준 유일한 여자였던 아내를 위해 헌신했고 그것을 인생의 가치로 여기며 살았던 남자다.

가족의 힘

소설 속 오베는 가난하고 무뚝뚝하고 자신밖에는 모르는 남자다. 어쩌다 보니 사회화 과정 중 일부분이 생략됐기에 남을 배려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일에 익숙하지 않게 됐다. 다행인 것은 뚝배기 같은 오베의 진중함에 반한 소냐가 그의 아내라는 사실! 배려와 희생, 그리고 세련된 매너로 무장된 데다가 아름답기까지 한 여성이 오베의 아내 소냐다. 오베와 오베가 마주치는 외부의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완벽한 버퍼역할도 그녀 담당이었다.

선생님이기도 했던 소냐는 이웃 루네 부부와의 관계, 이웃 청년 지미, 그 밖의 많은 청소년에게도 깊은 영향을 끼친다. 삶의 지혜가 넘치는 아내 소냐가 선생님으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철저히 뒷받침해주는 사람은 역시 남편, 오베다.

이웃과 친구의 힘

그런데 아내가 죽었다. 아내를 잃고 매일 자살을 준비하던 오베에게 이란출신의 가족이 다가온다. 여성의 이름은 파르바네, 모든 일에 열성적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남의 인생에 개입해도 좋다고 여긴다. 가령 음식을 나눈다든지 사다리 같은 물건을 빌린다든지 차로 병원에 태워다 준다든지 하는 일쯤은 서로 나누어도 좋다는 식이다. 사실 혼자 사는 오베에게는 달갑지 않다.

오베와 소냐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 이웃 루네 부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지만 스무 살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집을 뛰쳐나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때론 가족이 인생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또 오베와 루네는 좋은 친구였지만 사소한 시시비비를 가리다가 원수가 됐다. 이웃이 또는, 친구가 어느 순간 인생 최대의 적으로 돌변할 때도 있다.

그런데 오베에게 가족이 생긴다. 고독과 슬픔으로 몸부림치는 스웨덴 사람, 오베에게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전하는 이란 여자, 파르바네가 딸로서 다가오는 것이다. 파르바네의 남편 패트릭은 사위가 되고 그들의 자식들이 손녀가 된다. 가족이 생긴 오베의 가슴에 온기가 스며들고 온기는 치매에 걸린 친구 루네와 그의 아내 아니타에게도 전달된다.

사회의 힘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는 환상적이다. 개인이 돈이 없어 교육과 의료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생활비가 제공되고 구직을 돕는 공적 기능이 활발하다. 그래도 자살률과 이혼율이 꽤 높은 편이다. 개인주의로 인한 외로움과 자유로움이 양날의 칼로 작용하기 때문인듯하다. 자유로움에는 외로움이 동반한다.

아내의 죽음으로 삶의 희망을 잃은 오베, 그리고 멀쩡히 아내가 보살피고 있는데도 원칙상 요양원으로 보내져야 하는 루네의 말년이 먹구름으로 가득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해답을 도출해내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 다만, 이란 출신 이웃 파르바네와 지역신문 기자 레나의 도움이 그들의 먹구름을 걷어내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은 자기가 뭘 위해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분명 그렇게 말했다. 아니면 최소한 소냐가 오베에게 큰 소리로 읽어준 적이 있는 책 한 권에 그런 구절이 있었다."(p.273)

태어날 자식을 위해 오베가 만든 요람은 쓸모없게 될 수도 있었지만, 만삭의 파르바네에게 돌아간다. 오베는 이 세상을 떠나지만 딸과도 같은 파르바네의 새로운 아이가 세상을 맞는다. 돌고 도는 세상, 하루하루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소설을 읽다 보면 인간은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모두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길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최민우 옮김/다산책방/2015.05/



오베라는 남자 (아마존 소설 1위 기념 시즌 한정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다산책방(2015)


태그:#오베, #파르바네, #스웨덴, #복지, #북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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