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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모든 것 중에 돈이 최고야. 그러니까 더욱 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긁어모으란 말야.'

날마다 아침이 되면 돈의 대왕 아이구머니는 구두쇠의 마음 속에서 이렇게 속삭였어. 매일매일 계속되는 아이구머니의 충동질에 탓에 구두쇠는 갈수록 탐욕스러워졌어.

어느 날, 참다 못한 아빠 다람쥐가 구두쇠를 찾아갔어.

"내 친구 구두쇠야, 돈은 우리를 편리하고 행복하게 하는 도구일 뿐이야.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니야. 그런데 너에게는 돈이 목적이야. 이건 정말 잘못됐어."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이건 너 혼자만의 문제가 아냐. 우리 모두와 관련된 문제야. 너 때문에 이웃들이 고통 받고 있어. 모든 사람은 평등해. 어느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고통 받는 건 옳지 않아.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자격과 권리가 있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 추구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야. 난 잘못이 없어. 내가 부자라는 게 문제될 건 없다구."

"물론 네가 부자인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문제는 우리 모두가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 마을 가족들이 다 망하면 그때도 네가 지금처럼 잘 살 것 같아? 결코 그렇지 않아. 마을 가족들이 망하면 너도 같이 망해. 마을 가족들이 없어지면 아무도 고목 시장에서 물건을 사지 않을 테고, 그러면 결국 너도 망하는 거야."

"그래서 나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너는 지금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고 있어. 이웃에 대한 배려가 없단 말야. 지금 네가 받고 있는 가격은 너무 비싸. 가격을 좀 내려줘."

"내가 왜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지금의 가격은 정당하지 않으니까."
"왜 정당하지 않지?"
"그 가격은 너 혼자서 일방적으로 정한 거야. 우린 그 가격에 동의한 적이 없어. 우린 지금 우리가 동의한 적이 없는 비싼 가격 탓에 고통 받고 있어."

"하지만 지금 가격은 시장의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거야. 독점 시장에서는 원래 공급자가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원리에 따르는 게 무슨 문제가 돼?"
"아무리 시장 원리에 따른다 하더라도 공동체의 안정을 해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아. 왜냐하면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 하거든. 우리에게는 지금보다 좀 더 '따뜻한' 자본주의가 필요해. 도와줘 구두쇠야."

"안 돼. 모든 돈은 나 혼자 가져야 돼."
"구두쇠야, 돈은 어느 한 사람이 전부 가지는 것 보다 여러 사람이 나눠가지는 게 좋아."
"왜?"
"왜냐하면 그래야 보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니까. 또 그렇게 해야 돈의 가치가 올라가니까."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자, 지금 너에게 100만 원이 더 생긴다고 해 봐. 너는 기분이 얼마나 좋을 것 같아?"

"그까짓 100만 원 더 생긴다고 기분이 좋아질 게 뭐야. 내가 얼마나 돈이 많은데, 적어도 100억은 더 생겨야 기분이 좋지."
"그렇지?! 그런데 사슴 가족처럼 가난한 가족에게 100만 원이 더 생기면 기분이 어떨까? 아마 그 가족들은 뛸 듯이 기뻐할 거야. 어쩌면 기뻐서 눈물을 흘릴지도 몰라. 이처럼 똑같은 100만 원이지만 그 돈이 누구에게 가느냐에 따라 기쁨의 크기가 달라지는 거야. 돈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됐어. 난 그런 거 몰라. 모든 돈은 나 혼자 가질 거야."

구두쇠는 도무지 아빠 다람쥐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 아빠 다람쥐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답답함으로 가득 찼어.

그날 밤.

이제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아빠 다람쥐는 숲속 마을 동물 가족과 아랫마을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했어.

"무슨 결단을 내려야겠어."

아빠 다람쥐가 무겁게 입을 열었어.

"이 웬수같은 돈을 없애버리자. 모든 불행이 이놈의 돈 때문에 생겨났어. 돈은 애초에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할 물건이야."

마당쇠가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거실 바닥으로 내던지며 말했어.

"돈을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돈을 없애려면 돈을 만들 때 함께 있었던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폐기서명서 서명해야 해. 그런데 구두쇠가 거기에 서명할 리가 없잖아? 그리고 돈은 꼭 필요해. 돈이 없으면 많이 불편할 거야."

아빠 노루가 말했어.

"게다가 지금의 문제는 돈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구두쇠가 모든 돈을 혼자서만 가지려고 하는 데서 비롯됐어. 굳이 돈을 없앨 필요는 없어."

골목쇠가 아빠 노루의 말에 맞장구를 쳤어.

"그럼 어떻게 하지?"

마당쇠가 답답하다는 듯 중얼거렸어.

"방법이 하나 있긴 있어."

아빠 다람쥐가 조심스럽게 말했어.

"그게 뭔데?"

마당쇠가 아빠 다람쥐 쪽으로 바짝 다가앉으며 물었어.

"여러 가게가 서로 경쟁하는 완전 경쟁 시장을 만드는 거야."
"완전 경쟁 시장을 만들면 문제가 해결 돼?"

"그럼!"
"어떻게?"
"자, 봐. 지금의 문제는 구두쇠가 너무 돈을 좋아한 나머지 돈의 대왕 아이구머니가 구두쇠의 마음을 지배하면서 시작되었어."

"그렇지!"
"그런데, 구두쇠가 애초부터 돈에 집착하고, 돈만 좋아한 건 아니었어. 구두쇠가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 요인이 있었어."
"그게 뭔데?"

"고목 시장이 독점 시장이라는 사실이야."

"독점 시장이 왜?"
"독점 시장에서는 공급자가 마음대로 가격을 받아도 돼. 물건을 파는 곳이 한 곳 뿐이니까. 그래서 구두쇠는 욕심에 이끌려 가격을 올렸던 것이고,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보니 우리에게 있던 돈이 모두 구두쇠의 손으로 들어가게 된 거야. 구두쇠는 이 마법 같은 유혹에 빠져버린 것이고."
"그렇구나!"

"그러니까 문제는 간단해. 독점 시장 구도를 깨버리면 되는 거야."
"독점 시장을 완전 경쟁 시장으로 바꾼다는 말이지?"
"그렇지!"

"그럼 완전 경쟁 시장은 어떻게 만들어? 흙으로 빚어서 만들어?"
"아니, 완전 경쟁 시장은 눈에 보이는 물건이 아니야.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개념'이야. 또 다른 가게를 여러 개 만들면 돼. 고목마트 같은 가게를 여러 개 만들어서 서로 경쟁하게 하면 돼."

"그런데, 그렇게 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데?"
"여러 개의 가게가 서로 경쟁하게 되면 구두쇠가 마음대로 꿀이나 피자 가격을 올려 받을 수가 없게 돼. 너무 가격을 높게 받으면 수요자인 고객들이 다른 가게에 가서 꿀과 피자를 사게 될 것이니까."

"그렇구나!"
"그럼, 당장 새로운 가게를 만들자!"
"그래! 우리의 손으로, 힘 없는 아빠들의 손으로, 이 땅의 무너진 정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자!"

덧붙이는 글 | 지금까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동화를 애독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회로 1부를 마감합니다. 조만간 2부로 찾아뵙겠습니다.



태그:#시장원리, #자본주의, #완전경쟁시장, #가격결정, #돈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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